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가 찹니다. 재집권을 위한 전략을 얘기한 게 해당행위입니까. 대표의 뜻입니까.“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
강득구 최고위원이 19일 오전 최고위원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와 같이 말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날 정청래 대표의 숙원사업인 ‘1인1표제’ 등 당헌 개정안이 참석 인원 61명 중 59명 찬성으로 당무위원회를 통과한 가운데, 정 대표 연임 시도가 예상되는 다음 전당대회 적용 여부를 두고 당 지도부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1인 1표제는 전국당원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20대 1에서 1대 1로 조정해 차등을 없애자는 내용이다. 개정안은 오는 22~24일 당원 여론조사를 거친 후, 다음 달 2~3일 중앙위원회 투표를 통해 도입 여부가 결정된다. 도입되면 딴지일보 게시판을 중심으로 뭉쳐있는 강성 지지층의 호응을 받고 있는 정 대표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큰 제도다. 지난 11일 최고위원 보궐선거를 통해 지도부에 등장한 강 최고위원은 다음 전당대회 출마설이 돌고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의 측근이다.
앞서 강 최고위원은 비공개 최고위에서 “정청래 대표 재출마 시 개정 당헌을 적용하는 게 맞는지 당원에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셀프 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관련 보도가 줄이어 나오자 18일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연일 당권투쟁 같은 기사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조금만 더 가면 ‘해당 행위’라고 비난 받아도 할 말 없는 지경”라며 공개 비판했다. 직후 강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한 점의 우려 없이 정당성을 더 단단하게 만들자는 제안이 어떻게 1인 1표제를 흔드는 일로 둔갑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고, 19일에는 박 대변인이 오전 당무위를 마치고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관해 정 대표는 당무위 마무리 발언을 통해 “1인 1표를 하면 민주당 전체의 이익”이라며 “민주주의의 다양성으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지만, 누구 개인의 이익이니 하지 말자는 것은 너무나 고답스러운 반대 논리”라는 주장했다. 박 대변인 또한 당무위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그럼에도 본인의 발언권이 침해됐다는 생각을 하신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도 “강 최고위원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고, 감히 최고위원이 발언하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이날 최고위에서는 다른 의원들도 공개 우려 메시지를 내며 지도부 간 갈등은 고조되는 양상이다. 황명선 최고위원은 “선거 룰을 개정한 당사자들이 곧바로 그 규칙에 따라 선출된다면 셀프 개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12월) 1인 1표제가 부결됐던 의미도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1인 1표제는 지난해 12월 5일 중앙위원회에도 부의됐지만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최종 부결된 바 있다. 황 최고위원은 해법으로 “1인 1표제를 도입하되 적용 시점은 다음 전당대회 이후라는 것으로 당헌·당규를 개정하면 된다”고 밝혔다.
이언주 최고위원도 추가 발언을 통해 “(1인1표제) 시행을 둘러싸고 의도와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토론이 활발하다”며 “‘해당행위’ 라고 운운하며 입틀막 하는 것은 민주주의 정신을 져버리는 것”이라고 박 대변인과 정 대표를 겨냥했다. 복수의 최고위 참가자에 따르면, 정 대표는 연이은 문제 제기에도 비공개 최고위에서 당헌 적용 시기와 연임 의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를 두고 친청파(친정청래파)가 집결하는 ‘딴지일보’‘시사타파뉴스’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언주·강득구·황명선 최고위원의 연락처가 떠돌며 일명 ‘문자 폭탄’을 보내자는 글이 여럿 올라왔다. “(정 대표) 연임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뽑아놨더니 딴 소리다”, “정계 은퇴해라” 등 격앙된 반응도 뒤섞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