2026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1월 1일, 새로 뜨는 해를 향해 어떤 소망을 기원했나요. 새해가 봄이면 참 좋을 텐데 1월이 겨울이라 우리에겐 늘 새 출발이 추운 겨울로 새겨집니다. 숲속 생명체들도 저마다 겨울을 잘 견디며 새봄을 기다리고 있죠. 이맘때 상록의 잎으로 무채색의 겨울을 그나마 초록으로 빛내주는 친구들이 몇 있어요. 바로 상록수입니다. 그중에서도 향나무 이야기를 할까 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마주치는 향나무는 ‘가이즈카향나무’인 경우가 많습니다. 향나무의 품종 중 하나로 원산지는 일본이죠. 원래 향나무는 제사와 관계가 깊어요. 왜 굳이 장례식장이나 제사를 지내는 자리에서 향을 피우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보통 시체가 부패하는 향을 가려준다거나, 부패를 지연시켜준다거나, 향의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면서 망자의 영혼도 함께 하늘로 올라가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피운다고 알려져 있죠. 한편, 우물가에도 향나무를 심었는데 물을 소독하는 목적이라고도 해요. 소독약이 따로 없던 시절 향나무를 활용한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가이즈카향나무 역시 일반적인 향나무의 역할을 합니다만 그보다는 조경수로 많이 심습니다. 학명은 Juniperus chinensis ‘Kaizuka’, 일본어로는 가이즈카이부키(カイヅカイブキ·貝塚息吹)라고 합니다. 일본이 원산이라 ‘왜향나무’라고도 하고 나사처럼 꼬이면서 자라서 ‘나사백’이라고도 부르죠. 가이즈카향나무는 요코하마 종묘상 목록에 1928년에 처음 등장한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 때 조경 목적으로 수입한 것으로 보여요. 향나무는 바늘잎(針葉)과 비늘잎(鱗葉)이 함께 나는데 바늘잎이 주로 많이 나고, 가이즈카향나무는 바늘잎보다 비늘잎이 많이 나는 것으로 구분한다고 합니다만 직접 살펴보면 개체마다 조금씩 달라서 쉽게 구분이 어렵습니다.
‘가이즈카’는 패총(貝塚)이란 뜻인데 왜 나무 이름에 붙었을까요? ‘나사백’이란 이름에서 나사가 소라고둥을 말하는 의미라서 조개와 연관되었다고도 하고, 품종 개량을 한 박사의 이름이 ‘가이즈카’여서라고도 하고, 요코하마 인근 패총 유적지나 ‘가이즈카’라는 지명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기도 합니다. 정확한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일본 원산이므로 외래종이라고 보는 이도 있고, 향나무의 다른 품종일 뿐 일본 특산종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는 이도 있습니다. 정확히 뭐라고 정해지지 않아서 아직 논쟁거리죠.
속설에 따르면 가이즈카향나무는 조선통감부 초대 통감으로 한국 병탄의 기초를 다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가 1909년 1월 대구 달성공원에서 대한제국 황제 순종과 함께 기념식수를 한 뒤 일제가 우리나라 곳곳에 심었다고 알려졌는데요. 이 또한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어요. 일제강점기 시절 개교한 학교에 백 살이 넘은 가이즈카향나무가 많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일제강점기 때 많이 심었던 것은 사실인 듯합니다. 그래서 이제는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며 몇몇 학교나 기관에서는 광복절에 가이즈카향나무를 베거나 뽑는 행사를 합니다만, 나무에게는 죄가 없지요. 일제강점기 건물을 기억을 위해 놔두기도 하잖아요.
그렇다면 가이즈카향나무를 조경수로 많이 심는 이유는 뭘까요. 가이즈카향나무는 비늘잎이 많아 잎과 가지가 촘촘하게 나서 수형이 풍성한 불꽃처럼 자라납니다. 상록수이므로 사계절 항상 푸른빛을 띠고, 공해와 병충해에도 강하고, 가지치기해도 새순이 돋아나는 힘이 강합니다. 그러니 생울타리로 쓰면서 모양을 만들어내기 쉽죠. 가위로 사각사각 조각하듯 멋진 모양을 내고 싶은 욕망을 자극합니다. 간혹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원래의 수형대로 자란 가이즈카향나무를 만나면, 하늘로 향하는 초록의 불꽃 같은 수형이 볼 때마다 매력적으로 느껴집니다. 누군가에겐 동그랗게 다듬어진 수형이 아름답게 느껴지겠지만 원래 가이즈카향나무의 본성은 불꽃처럼 뻗어 나가는 것입니다. 새해에 저마다 새로운 꿈을 꾸고 기원할 텐데요. 나다운 모습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는 한 해로 만들어 나가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