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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좌관은 ‘서류가방’에 폭발했다…김병기-쿠팡 오찬 때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26.01.1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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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지의 비밀'을 공개합니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번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청와대와 국회는 모두 1번지입니다. 우리는 1번지와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우리가 접하는 정치 현상은 정치인들의 노출된 말과 행동이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말과 행동은 대부분 그 이면에 흐르는 관계의 부침이 낳은 결과입니다.

‘1번지의 비밀’은 밀착 취재를 통해 무대 뒤의 이야기를 캐내보려 합니다. 그렇다고 단순히 흥미를 위한 ‘카더라 통신’은 아닙니다. 뒷이야기가 결국 무대 위의 이야기를 좌우한다면, 그 역시 독자들에게 알려 마땅한 일일 겁니다. 때론 심연에 닿지 못할 수도 있겠지만, 중앙일보 정치부는 그 알려야 할 ‘비밀’을 찾아 나서보려 합니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333
김병기 의원이 지난해 11월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보좌진에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의 중진 의원과 대한변협 회장, 쿠팡 상무의 오찬 회동과 관련해 텔레그램으로 보고를 받는 모습. 상설특검 임명 이틀 차인 이날 상설특검 추천기관 중 한 곳인 대한변호사회장과 법사위 중진의원, 수사대상인 쿠팡의 임원과 함께 오찬을 진행하는 것이 ‘부적절’하다 라는 내용이다. 뉴시스

“김병기 의원이 박대준 전 쿠팡 대표를 만날 당시, 서류 가방을 들고 갔다. 나는 그와 5년을 함께했지만 약속 장소에 서류 가방을 들고 간 걸 본 적이 없다.”

김병기 의원의 전직 보좌진 K의 주장이다. 그는 지난해 9월 5일, 여의도 한 호텔에서 이뤄진 오찬에서 김 의원이 전직 보좌진 K, L에 대한 음해성 자료를 박 전 대표에게 직접 넘겼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의원이 우리의 재취업을 망치기 위해 일부러 박 전 대표와 미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당신, 지금 불법행위에 동조하는 거야!”
이후 궁지에 몰렸다고 생각한 K는 박 전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외쳤다. 하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나는 아무 자료도 보지 않았다”는 말만 들려왔다. K는 쿠팡을 제 발로 걸어 나왔고, 구직 활동 끝에 한 법무법인에서 ‘출근하라’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런데, 그 취업도 이유 없이 돌연 엎어졌습니다.” K가 ‘너 죽고 나 죽자’식 전면전에 불을 댕긴 이유다. 그래서 지난해 12월 한 달간 김 의원과 관련해 ▶KAL 호텔 숙박권 무상 이용 ▶부인·며느리·손주 공항 의전 특혜 ▶강선우 의원과의 ‘공천헌금’ 논의 ▶부인의 법인카드 유용 은폐 등 대형 의혹이 쉴 새 없이 언론 보도를 통해 터져나왔다. 보좌진들은 “재취업을 하는 족족 김 의원이 뒤에서 손을 썼다. 우리는 싸우는 것 외에 길이 없다”고 토로한다. “국정원 출신인 김 의원이 주변 네트워크를 이용해 우리의 행적을 계속 추적해 왔다”는 것이다.

김병기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였던 지난해 7월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쿠팡 서초1캠프를 방문, 박대준 쿠팡 대표이사와 대화를 나누는 모습. 뉴스1

하지만 김 의원은 이를 전면 부인한다. “갑질은 지들이 다 해놓고, 이제 와 나를 죽이려고 음해성 제보를 한다”고 주변 기자들에게 토로했다.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며 ‘맛도리방’의 대화 캡처를 성탄절 아침 페이스북에 공개하며 맞대응하기도 했다. 그는 한때 K에게 ‘네가 근거 없는 제보를 하고 다닌다는 의혹이 있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정녕 나를 음해하지 않았다면, 법적 효력이 있는 내용증명요구서를 첨부하라’는 취지 요청도 했다. K는 “당신이 나를 안 건드리면, 나도 당신을 안 건드린다”고 답했지만, 김 의원에게 아무런 답이 오지 않았다고 했다.

둘도 없던 동지적 관계가 서로의 파멸을 사주하는 지경으로 치달은 이유는 딱 하나. 상대가 뒤끝을 부려 내 앞길을 막을 것이라는 끝없는 ‘의심’ 때문이었다. K와 L이 공개한 자료에서는 그들이 한때 김 의원의 특혜·갑질을 위해 최일선에서 활약한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저희 의원님이 칼 호텔 투숙권을 받으신 것 같아요. 가능한 날을 알아봐줄 수 있나요” “엑스트라 베드 부탁드리겠습니다”.

어쩌면 김병기 의원실의 비극은 그들이 함께 행복했던 시절에 이미 예고됐던 것인지도 모른다. 분노를 품은 결별은 종종 이전보다 더 질긴 악연의 카르마(karma·업보)로 되돌아온다.

※김병기 의원과 전직 보좌진의 어긋난 인연의 시작과 끝을 아래 링크에서 이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보좌관은 ‘서류가방’에 폭발했다…김병기-쿠팡 오찬 때 무슨 일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8866

“김병기 감방 보내는게 내 목표” 그 보좌관 결혼 주례가 김병기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7196




강보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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