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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 압수수색, 진술은 줄줄 샌다…김병기 '난장판 수사'

중앙일보

2026.01.19 12:00 2026.01.1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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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리심판원의 제명 처분 결정 등 그간의 심경에 관한 입장을 밝히고 퇴장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배우자 이모씨의 ‘구의회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뒤늦게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2년 만이자, 사건 발생 4년 만이다. 경찰 안팎에선 “제대로 된 물증이 남아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비판도 나온다.




뒷북 압수수색

19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조진희 전 동직구의회 부의장의 주거지·사무실 및 동작구의회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 이씨가 지난 2022년 7~9월 서울 영등포·동작구 일대 식당에서 조 전 부의장의 법인카드로 159만원 이상을 사적 유용했다는 혐의와 관련해서다. 경찰은 이 의혹을 2년 전 처음 인지했지만, 이씨를 입건도 하지 않고 내사 종결한 바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통화에서 “지금이라도 압수수색을 하는 게 절차상 필요한 일이지만, 유의미한 자료가 남아있을지는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경찰이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 부인의 업무추진비 유용 의혹과 관련해 동작구의회 등을 압수수색 중인 19일 서울 동작구의회에서 경찰 관계자들이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4일에 진행한 압수수색과 관련해서도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김 전 원내대표 부부가 비밀 금고에 현금·귀중품을 보관해뒀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했다. 하지만 금고 위치를 파악하지 못해 결국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또 김 전 원내대표 차남의 숭실대 특혜 편입 의혹과 관련해선 경찰이 편입을 도운 의혹을 받는 이지희 동작구의회 부의장의 컴퓨터에서 입시 관련 자료를 발견했지만, 영장 범위 문제로 압수하지 못했다. 이후 임의 제출을 요구했지만 이 부의장 측에서 이를 거부하는 일도 벌어졌다. 결국 경찰은 하루가 더 지나서야 자료를 임의제출 받았다. 경찰은 또 편입 요건 충족을 위해 차남을 중소기업에 특혜 취업을 시켜줬다는 의혹과 관련해 해당 기업 대표 정모씨를 지난주에서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경찰은 의혹의 중심에 있는 김 전 원내대표는 아직 소환 조사하지 않았다. 김 전 원내대표는 법인카드 유용 등을 포함해 총 13개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경찰은 19~20일 고발인(시민단체) 조사를 진행한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혐의가 친고죄도 아닌데 고발인 조사로 시간을 허비하면서 시간을 벌어주는 것에 대해 경찰이 미숙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피의자인 김 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에 대해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하며 “나는 의혹에 대해 다 해명할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출국 못 막고 시간 벌어주기

경찰이 ‘늑장 수사’ 비판을 받는 지점은 압수수색 뿐만이 아니다. 강선우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천용 뇌물 1억원을 수수한 의혹 사건에 대해선 경찰의 수사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경찰 관계자)는 평가도 나온다. 관련 의혹은 지난해 12월 29일 강 의원이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이틀 뒤 김경 시의원은 미국으로 출국했다. 경찰은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지난 5일 ‘입국 시 통보’ 조치를 신청하고, 조속한 귀국을 종용했다.

김경 서울시의원이 지난 11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김 시의원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국제가전박함회) 행사장에 나타났다. 보란 듯이 한 대기업 간부와 엄지손가락을 올리고 사진도 찍어 올렸다. 이어 7일 오후에는 텔레그램 계정을 탈퇴해 증거 인멸 의혹도 불거졌다. 휴대전화를 바꿨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김 시의원은 11일에서야 귀국했지만 경찰은 3시간30분 가량만 조사하고 돌려보냈다. 외려 김 시의원은 지난 18일엔 경찰에 출석하면서 “수사 결과를 지켜 봐달라”며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시의원 측은 “경찰에 최대한 협조하는 차원”이라며 업무용 PC와 태블릿 등을 15일 임의 제출했다. 모두 시의원 당선 후 시의회가 지급한 물품이라, 사용 시점이 사건 이후다. 경찰이 김 시의원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선 김 시의원이 실거주 하는 곳으로 추정되는 서초구 아파트를 제외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에 대해 경찰은 “필요 시 추가 수사를 진행하겠다”고만 밝혔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경 측이 수사 기관을 우습게 여길 수 밖에 없도록 경찰이 허술하게 수사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진술 엇갈리는 사이 피의자는 대비 시간 확보

물증 확보에 사실상 실패하는 사이 피의자들 진술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18일 경찰은 돈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김 시의원과 관련성을 부인해온 강 의원의 전 사무국장 남모씨를 소환 조사했다. 김 시의원은 처음엔 의혹 자체를 부인했다가 갑자기 입장을 바꿨다. 뇌물을 처음 제안한 게 남씨이고, 강 의원이 있는 자리에서 뇌물을 줬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제출하면서다. 하지만 남씨는 뇌물이 오갔는지 자체를 모른다고 반박한다. 강 의원과 함께 2022년 김 시의원을 만난 적은 있지만 잠시 자리를 비웠고, 이후 강 의원의 지시로 정체 모를 물건을 차에 옮긴 적만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실 게임 양상이 벌어지는 가운데 경찰은 전날 김 시의원의 거부로 남씨와의 대질 조사도 진행하지 못했다.
무소속 강선우 의원의 전직 보좌관 남씨가 경찰 조사를 위해 17일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TV 캡처

피의자 진술은 수사 기밀에 해당하지만, 대부분 언론 보도로 공개됐다. 공공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시의원 측에서 유리한 것만 언론에 흘리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 수사를 훼방 놓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김 시의원 측 변호사들은 “경찰 쪽에서 흘러나오는 내용들이 아니겠느냐”는 입장이다. 김 시의원은 전 서울청 수사심사관 등 경찰 출신 변호사 2명을 선임해 수사 대응 전략을 구상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경찰은 오는 20일에서야 강 의원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지 20일 만이다. 검사 출신인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진술 내용이 조목조목 나오면서 강 의원이 이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럼에도 경찰은 한참 뒤에야 강 의원에게 조사를 받으러 오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결국 김경 시의원 공천에 누가,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가가 핵심인데, 진실 공방을 하느라 핵심 의혹에 대해선 접근도 하지 못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경찰 수사력, 겨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이와 관련 경찰 안팎에서는 “일부러 여권 봐주기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찰 관계자는 “지금 경찰의 수사는 피의자들이 증거를 빼돌리거나 인멸하기에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수준”이라며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한없이 느려지고 무뎌지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일선서 소속 경감도 “경찰의 수사력이 겨우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서울시 서대문구 경찰청. 연합뉴스

한편 서울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지난 16일에서야 총 10명 규모의 수사지원계를 새로 만들어 김병기·강선우 의원 의혹 관련 수사에 투입했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1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수사를 속도감 있게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재.김예정([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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