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4년간 20조” vs. “연간 8.8조씩”…속도에 묻힌 행정통합 "졸속"우려

중앙일보

2026.01.19 22:24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전·충남, 광주·전남 등을 중심으로 행정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은 20일 "통합 지방정부 재정 TF를 구성한다"며 "1월 중 신속히 1차 회의를 개최하고, 통합 지방정부 재정지원 세부방안을 속도감 있게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경남, 대구·경북도 통합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통합을 둘러싸고 지역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합 인센티브를 놓고 반발이 나오고 통합 명칭 논란도 일고 있다. 여론 수렴 절차가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을 추진하지 않는 자치단체는 형평성을 문제 삼기도 한다. 행정 통합의 5대 쟁점을 살펴봤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 동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광주·전남 행정통합 시민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연합뉴스


"4년간 20조원" vs. "연간 9조씩"


①행정 통합 인센티브(특례) 논란=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16일 “통합특별시 2곳에 각각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20조원 수준의 파격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를 부여하겠다”며 “부단체장 수를 4명으로 확대하고 직급도 차관급으로 상향하겠다”고 했다. 현재 서울시는 행정1·행정2·정무 등 세 명의 부시장이 있다. 정부와 민주당은 이런 내용이 담긴 행정 통합 법안을 다음달 설 연휴 전에 국회 통과를 목표로 만들고 있다. 6월 3일 지방선거에 통합단체장을 선출하고 7월 통합단체를 출범시킨다는 목표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장우·김태흠 "우는 아이 달래는 수준의 사탕발림"

하지만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는 “우는 아이 달래는 수준의 사탕발림”이라고 비판했다. 양 시도지사는 “당초 대전과 충남이 마련한 통합 특별법에 따르면 조세권 이양으로 연간 8조8000억원 정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게 돼 있다”며 “4년간 20조원만 지원하는 것과 차이가 너무 크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성일종(서산·태안) 의원도 “행정 통합의 가장 큰 의미는 지방정부에 조세권 보장과 중앙정부의 권한 이양”이라며 “4년간 한시적 지원은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부산시·경남도 역시 "일시적·단편적인 특례를 넘어서는 포괄적인 권한 이양과 실질적 자치권의 법적·제도적 보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광주·전남은 환영했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정부의 통 큰 결단에 시·도민과 함께 깊이 환영한다”고 했다. 광주·전남지역 국회의원들도 보도자료 등을 통해 20조원 재정 지원에 대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지난 14일 오후 충남도청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정책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인센티브로 줄 20조원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도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통합지방정부 재정 지원TF에서 세부 방안을 논의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정현(대전대덕) 대전시당위원장은 “연간 지원액 5조원 가운데 1조원은 권한이양, 나머지 4조원은 순수산 재량사업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광주전남특별시vs.전남광주특별시


②통합시 명칭 논란=통합 광역단체 이름을 놓고도 의견이 갈린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6일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 지역발전 특별위원회를 열고 가칭 '충청특별시'를 출범시키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 황명선 특위 상임위원장은 "명칭은 공론화를 통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지난 16일 오전 시청 브리핑룸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에 이장우 대전시장은 "대전은 충청권의 수부 도시이며 광역시로서의 위상이 확고하고 전통이 있다"며 "약자로 대광시, 충대시라고 부르지 말고 대전·충남특별시라고 불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합시 이름에 대전이 사라지면 지역 정체성도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광주·전남에서도 통합 자치단체 명칭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남도의회는 ‘광주전남특별시’가 아닌 ‘전남광주특별시’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 19일 충북도청에서 정부의 행정통합 지역 대규모 재정 지원에 대한 의견을 밝히고 있다. 사진 충북도


"통합법안 부실하면 주민의견 묻겠다"

③여론수렴은 어떻게=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난 19일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합동 공청회를 전남 영암군 영암청소년센터에서 열었다. 주민들은 “중대한 사안인 만큼 속도전보다 주민투표 등을 통해 충분히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기우식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사무처장은 “속도전을 하더라도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절차가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정록 전남대 지리학과 교수는 “공청회가 급조된 탓에 여러 말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충남도 사정은 비슷하다. 더불어민주당이 각 시군구에서 공청회 등을 열고 있지만, “의견 수렴 기간이 촉박하고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주민투표로 시민 의견을 물어라”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통합 법안이 부실하고 대전 정체성이 훼손된다면 주민에게 의견을 묻겠다”고 했다.
대전·충남 교육감 출마 예정자들이 지난 13일 대전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행정통합 출범 시 교육 분야만큼은 복수 교육감제로 운영돼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행 주민투표법에 따르면 행정통합 등 국가사무의 경우 자치단체장에 주민투표권이 없다. 다만 행안부장관에게 주민투표를 요구할 수는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대전·충남 행정통합 중단 및 주민 소통 요청에 관한 청원’에 20일 현재 1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청원은 게시 후 30일이내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소관 상임위에 공식 회부된다.



복수 교육감제 유지 청원도

④자치구와 교육 행정은 어떻게=대전 5개 자치구 구청장들은 지난 15일 한자리에 모여 "행정통합 특별법안에 재정 자주권 확보와 도시 관리 권한 이양, 조직·인사 자율성 확대를 핵심 과제로 넣어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촉구했다. 현재 취득세·레저세·담배소비세·자동차세 등 일부 세금 징수 권한은 시·군에 있지만, 자치구에는 없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통합 관련 법안에는 자치구가 요구하는 세제개편안이 담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충남 행정 통합을 반대하는 트럭 시위가 지난 12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충남대 정문 인근에서 열렸다. 김성태 객원기자
김영진 전 대전대 교수, 오석진 전 대전교육청 교육국장 등 대전과 충남에서 교육감 출마가 거론되는 8명은 최근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에 복수교육감제 유지 공동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대전은 광역도시로 신도심 과밀학급 해소, 구·신도심 간 교육격차 완화가 주요 과제인 데 반해 충남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 소멸 위기 대응, 도서·벽지 교육격차 해소”라며 “이처럼 상이한 교육적 처방이 필요한 두 지역을 단 한 명의 교육감이 책임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맹수석 전 충남대 법학대학원 교수와 강재구 건양대 의과대학 교수 등은 ‘1통합특별시 1교육청’을 촉구하고 있다.

박정현 위원장은 “법안에 교육감 선출 방식은 ‘통합교육감’을 원칙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에서 이번만이라도 대전과 충남 개별로 복수교육감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 현재 교육부 등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광주·전남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초대 통합특별시장과 통합교육감을 1명씩 선출하는 것에 합의했다.

대전시교육청공무원노조와 대전교사노조, 충남도교육청노조와 충남교사노조가 대전시청 앞에서 행정통합 졸속 추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충북·강원 "왜 소외시키냐. 우리도 지원해 달라"

⑤광역단체간 형평성 논란=김영환 충북지사는 19일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정부 발표는 충청북도를 소외시키고, 충북 도민을 역차별로 몰아넣는 조치”라며 “‘충북자치도특별법’ 제정과 중부내륙특별법 개정안에 충북 현안을 요구를 담는 방안과 별도로 10개 요구 사항을 정부에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5만석 규모 다목적 돔구장 건립 지원, 카이스트ㆍ서울대 연구병원 건립 지원, 청주공항 민간 전용 활주로 조기 착공 등이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정부가)통합특별시 추진에만 속도를 내고, 강원특별법 3차 개정안을 비롯한 ‘3특’은 뒷방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육동일 한국지방행정연구원장은 “행정통합은 큰 틀에서 찬성하지만, 통합 단체장 1명을 선출하기 위한 시간에 쫒기듯 졸속 통합은 곤란하다”라며 “시간을 두고 통합에 따른 장단점을 면밀히 따져 추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방현.백경서.황희규.안대훈.김민욱([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