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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엔 외교장관 불렀던 靑…“쿠팡 외교 사태 비화 부적절”

중앙일보

2026.01.19 01:57 2026.01.19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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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쿠팡을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대규모 현장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대전의 한 쿠팡 물류센터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김성태 객원기자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가 이번 사안을 한·미 간 외교·통상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처음 내놨다. 사태 초반 정부·여당의 입장은 쿠팡에 대한 강경 대응에 기울어 있었는데, 미국 행정부 내에서 부정적 기류가 잇따라 감지되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청와대는 지난 18일 언론에 배포한 별도의 입장문에서 “쿠팡 사태는 전례 없는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이 발생해 관련 법령에 따라 관계 기관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한·미 간 외교·통상 이슈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미 측에도 지속적으로 이를 설명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쿠팡 사태가 국내적 사안 임을 분명히 하는 동시에 외교 현안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쿠팡 사태와 관련해 청와대가 한·미 간 현안이 아니라고 직접 선을 그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 달 전인 지난해 연휴 기간 외교·안보·통상 라인을 총 소집해 긴급 회의까지 열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기류다.

청와대는 지난달 25일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 임에도 쿠팡 사태와 관련해 관계 부처 장관 회의를 소집했다. 배경엔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엄정히 대응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고 한다.

회의엔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직접 연관되는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공정거래위원장·개인정보보호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당국자 외에도 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국정원 등 외교·통상·안보 주요 당국자들도 있었다. 당시 정부가 쿠팡 사태를 단순히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넘어선 경제 안보 현안으로 확대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부 안팎에서 나왔던 건 그래서다.

'쿠팡 하나에 온 정부가...'   (서울=연합뉴스) 김주성 기자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가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는 '쿠팡 사태 범정부 TF' 팀장인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을 비롯해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임광현 국세청장, 이억원 금융위원장, 김진아 외교부2차관,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출석했다. 2025.12.31   utzz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특히 외교부가 해당 회의에 참석한 것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도 신중한 목소리가 나왔다. “외교부의 회의 참석 자체가 정부가 이번 일을 외교 현안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여권 관계자)는 우려였다. 외교부가 내부 조율을 거쳐 조현 외교부 장관 대신 2차관이 참석하는 식으로 ‘자체 수위 조절’을 했다는 말도 나왔다.

외교부는 회의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엔 “이번 일은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보안 문제 대응 및 소비자 보호와 관련된 것으로, 통상 문제로 비화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문을 별도로 내기도 했다. 쿠팡의 모회사(Coupang, Inc.)기 미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기업이란 점을 의식,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압박하는 인상을 주지 않으려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배경훈 과학기술 부총리 주재로 열린 같은 달 29일 ‘쿠팡 사태 범정부 전담반(TF)’ 회의와 30·31일 연석 국회 쿠팡 청문회 등에도 외교부 관계자들이 계속 참석했다. 반면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회의들에 불참했는데, 관가에선 “통상 부처가 아닌 외교부가 거듭 나서는 배경이 의아하다”는 말까지 나왔다.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면담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청와대가 뒤늦게 쿠팡 사태와 관련해 국내적 사안 임을 분명히 한 데는 미국의 전방위적 압박 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여한구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달 13일(현지시간) 방미 출장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났는데, 그리어 대표는 여 본부장의 면전에서 “한국 정부가 쿠팡을 사실상 파산시키려는 것이냐”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한국 당국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뜻에서 ‘괴롭힘(Bullying)’이란 표현까지 썼다.

이어 미 국무부가 미 본토에 기반을 둔 빅테크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의 규제에 대해 “비자·금융 제재”를 포함한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힌 점도 작용했을 수 있다. 미 국무부는 지난 15일(현지시각) 향후 5년간 외교 전략을 담은 ‘전략계획(Agency Strategic Plan, 2026~2030 회계연도)’ 문서를 통해 “외국 정부와 국제 기구들이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규정을 만들고 있고, 이런 법률들은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국내외 미국인을 표적으로 삼을 수도 있다”면서 “비자·금융 제재를 포함한 모든 적절한 수단을 통해 이런 시도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정부 차원의 이런 강경한 입장은 현재 정부·여당이 주도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온라인플랫폼법 등 한국의 디지털·플랫폼 규제가 미국 기업에게 불합리하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미 조야에서 누적된 결과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쿠팡 사태가 ‘한국의 정부와 국회가 미국 기업을 공격한다’는 인식으로 미 측에 굳어진다면, 이는 언제 어느 국면이든 외교 현안으로 돌출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익명을 요구한 외교 소식통은 “자칫 트럼프 행정부에 불필요한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메시지를 세심히 관리하고 사전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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