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4900선을 돌파하며 여권이 약속한 ‘코스피 5000’을 향해 질주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웃지 못했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1480원에 육박한 탓이다. 그동안 고환율 문제에 말을 아끼던 민주당 지도부는 결국 이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코스피 5000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견고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국민 저력이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라면서 “하지만 고환율로 인한 시장과 국민 우려가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압박은 민생 경제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며 “설 명절 물가 안정 등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그간 환율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자는 게 민주당 내 기류였다. 지난 13일 민주당 의원 약 40명이 참석한 경제 공부 모임 ‘경제는 민주당’에 강연자로 참석한 홍성국 민주당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은 통화에서 “환율 문제를 국회가 꺼내긴 어렵다”며 “최근 당내 강연에서 의원들에게 (환율로) 너무 호들갑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심리적인 거니까 괜히 언급하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했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환율 언급을 하지 말란 얘길 지도부가 한 적은 없지만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강력하게 개입하겠단 의지를 밝혔으니 정부 대책을 지켜보자는 기조”라고 했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1410원대를 기록한 원-달러 환율은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인 지난해 4월 8일 1487원대까지 치솟았다. 2024년 12월말 노종면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내란 세력 버티기에 환율이 1480원까지 치솟았다”며 “탄핵을 통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만이 무너지는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 박경미 대변인도 “헌재 탄핵 선고일이 지연되자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했다”며 “계엄과 탄핵, 윤석열 체포와 구속 취소 등 일련의 정치적 상황이 주가와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기 전 고환율 문제를 강력 비판한 전력 때문에 민주당이 환율 문제를 공개 거론하는 것이 부담될 수 있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중진인 이인영 의원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에 “지금의 환율 상승은 과거 외환위기와는 다르다. 그러나 환율이 오를 때마다 가장 먼저 흔들리는 것은 늘 서민의 삶”이라고 적었다. 이 의원은 “새해가 시작된 지 보름도 안 돼 다시 1500원 앞까지 다가섰다”며 “수입 기업과 내수·중소기업, 서민 가계엔 직접적인 부담이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 에너지, 식료품값이 오르고, 그 부담은 곧 장바구니 물가와 생활비로 되돌아온다”고 지적했다. 한 초선 의원은 “정부 대응을 믿고 환율 안정세를 기대하고 있지만, 환율이 물가에 영향을 주고, 원자재나 부품 수입 기업의 부담이 느는 등 불확실성이 커져 우려된다”고 했다.
민주당은 입법적 대응책도 찾고 있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의원은 “해외 배당금을 국내로 들여오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해외법인 익금불산입 비율을 상향하는 법안, 해외 주식을 매도해 국내 주식 매입 시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 등을 추진 중”이라며 “야당도 크게 반대하지 않아 2월 처리가 목표”라고 했다.
고환율은 이제 국민의힘의 공격 포인트로 떠올랐다. 최수진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19일 “정부의 무리한 확장 재정과 잘못된 경제정책, 여기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밥상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에 “돈을 퍼붓고 쏟아서 무작정 코스피 5000만 만들면 되는 것이냐”며 “여전히 이재명 대통령은 환율을 말하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청와대에 ‘환율 최고책임자’라도 신설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