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 결정으로 촉발된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19일에도 실마리를 풀지 못한 채 계속됐다. 한 전 대표가 전날 ‘당원 게시판 사태’에 대해 첫 사과를 했지만 장동혁 지도부에선 “진정성 없는 사과”라는 혹평이 우세했다.
장동혁 대표가 임명한 조광한 지명직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를 겨냥해 “악어의 눈물이 떠올랐다”며 “영악한 머리를 앞세워 교언영색, 교묘한 말과 꾸민 얼굴 빛으로 더 이상 세상을 속여서는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한 전 대표의 사과를 “진정성 없는 말장난”이라고도 했다. 한 전 대표는 전날 사과를 하면서도 윤리위원회(위원장 윤민우)의 징계 결정을 “조작이자 정치 보복”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반면 한 전 대표에 우호적인 양향자 최고위원은 “진심 그대로를 믿어줄 수는 없느냐. 적이 아닌 동지의 언어를 써야 한다”고 한 전 대표를 두둔했다.
제명안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첫 사과는 별 영향을 못 준 모양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이날 재차 “제한된 최고위원이 (한 전 대표로부터) 개인정보 동의를 받아 명확히 사실관계를 조사하자”고 제안했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객관적으로 증명된다면 저는 제 거취를 걸겠다”고 썼다.
절충안도 거론되고 있다. 지도부 인사는 “IP(인터넷 주소) 명의 도용 의혹이 있는 만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수사 의뢰가 불가피하다”며 “그 대신에 징계 수위를 낮추는 방식으로 윤리위에 재논의를 요구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라고 했다. 반면에 친한계 의원은 “당원 게시판 사태를 재검증하겠다는 건 당무감사위나 윤리위의 조사 결과가 조작됐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닷새째 단식을 이어간 장 대표의 고심은 커지고 있다. 최고위에서 제명을 확정하면 6·3 선거를 앞두고 계파 갈등이 극에 달하게 되고, 반대로 한 전 대표를 포용하면 강성 지지층의 강한 반발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장 대표는 재심 청구기한(24일)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윤리위 제명 이후 지지층 결집 현상이 나타나면서, 장 대표가 입장을 바꾸기 더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5~16일 리얼미터·에너지경제신문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일주일 전에 비해 3.5%포인트 상승한 37.0%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