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은 기간이 1년 늘 때마다 취업한 후 받는 실질임금이 6.7%씩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취업 기간이 3년으로 길어지면 상용직(정규직)으로 근무할 확률도 50% 수준으로 내려갔다.
한국은행은 19일 이런 내용이 담긴 ‘청년세대 노동시장 진입 지연과 주거비 부담의 생애 영향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15~29세 청년이 겪는 구직 지연과 주거비 부담은 거시경제 측면에서도 중장기적으로 성장 기반을 약화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경제활동참가율·고용률 같은 지표상 청년층의 일자리 여건은 과거보다 나아졌지만, 노동시장 ‘첫 관문’에서 어려움을 겪는 문제는 더 심해졌다. 보고서를 보면 청년층이 첫 취업에 1년 이상 걸리는 비중은 2004년 24.1%에서 2025년 31.3%로 상승했다. 일도, 구직 활동도 하지 않는(‘쉬었음’) 청년 인구 역시 2003년 22만7000명에서 2024년 42만2000명으로 불었다.
한은은 청년층의 일자리 진입 장벽이 높아진 이유로 ▶기업 성장 사다리 약화 ▶고용 경직성으로 인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심화 ▶기업의 경력직 선호, 수시 채용 확대 등을 짚었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의 이직하는 게 쉽지 않고, 최근 경기 둔화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이처럼 청년층이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애 전반의 고용 안정성과 소득이 낮아진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노동패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과거 미취업 기간이 1년 늘어날 때마다 현재 받는 실질임금이 6.7%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20~29세를 기준으로 미취업 기간이 1년이면 5년 후 상용직으로 근무할 확률이 66.1%였지만, 3년이면 56.2%로 낮아졌다.
주거비도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을 늘리고 있다. 한은의 분석에 따르면 주거비가 1% 상승할 때 총자산은 0.04% 감소했다. 주거비 지출 비중이 1%포인트 오르면 교육비 비중이 0.18%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청년층의 과도한 주거비 부담은 생애 전반에 걸쳐 자산 형성, 인적자본 축적 등에 부정적인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재호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차장은 “오늘날 청년의 고용·주거 문제는 청년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문제”라며 “노동시장 경직성을 완화해 이중구조를 개선하는 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