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지 성분 혼입 논란이 불거진 애경산업 '2080치약' 수입 제품의 87%에서 금지 성분이 검출됐다. 반면 국내 제조 제품에서는 해당 성분이 모두 검출되지 않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일 서울 양천구 서울지방식약청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사 대상은 중국 도미(Domy)사가 2023년 2월부터 제조해 애경산업이 국내에 들여온 2080치약 6종과 애경산업이 국내에서 제조한 2080치약 128종이다. 식약처는 관련 논란이 제기된 뒤 이들 치약 134종을 수거해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수입 치약 6종의 870개 제조번호 가운데 754개 제조번호 제품(86.7%)에서 금지 성분인 '트리클로산'이 최대 0.16%까지 검출됐다. 식약처에 따르면 문제가 된 수입 제품의 시중 유통 물량은 약 2900만 개로, 애경산업이 애초 밝힌 유통량(2500만 개)보다 400만 개 많다. 애경산업이 국내에서 제조한 2080치약 128종에서는 트리클로산이 검출되지 않았다.
수입 치약에서 트리클로산이 검출된 원인은 도미사가 2023년 4월부터 치약 제조 장비의 소독·세척 과정에서 트리클로산을 사용한 데 따른 것으로 조사됐다. 신준수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제조 장비에 잔류한 트리클로산 성분이 치약 제품에 섞인 것으로 확인됐다"며 "작업자별로 소독·세척액 사용 여부와 사용량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제품별 잔류량이 일관되지 않게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식약처가 애경산업에 대해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회수에 필요한 조치가 지연되는 등 회수 절차를 제때 지키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의약외품 수입자는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유통 중인 제품을 회수하거나 회수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아울러 ▶해외 제조소에 대한 수입 품질관리 미비 ▶트리클로산이 섞인 수입 치약의 국내 유통 등이 확인돼 식약처는 애경산업에 대한 수입 업무 정지와 같은 행정처분 절차 등을 진행할 계획이다.
트리클로산은 제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한 보존제 성분으로, 국내에서는 2016년부터 구강용품에 사용이 금지됐다. 다만 이번에 트리클로산이 검출된 수입 치약 제품에 대해서는 전문가 자문 결과 인체 위해 우려는 낮은 수준으로 평가됐다. 트리클로산은 체내에서 빠르게 배출돼 축적 우려가 낮고, 유럽 등 해외에서는 0.3% 이하를 안전한 수준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자문에 참여한 김규봉 단국대 약학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유럽과 미국 등 주요 국가의 규제 기관은 트리클로산 0.3% 이하 제품을 위해 우려가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검출된 최대치인 0.16%는 기준치(0.3%)에 미치지 않아 지금 노출 수준으로는 위해 평가가 우려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도미 사는 문제 발생 이후 트리클로산 사용을 중단했다. 또 애경산업 외 치약 생산을 맡긴 국내외 업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식약처는 수입 치약의 트리클로산 검출에 따른 국민 우려를 고려해 관리·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최초 수입과 판매 단계에서는 트리클로산 성적서 제출과 제조번호별 자가품질검사를 각각 의무화한다.
유통 단계에서는 식약처가 매년 모든 수입 치약을 대상으로 트리클로산 함유 여부를 전수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위해한 의약외품 제조·수입으로 취득한 경제적 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식약처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치약 등 의약외품 안전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