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헌금 수수 의혹 등으로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제명 결정이 내려진 김병기 의원(전 원내대표)이 재심 신청 없이 제명을 수용하겠다고 19일 밝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저로 인해 당 안에 이견이 생기고 동료들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짐이 된다면 그 부담만큼은 제가 온전히 짊어지고 가야 한다”며 “(제명 결정에 대한) 재심을 신청하지 않고 떠나겠다”고 했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심판원의 제명 결정 직후 “(의혹 소명을 위해) 한 달만 기다려달라는 요청이 그렇게 어려운가. 즉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맞섰는데 일주일 만에 제명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 의원은 “아직 (심판원으로부터 제명) 결정문을 통보받지 못했다”고도 했다. 당규상 재심 신청은 심판원의 징계 결정문을 통보받은 이후 하게 돼 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사랑하는 민주당에 간곡하게 부탁한다”며 “최고위 결정으로 (제명을) 종결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고 했다. “의총 추인을 거치면서 선배·동료·후배 의원에게 조금이라도 마음의 부담을 지우고 싶지 않다”면서다. 민주당 당헌·당규상으로는 심판원의 제명 결정을 최고위에서 의결하는 것으로 절차가 종료된다. 하지만 정당법(33조) 규정에 따라 현역 의원을 제명하려면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 절반 이상의 찬성으로 추인받아야 한다. 이 과정을 생략해달라는 뜻이다. 앞서 민주당은 김 의원이 재심 신청 의사를 밝히자 이 같은 절차를 재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순연하겠다면서도 “국민적 상황을 보면 (재심을) 오래 할 수는 없다”(박수현 수석대변인)고 못박았었다.
결국 제명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커진 김 의원 관련 의혹은 지난해 12월부터 집중적으로 보도됐다. 대한항공 호텔 무상 이용 등 본인·가족의 특혜, 쿠팡 지도부와의 고가(高價) 오찬, 강선우 의원의 1억원 공천 헌금 수수 사실 묵인 의혹 등이 연달아 폭로됐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김 의원이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서 있는 한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원내대표직을 사퇴했다. 하지만 지난 1일 배우자의 2020년 구의원 공천 헌금 수수 의혹 보도까지 나오자 정청래 대표는 당일 긴급 최고위를 소집해 윤리심판원에 신속한 징계 결정을 요청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19일 기자회견을 연 김 의원은 당내 ‘자진 탈당’ 요구에도 탈당 가능성만큼은 일축했다. “허허벌판에 홀로 서 있는 심정”이라며 “제명당하더라도 스스로 당 떠나는 선택 하지 않겠다는 입장은 지금도 같다”고 했다. “경찰 수사를 통해 (각종 의혹을) 확실히 해명할 자신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김 의원은 지난 12일 심판원 회의에 출석해 공천 헌금 수수 등의 의혹이 징계 시효(3년)를 이미 넘겼다고도 주장했지만, 한동수 윤리심판원장은 “대한항공·쿠팡 등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사유만으로도 제명 처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제명이 확정되면 김 의원은 당헌·당규에 따라 원칙적으로 5년 내 복당이 불가능하다. 2028년 총선에 민주당 소속으로의 출마도 어려워진다. 하지만 김 의원은 “모든 의혹을 온전히 씻어내고 다시 돌아와 인사드리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