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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400만원에 365일 근무…현대차 생산직 '아틀라스 공포'

중앙일보

2026.01.19 12:00 2026.01.1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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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울산공장 내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라인에서 현장 근로자가 차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
“정년이 5년 남은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현대차 생산직원 A씨는 최근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본 뒤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이미 공장 내 품질검사(QC)·부품이동 등에 로봇팔이나 자동화 기계가 사용되고 있다. 엔진을 제 위치에 올리고 변속기를 끼우는 등 구석구석 사람의 손이 필요한 ‘의장 공정’ 만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마저도 대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나는 운 좋게 이대로 퇴직하지만, 후배들은 큰일이다 싶다”고 말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피지컬 인공지능(AI)의 ‘현장 취업’이 가시화하면서 현대차그룹 내부에선 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기술 혁신으로 생산성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란 산업계의 기대와 달리, 생산직 직원들 사이에선 ‘미래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6)’에서 아틀라스를 공개해 ‘최고 로봇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산업 생산성을 끌어올릴 거란 기대감으로 현대차 주가도 연일 급등하고 있다.

아틀라스는 대부분의 관절을 회전할 수 있어 사람 노동자보다 가동성이 높다. 대부분의 작업을 하루도 안 걸려 익히고, 체력(배터리)이 고갈될 땐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배터리를 갈아 끼운 뒤 작업현장으로 복귀한다. ‘24시간 365일’ 생산라인을 가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그룹은 아틀라스를 2028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의 부품 분류 작업 등에 먼저 투입한 뒤, 2030년부터는 조립과 다른 제조 작업까지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회사 측은 “아틀라스가 단순 반복, 고중량, 고위험 작업을 맡으면 인간 작업자는 윤택한 환경에서 고부가가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근로자들의 속내는 이와 사뭇 다르다. 현대차그룹 산하 한 노조간부 B씨는 “최근 노조 사무실로 ‘로봇 투입을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도 제법 온다더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소비자가전쇼(CES) 2026에서 자동차 부품 옮기는 모습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 현대차그룹
경기 광명시 '기아 오토랜드 광명' 공장 내부 모습. 이곳은 1973년 국내 최초의 컨베이어 벨트 방식 일관 공정 종합 자동차 공장으로 출발했는데, 로봇팔(협동로봇)이 조립을 하는 공장으로 탈바꿈했다. 광명=고석현 기자
현대차가 공장별 생산성을 공식 공개하지는 않지만, 사업보고서·지속가능성보고서 등을 통해 차량생산량과 직원 수를 역산하면 한국 공장은 생산직원 1인당 연간 44대를 생산해, 생산성이 미국 공장(84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아틀라스를 미국 공장 생산라인에 배치하기로 한 만큼, 국내 도입도 돌이킬 수 없는 수순으로 보인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의 인건비는 1인당 1억3000만원 수준인데,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간 유지비는 대당 1400만원 수준”이라며 “생산직 10%만 휴머노이드가 대체해도 연간 손익 개선 효과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인간은 8시간만 일하고, 로봇은 18시간을 일하는데, 설비투자비(CAPEX)·인프라 투자를 제외하더라도 손익 개선 효과가 명확하다”고 짚었다.

실제 휴머노이드 로봇은 글로벌 자동차업계에 속속 자리잡아가고 있다. 테슬라는 파일럿테스트를 끝내고 올해 ‘옵티머스’를 공장 내 단순 반복 작업에 투입할 예정이다. 독일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2024년 각각 피규어AI의 ‘피규어01’과 앱트로닉의 ‘아폴로’를 생산라인에 투입했다.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불안감은 자동차를 넘어 전체 산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포스코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기업은 물론, CJ대한통운 등 물류기업까지 피지컬AI 도입을 서두르고 있어서다. 당장은 선박용접, 용광로 제어 등 고강도·위험 작업을 중심으로 로봇을 투입하고 있지만, 사람의 자리를 대체하는 건 시간 문제라는 전망이 많다.

CJ대한통운과 레인보우로보틱스가 개발한 물류용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을 시연 하는 모습. 뉴스1
한화오션에서 선박 용접작업을 하는 협동로봇 모습. 사진 한화오션
노조도 무조건 반대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현대차그룹 한 회사 노조 관계자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고, 위험하거나 사람 작업자들이 기피하는 작업에 로봇을 적절히 활용하면 노동자들의 건강권도 확보할 수 있다”면서도 “정년 연장, 신규인력 충원 등 다양한 이슈가 있는 만큼 사측과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고용 유지를 위해 속도 조절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규백 한국GM 노조지부장은 “자동차 업계 전반적으로 용접작업의 경우 이미 90% 넘게 기계가 한다. 많은 공정이 자동화됐고, 사람 터치가 꼭 필요한 공정만 남았지만 AI와 로봇의 대체 속도는 좀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완전한 산업 전환으로 자리 잡으려면 보완적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도입이 오히려 회사와 인간 노동자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현대모비스 사외이사를 지낸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2000년대 현대차그룹이 부품 하나하나를 통제하는 아날로그 방식을 버리고, 시스템을 하나로 묶은 ‘디지털 모듈 방식’을 도입한 뒤 토요타 품질을 따라잡을 수 있었다”며 “피지컬 AI가 도입된다고 무조건 일자리를 잃는 게 아니다. 단순노동보다 상상하고 혁신하는 방향으로 일하는 방식이 바뀌는 것이다. 노조가 앞으로 임금보다 ‘일하는 방식’을 협상해서 성장 기회를 잡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로봇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되며 전 거래일보다 16.22% 오른 48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이 98조원을 넘어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코스피 3위로 올라섰다. 직전 거래일에 비해 두 계단 오른 것이다.



고석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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