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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도?…‘UN 불신’ 트럼프가 밀어붙이는 ‘평화위원회’가 뭐길래

중앙일보

2026.01.19 22:30 2026.01.19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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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합(UN)이라면 학을 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계경제포럼(WEF)을 앞두고 불쑥 ‘평화위원회’ 구상을 꺼내 들었다. 기존 국제기구를 대체할 만한 의미 있는 제안인지, 북한도 초청장을 받아들었을지가 관심사다.

트럼프가 20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참석하는 스위스 WEF의 하이라이트는 22일 본인이 주재하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헌장(憲章) 서명식이다. 로이터가 입수한 헌장 초안에는 “너무 자주 실패한 기존 접근법과 제도에서 벗어날 용기가 필요하다. 더 민첩하고 효과적인 국제 평화를 구축할 기구가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블룸버그는 “위원회 상임이사국이 되려면 최소 10억 달러(약 1조5000억원)를 지원해야 한다. 다른 회원국 임기는 3년”이라고 보도했다.
벨라루스 외교부 관계자가 19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평화위원회' 초청장을 공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는 위원회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및 49개국 명단을 공개했다. 유럽 외에도 아르헨티나·파라과이·튀르키예·이집트·캐나다·태국·베트남·카자흐스탄 등 국가에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벨라루스 등 권위주의 국가도 포함됐다.

형식은 정중한 초청장이지만 초청을 거부할 경우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평화위원회 참여를 거부하자 트럼프는 즉각 “프랑스산 와인·샴페인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초청장을 받은 한국 정부는 “미국 측 초청에 따라 수락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겉으로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전쟁을 종식하고 재건을 감독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단순히 분쟁 해결을 목표로 하는 시도로 보기 어렵다.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위원회는 미국 주도로 구성한 ‘느슨한 협의체’에 가깝다. 국가 간 조약이나 국제법에 근거한 정식 국제기구가 아니란 얘기다. 형식은 다자(多者) 협의지만, 실제로는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협의체다. UN처럼 보편적 대표성이나,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같은 안전장치도 없다.

탄생부터 UN에 대한 트럼프 특유의 불신과 맞물린 구상이다. 트럼프는 지난 7일 “국제기구가 미국의 국익에 반해 운영되고 있다”며 UN 기구 35개를 포함한 국제기구 66개에서 탈퇴한다고 발표했다. UN은 복잡한 절차와 합의 과정 때문에 의사 결정 속도가 느리다. 하지만 평화위원회는 참여국이 대가를 치르고 보상을 받는 구조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거래적 외교’ 무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법적 구속력, 정당성 측면에서 한계도 분명하다. 트럼프 개인의 의지와 미국의 힘에 의존하는 만큼 정권이 바뀌거나 관심이 이동하면, 위원회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있다. 트럼프가 즉각 UN을 대체할 대안으로 평화위원회를 내밀었다기보다, UN 체제를 어떤 식으로든 무력화하려는 시도 중 하나란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중국·북한은 블룸버그가 공개한 국가 명단에서 일단 빠졌다. 한국 입장에선 트럼프가 북한을 위원회에 끌어들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평화위원회를 앞세워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 들 경우 지난 30년간 유엔 안보리 등을 통해 추진한 대북 제재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북핵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한국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코리아 패싱’이 현실화할 가능성도 있다.



김기환([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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