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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도 학벌 안 보지 않나”…시민단체들, 출신학교·학력 기재 제한 법 촉구

중앙일보

2026.01.20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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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20일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과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 국민운동이 연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 국민대회'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차 위원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교진 교육부 장관,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연합뉴스
시민·교육단체들이 20일 학벌 중심 채용 관행을 막기 위한 법 개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교육의봄 등 300여 개 시민·교육단체가 참여한 ‘출신학교 채용 차별 방지법 추진 국민운동’은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과 국민대회를 열고 채용 과정에서 출신학교·학력 기재를 제한하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가 제출하는 이력서 등에 학력·출신학교·신앙 등을 기재하지 못 하게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채용절차법에는 용모, 출신지역, 혼인 여부, 재산 등만 기재 금지 항목으로 규정돼 있는데, 학력과 출신학교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법 개정 요구가 사회적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강조했다. 교육의봄과 강득구 의원실이 지난해 9월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85.2%가 채용 과정에서 학벌의 영향력이 ‘있다’고 답했다. 62.3%는 기업이 채용 과정에서 출신학교·학력을 이유로 구직자를 차별할 경우 불이익을 주는 규제 조항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현재까지 출신학교·학력 차별 기업에 대한 처벌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국민운동 측은 “대통령도 학벌을 보고 뽑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채용에서 학벌이 기준이 되는 현실이 바뀌어야 사교육을 조장하는 교육 현실부터 줄세우기 입시까지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과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 국민운동이 연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 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국민대회에는 최교진 교육부 장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등도 참석했다. 최 장관은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과도한 입시 경쟁이 완화되고 왜곡된 공교육도 정상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출신학교나 학벌이 아니라 개인의 역량과 노력이 공정하게 인정받는 사회에 대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교육감도 “대학 입시와 대학 구조, 학력에 따른 고용 차별이 초중등 교육을 연쇄적으로 왜곡해 왔다”며 “대학과 고용 문제를 함께 바꾸지 않고서는 교육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차정인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20일 국회도서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실과 출신학교채용차별방지법 국민운동이 연 '출신학교·학력 채용 차별 방지법 국민대회'에 참석해 최교진 교육부 장관(왼쪽),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조 강연을 맡은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학벌 중심 채용 구조가 대입 경쟁과 사교육 과열을 떠받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차 위원장은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 경쟁 체제는 다수의 학생에게 불안과 좌절을 안기고 교육 전반을 왜곡한다”며 “채용절차공정화법 개정은 학벌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직무 역량 중심 채용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기업 활동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업에 일정한 부담이 따를 수는 있지만, 이는 기업 활동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히 소통관에서 채용에서의 학력차별 금지 법안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일각에선 출신학교·학력 기재를 법으로 제한하는 방식이 대학 교육의 특성화를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각 대학·학과는 각자의 교육 목표에 따라 인재를 양성하고 있는데, 졸업장과 학력이 모두 ‘학벌’로만 취급될 경우 교육 성과가 채용 과정에서 제대로 평가받기 어려울 수 있다”며 “대학·학과 졸업장이 단순한 서열이 아니라 학생 개인의 학습 과정과 역량을 보여주는 기록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후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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