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정부, 지각 예산안 처리 위해 하원 표결 '패스'
헌법 특별 조항 발동…야권, 정부 불신임안 발의 예정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이미 때를 놓친 2026년도 예산안 처리를 위해 정부의 생명줄을 걸고 하원의 표결 절차를 생략하기로 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19일(현지시간) 국무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내일(20일) 재정 법안의 수입 부분에 대해 정부의 책임을 표명하기로 했다"면서 헌법 특별조항을 이용해 예산안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헌법 제49조3항은 정부가 긴급한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 국무회의 승인을 받은 법안을 총리의 책임 아래 의회 투표 없이 통과시킬 수 있게 한다. 앞서 정년 연장을 골자로 한 프랑스 국민연금 개혁안이 이런 방식으로 통과됐다.
정부가 하원의 뜻을 묻지 않고 정책을 밀어붙이는 방법이라 통상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르코르뉘 총리는 지난해 취임한 이래 야당과의 협조를 내세우며 정부 정책 추진 과정에서 이 특별 조항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약속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자신의 이 약속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이 조항을 선택한다고 해서 야권과의 "타협을 포기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26년도 예산안의 목표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재정적자 비율을 맞춰 "재정 안정성"을 찾는 것이라며 이번 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프랑스는 예정대로라면 지난해 연말 전 2026년도 예산안을 처리했어야 하지만, 야권과의 갈등으로 현재까지 필수 예산안 중 사회보장재정법만 처리한 상태다.
야권은 정부의 헌법 특별 조항 발동에 맞서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극좌 진영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마틸드 파노 하원 원내대표는 "총리는 예산안을 강행하기 위해 49조3항을 적용했다. 이 예산안에 반대하고 국회의 존엄을 위해 우리는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엑스(X·옛 트위터)에 적었다.
극우 국민연합(RN)도 엑스에 "르코르뉘가 프랑스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렸다"며 "정부 불신임이 불가피하다"고 적었다.
반면 르코르뉘 총리 측과 협상하며 예산안에서 일부 양보를 얻어낸 좌파 사회당은 불신임안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르코르뉘 총리가 야권의 정부 불신임안 발의를 예상하고도 헌법 특별조항을 발동한 건 사회당의 지지를 확보해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하원 구조상 사회당과 범여권의 표를 합하면 불신임안이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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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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