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는 라면, 김천은 김밥 등 여러 지자체들이 지역과 연관이 있는 먹거리로 홍보에 나선 가운데 칠곡은 ‘돈까스’로 승부수를 던졌다. 칠곡은 주한미군을 통해 일찌감치 경양식 돈까스가 널리 보급된 곳이다.
칠곡군은 지난달 7일 왜관읍 카페파미에서 ‘돈까스 대전’을 개최했다. 40여 년 전통을 이어오는 한미식당을 비롯해 아메리칸레스토랑, 포크수제돈까스, 쉐프아이가 등 이른바 ‘칠곡 돈까스 4대 천왕’이 처음 한자리에 모인 대회였다. 카페파미는 지역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운영하고 이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돈까스 대전에는 25명의 평가단이 참여해 어느 음식점에서 만든 것인지 밝히지 않고 맛보게 한 뒤 평가하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 방식으로 진행했다. 평가단은 맛과 식감, 밸런스(균형) 등 세 가지 항목을 평가했다. 칠곡 할매래퍼 그룹 ‘수니와 칠공주’의 랩 스승으로, 칠곡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래퍼 슬리피도 평가단으로 참가했다.
평가 결과는 무승부였다. 평가단은 “네 곳 가게가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있고, 각기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며 무승부를 선언했다. 각 음식점이 평가단에 받은 점수도 공개하지 않았다.
돈까스 대전 이후 높아진 관심은 매출 증가로 연결됐다. 대회에 출전한 ‘쉐프아이가’는 최근 약목면 경로당에 170만원 상당의 새우볶음밥 간편식을 기증하기도 했다.
칠곡에 유독 돈까스 맛집이 많은 이유는 1950년대 주한미군이 왜관역 인근 캠프캐롤 기지에 주둔하기 시작한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당시 여러 식당들이 미군을 주 고객으로 삼아 문을 열었고, 이후 서양식 조리법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바꾼 돈가스 메뉴들이 탄생했다.
28년째 미군 부대 앞을 지키고 있는 ‘아메리칸레스토랑’이 대표적인 사례다. 1990년대 경양식 감성을 가장 잘 보존한 아메리칸레스토랑은 양파와 채소를 푹 고아 만든 소스로 “옛날 돈가스의 향수를 그대로 간직했다”는 평을 받았다.
또 현지인 추천 맛집으로 알려진 ‘포크수제돈까스’는 소금 절임부터 소스·양파샐러드까지 직접 만드는 방식으로 옛 스타일을 고수한다. 택시 기사들이 관광객에게 자주 추천하는 집으로 유명하다.
칠곡군은 지역 고유의 스타일을 간직한 돈까스 가게들을 앞세워 칠곡을 ‘돈까스 성지’로 만들고, 돈까스 성지 순례를 하는 전국 마니아들을 대거 유치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지역의 음식 문화는 미군 주둔 시절부터 이어져 온 역사적 흐름 속에서 형성돼 왔다”며 “대경선 개통으로 접근성이 높아진 만큼 많은 분들이 칠곡을 방문해 지역의 맛과 문화를 직접 경험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