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이재명 대통령 피습 사건’을 테러로 공식 지정했다. 정부는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테러대책위원회를 열고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추가로 실시하고, 선거기간 주요 인사에 대한 신변 보호 강화 등 유사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부가 특정 사건을 테러로 지정한 건 2016년 테러방지법 제정 이후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이던 2024년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지 시찰 중 흉기에 목 부위를 찔리는 습격을 당했다. 이후 민주당은 “백범 김구, 몽양 여운형 선생 이후 초유의 암살 미수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경찰이 이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다는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해 왔다. 당시 현장에서 이 대통령의 상처 부위를 지혈한 천준호 민주당 의원은 2024년 1월 8일 국회 행정안전위 전체회의에서 ‘이 대표의 부상 정도가 1㎝ 열상(찢어진 상처)으로 경상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의 경찰 상황 보고를 문제 삼으며 “자작극 등 여러 가짜뉴스의 근거가 됐고, 수사 방향성을 몰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당시 부산대병원 의료진이 밝힌 이 대통령의 부상 정도는 1.4㎝ 자상(찔린 상처)이었다.
민주당은 경찰이 범인 김모(69)씨가 작성한 ‘변명문’과 당적 등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검찰이 김씨의 단독 범행으로 결론을 내리자 재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김씨가 사건 발생 전날 가덕도 행정복지센터에서 숙박업소로 이동할 때 태워다 준 벤츠 차량 운전자를 참고인으로 조사했을 뿐 피의자로 입건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은 2024년 1월 10일 브리핑에서 김씨가 “숙박업소를 찾고 있다고 물으니까, 내가 나가는데 태워주겠다고 해서 승차를 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는데, 이를 그대로 믿은 게 잘못이라는 취지였다. 2024년 1월 29일 친민주당 성향의 유튜브 ‘뉴탐사’는 해당 차량의 운전자가 세계로교회 신자라고 주장해 배후 의혹을 더 확산시켰다. 세계로교회는 손현보 목사가 담임목사인 보수 성향의 교회다.
김씨는 지난해 2월 살인미수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징역 15년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정치적 견해 차이에 따른 계획범죄”라고 규정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이 사건에 대한 테러 지정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무렵 세계로교회 손현보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해 4월 정치테러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에 대한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한편, 대선 이후에는 “김상민 국정원 법률특보 등 윤석열 정부 국정원과 경찰이 조직적으로 사건을 축소·왜곡했다”(전현희 의원)며 관련자들을 내란 특검에 고발했다. 천준호·박선원 의원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사건 직후 경찰이 현장을 물청소한 정황, 정교하게 개조된 흉기를 ‘커터칼’로 표현한 점 등을 들어 ▶사건 축소·왜곡 및 공범·배후 의혹에 대한 재수사 ▶테러 사건 지정을 위한 대테러합동조사팀 재가동을 요구했다.
이후 김 총리는 국가정보원·경찰청·소방청·방첩사령부·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참여하는 대테러합동조사팀 재가동을 지시했다. 합동조사팀은 이 사건에 대해 “테러방지법상 테러의 구성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결론지었고, 법률 검토를 맡은 법제처도 이를 확인하면서 테러 지정이 최종 의결됐다. 정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당시 신분이 국회의원이라 ‘국가’에 대한 폭력 행위인 점이 인정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의결 직후 경찰청은 “수사 태스크포스(TF)를 편성해 배후·공모 세력 등 축소·은폐 여부, 해당 사건에 대한 테러 미지정 경위, 초동 조치 과정상의 증거인멸 여부 등에 대해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K민주주의의 나라, 대한민국에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며 “각종 테러로부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대테러 체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반응은 상반됐다. 민주당은 “늦었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며 사건의 성격을 바로 세우는 최소한의 조치”(김지호 대변인)라며 환영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개인을 상대로 일어난 사건을 이제 와서 테러로 지정하는 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아닌지 의심이 강하게 든다”(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