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록펠러센터와 코리아타운. 간편한 샐러드바나 패스트푸드점 대신 군고구마 오븐 앞에 직장인들이 길게 줄을 섰다. 한 직장인은 뜨거운 고구마를 반으로 갈라 들며 “마시멜로 맛이 난다. 이렇게 달 줄 몰랐다”고 말했다. 뉴욕 미드타운에서 아무 양념도 없이 구운 고구마 한 개로 점심을 해결하는 이른바 ‘네이키드 스위트 포테이토(naked sweet potato)’가 인플레이션 시대 직장인들의 상징적인 점심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뉴욕포스트가 19일(현지시간) 전했다. 물가 부담 때문이다.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년 대비 2.7%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했음에도 연준의 물가 목표치(2%)를 웃도는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점심값이 치솟은 미드타운의 델리·마트·길거리 노점에서 파는 군고구마는 2~3달러(약 3000원)에 불과하다. 맥도날드 세트가 5~11달러, 샐러드 한 접시가 20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셈이다. 매체는 이런 이유로 고구마 한 개로 한 끼를 때우는 선택이 직장인들 사이에서 “‘인플레 회피 메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줄리앤코, H마트, 듀크 이터리, 미즈논 등 노점과 푸드코트에서는 점심시간마다 군고구마가 빠르게 동나 줄서기가 일상화됐다고 한다.
군고구마의 맛과 포만감, 건강한 이미지도 직장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매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달콤한 자연 캐러멜화 풍미에 포만감이 높고, 베타카로틴·비타민C·칼륨 등 영양까지 갖춘 음식”이라며 현지 소비자들이 “값싸고 건강한 점심”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goguma’, ‘sweetpotato’란 해시태그와 함께 군고구마 먹방과 조리법 영상이 확산 중이다. 20일(한국시간) 기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고구마 관련 게시물만 약 349만개에 달한다. 한국과 일본·중국에선 흔한 겨울 간식이 서구권에선 ‘힙한 미니멀 식사’로 재해석된 모습이자, 점심 물가 폭등을 보여주는 새로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