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인환 기자] 상승 곡선은 가장 가파른 지점에서 멈춰 섰다. 일본 축구대표팀 공격의 핵심으로 자리 잡은 구보 다케후사(24, 레알 소시에다드)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쓰러지며 월드컵을 불과 약 5개월 앞둔 일본 축구에 비상이 걸렸다.
구보는 19일(한국시간) 스페인 산세바스티안 레알레 아레나에서 열린 FC바르셀로나와의 2025-2026시즌 라리가 20라운드 홈경기에 측면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했다. 경기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소시에다드는 전반부터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구보 역시 공격 전개의 핵심으로 활발히 움직였다.
전반 32분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수비수를 연속으로 흔들어 놓은 뒤 곤살로 게데스에게 정확한 패스를 연결했고, 이어진 크로스를 미켈 오야르사발이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이 터졌다. 구보의 리듬과 감각이 그대로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소시에다드는 1-0으로 앞서나갔고, 분위기는 홈팀 쪽으로 기울었다.
그러나 후반 중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후반 21분 전력 질주를 시도하던 구보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며 왼쪽 허벅지 뒤쪽을 붙잡고 쓰러졌다. 표정은 심각했고, 스스로 일어서지 못했다. 결국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레알레 아레나는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팀은 이후 두 골을 주고받은 끝에 2-1 승리를 거뒀지만, 승리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올 시즌 구보의 흐름은 분명 상승세였다. 리그 18경기 중 13경기에 선발로 나서 2골 3도움을 기록했고, 최근 5경기에서는 1골 2도움을 올리며 컨디션이 눈에 띄게 올라왔다. 공격 포인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경기 영향력, 볼 운반, 수비 가담까지 팀 전술의 중심축으로 완전히 자리 잡은 시점이었다. 바로 그 타이밍에 찾아온 햄스트링 부상은 더욱 뼈아프다.
펠레그리노 마타라조 감독의 반응도 무거웠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현재로선 복귀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장기 이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 구단은 공식 발표를 통해 “구보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인해 복귀 시점을 특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단순한 경미한 부상이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일본 대표팀도 긴장 상태다. 이미 미나미노 다쿠미가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았고, 가마다 다이치 역시 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 중이다. 엔도 와타루는 발목 부상 이후 복귀했지만 아직 정상 컨디션과는 거리가 있다. 주축 자원들의 연쇄 이탈 속에서 구보의 부상은 치명적이다.
구보는 개인 SNS를 통해 심경을 전했다. 그는 “한동안 경기장을 떠나게 됐다. 상황이 좋아지고 있던 때라 팀을 도와줄 수 없어 마음이 아프다”며 “하지만 동료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더 강해져서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다짐은 분명했지만, 일본 축구의 위기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