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약국계 다이소? 생각보다 안 싸요"…그래도 '창고형' 찾는 이유

중앙일보

2026.01.19 12:00 2026.01.19 12:3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 18일 오후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손님들이 약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약을 구매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 18일 오후 1시 광주광역시 서구 쌍촌동의 한 창고형 약국. 약국에 들어선 손님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매대를 돌며 약을 고르고 있었다. 손님들은 수십 개씩 진열된 비슷한 종류의 약을 보며 휴대전화로 효능 및 성분을 검색하거나 약사에게 상담을 요청했다.

이 약국은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은 취급하지 않고,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반려동물 의약품 등 4000여개 품목을 판매하고 있다. 약사 5명과 직원 4명 등 9명이 교대로 근무한다. 손님이 요청하면 제품 설명과 함께 건강 상태에 따른 제품 추천 등을 해준다.

약사와 상담을 마친 박영수(54)씨는 “동네 약국에서 추천해주는 영양제를 주로 구매했는데, 창고형 약국은 와보니 종류가 다양해 직접 고를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창고형 약국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가격이 크게 저렴하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창고형 약국 대표약사는 “가격 차별화 보다는 영업시간인 자정까지 소비자가 다양한 제품을 직접 비교·선택할 수 있는 게 창고형 약국의 장점”이라고 했다.
지난 18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지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손님들이 약을 구매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지난 9월 개점한 이 약국은 262㎡(약 76평) 규모의 광주지역 첫 창고형 약국이다. 두번째 창고형 약국은 광산구 수완지구에 760㎡(약 230평) 규모로 지난 10월 개점했다. 수완지구 내 창고형 약국은 대형마트처럼 고객이 직접 카트 끌고 매장 다니며 약 고를 수 있는 개방형 구조다. 최근 주말 하루 평균 600명가량의 손님이 찾고 있다고 한다.

이들 창고형 약국은 개점 전 약사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광주시약사회는 “대형 매장에서 약을 생활용품처럼 구매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약물 오남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창고형 약국이 들어서면 700여개의 광주 지역 약국 생태계가 무너지고, 동네 단위의 보건 안전망이 무너질 것”이라며 반발했다.

약사회의 반대에도 창고형 약국의 개점을 막을 수는 없었다. 약국 개설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돼 위법 사항이 없는 한 각 지자체가 개설을 제한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약사회의 민원으로 관련 법을 검토해봤지만, 지자체가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지구의 한 창고형 약국에서 손님들이 약사에게 상담을 받으며 약을 구매하고 있다. 황희규 기자

최근 대형마트도 창고형 약국의 입점을 검토하고 있어 찬반 논란도 일고 있다. 광주시약사회는 최근 롯데쇼핑 등에 공문을 보내 롯데마트 맥스 광주상무점의 창고형 약국 입점 계획 재검토를 전제로 한 간담회를 요구했다.

광주시약사회는 공문을 통해 “롯데마트가 지역사회와 의료·보건 전문가와의 충분한 협의 없이 창고형 약국을 도입하려는 것은 단순한 점포 운영의 문제를 넘어 보건 안전과 공공의료 체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했다.

창고형 약국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도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 절차를 마무리하고, 약국 명칭·광고에 대한 단속에 나설 예정이다. 개정안에는 약국이 ‘최대’, ‘최고’, ‘마트형’, ‘특가’ 등 소비자를 오인·유인할 수 있는 명칭과 광고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황희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