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이른 독감(인플루엔자) 유행과 전공의 파업 종료에 따른 대형병원 혈액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대한적십자사의 혈액 보유량이 적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9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혈액 보유량(적혈구제제)은 2만1965유닛이다. 하루 평균 소요량 5022유닛을 고려하면 약 4.4일분에 해당한다.
적십자사는 혈액 수급 위기 단계를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구분하며, 혈액 보유량이 5일분 아래로 내려가면 부족 징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현재 수치는 혈액 수급 감시가 시작되는 ‘관심’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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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형 가장 부족…B형만 평균 이상
혈액형별로 보면 O형 혈액 보유량이 3.7일분으로 가장 적었다. A형은 4.0일분, AB형은 4.1일분으로 모두 5일분에 못 미쳤다. B형은 5.7일분으로 유일하게 평균 수준을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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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독감 유행이 헌혈 감소로 이어져
방학이 이어지는 1~2월은 고교생과 대학생 단체 헌혈이 줄어드는 시기로, 해마다 혈액 수급이 쉽지 않은 기간으로 꼽힌다. 여기에 이번 겨울에는 독감 유행이 예년보다 빨리 찾아오며 헌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지난해 10월 중순 독감 유행 주의보를 발령했다. 당시까지는 독감 감염자가 완치 후 한 달이 지나야 헌혈이 가능했기 때문에 헌혈 참여가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월별 헌혈자 수를 보면 지난해 2월부터 9월까지는 전년 같은 달보다 적게는 500여명, 많게는 1만2000명 이상 많았다. 그러나 독감 유행 주의보가 내려진 10월에는 1만3000여명, 11월과 12월에는 각각 1만2000명, 3000명 이상 헌혈자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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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복귀로 병원 혈액 수요 증가
의정 갈등이 마무리되고 전공의들이 복귀하면서 대형병원의 수술 건수가 늘어난 점도 혈액 보유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수술 증가에 따라 병원으로 공급되는 혈액량이 함께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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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헌혈 기준 완화…“관심 필요한 상황”
적십자사는 올해 1월 1일부터 감염병 관련 헌혈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독감 환자의 헌혈 금지 기간을 ‘치료 종료 후 1개월’에서 ‘치료 종료 시까지’로 완화했다.
혈액관리본부 관계자는 “독감에 걸렸더라도 진료가 끝나고 약 복용도 종료하면 바로 헌혈이 가능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며 “정확한 헌혈 가능 여부는 헌혈 전 문진을 담당하는 간호사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헌혈은 줄고 병원 공급량은 늘어난 상황이어서 혈액 보유량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