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폼페이에서 베수비오 화산 폭발 이전 벽면에 남겨진 낙서와 스케치 등 79건이 추가로 확인됐다고 로이터통신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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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폭발로 멈춘 시간의 도시, 폼페이
폼페이는 고대 로마 시대 번성했던 도시로,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하면서 수 미터 두께의 화산재에 매몰됐다. 이로 인해 건물과 유물, 벽면의 낙서까지 비교적 온전한 상태로 보존됐으며, 18세기 재발견 이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고고학 유적지 가운데 하나로 꼽혀 왔다.
이번에 새로 확인된 흔적들은 도심 극장과 번화한 거리인 비아 스타비아나를 잇는 긴 복도 형태의 벽면 석고층에 새겨진 것들이다. 이 공간은 230여년 전 이미 발굴됐지만, 세월의 침식으로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웠던 흔적들이 남아 있었다.
연구진은 RTI(Reflectance Transformation Imaging·반사 변환 영상)로 불리는 디지털 스캔 기법을 활용해 여러 각도의 조명 아래에서 반복 촬영을 진행했고, 이를 통해 희미한 긁힘과 문자 흔적을 드러냈다. 그 결과 총 약 300건의 낙서와 비문이 확인됐으며, 이 가운데 79건은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기록으로 분류됐다. 새로운 영상 기술을 통해 이미 충분히 기록됐다고 여겨졌던 공간에서 뜻밖의 발견이 이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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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 스케치부터 사랑 고백까지
새로 발견된 낙서에는 두 검투사가 서로 맞붙어 싸우는 스케치와 함께 “에라토는 사랑한다…”처럼 목적어가 생략된 사랑의 고백 문구도 포함됐다. 사랑의 메모 외에도 욕설과 일상의 고백 등 당시 시민들의 감정과 생활을 엿볼 수 있는 흔적들이 다수 파악됐다.
이번 연구는 ‘복도의 속삭임(Corridor Whispers)’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의 루이 오탱, 엘로이즈 르텔리에-타이예페르, 캐나다 퀘벡대의 마리-아들린 르 겐넥 연구진이 폼페이 당국과 협력해 조사에 참여했다.
폼페이 유적을 총괄하는 가브리엘 주크트리겔 소장은 “이 기술은 고대 세계의 새로운 방을 여는 열쇠”라며, 폼페이에 남아 있는 1만 개가 넘는 문구들이 고대 사회의 삶과 감정을 전하는 “막대한 유산”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향후 사진측량 자료와 RTI 데이터, 금석문 메타데이터를 결합한 3차원 플랫폼을 구축해 낙서들을 보다 입체적으로 분석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