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취소로 생계를 잃은 50대 의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경기도의사회와 전남도의사회가 현행 의사 면허취소법과 면허 재교부 제도의 전면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20일 경기도의사회와 전남도의사회 등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개원의로 일하던 50대 의사 A씨는 최근 전남 무안군 청계면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유서가 발견됐으며, 의사 면허 취소 이후 겪은 극심한 생활고와 절망감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범죄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고 조만간 내사를 종결할 방침이다.
A씨는 재활의학과 개원의로, 후배들의 병원 개원을 돕다 의료기관 이중개설 위반 혐의로 형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의사 면허가 3년간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 매출액을 전액 환수당하고 운영하던 병원도 폐업하게 됐다고 의사회는 설명했다.
면허 취소 기간 동안 A씨는 5평 남짓한 분식집을 운영하며 생계를 이어갔으나, 경제난으로 세금과 건강보험료가 연체돼 통장이 압류되고 자녀 진학까지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도의사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고인의 사망은 복지부가 과도한 면허취소와 합당한 근거 없이 반복된 의사면허 재교부 거부 처분으로 고인의 가정을 파괴하고 죽음으로 몰고간 복지부발 의사살인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고인은 지난 10월 복지부로부터 두 번째 면허 재교부 신청 거부 통보를 받은 뒤 극심한 절망감에 빠져 자살 시도까지 했다가 다시 용기를 내 세 번째 신청을 했지만, 지난 1월 9일 또다시 아무런 합리적 설명 없이 재교부 거부 통보를 받았다”며 “3년의 면허 취소 기간을 모두 견딘 이후에도 세 차례나 재교부를 거부한 것은 추가 처벌로, 결국 고인을 사지로 내몬 행위”라고 주장했다.
전남도의사회도 성명을 내고 “고인은 후배의 개원을 돕다 ‘의료기관 이중개설 위반’이라는 법의 굴레에 갇혔다”며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거나 중대한 윤리적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었음에도 법은 의사 면허를 박탈했고, 수년간 피땀 어린 매출액을 전액 환수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와 무관한 모든 생활 범죄까지 면허를 박탈하는 현행 면허취소법을 즉각 개정해야 한다”며 “법의 취지가 의료인 윤리 의식을 높이는 데 있다 하더라도, 한 가정을 파탄 내고 의사를 죽음으로 내모는 지금의 방식은 정의가 아니라 명백한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규정 위반과 졸속 운영으로 고인을 벼랑 끝으로 내몬 책임을 인정하고 사죄하라”며 “면허 재교부 절차를 투명하게 개선하고, 죗값을 치른 이들에게 최소한의 재기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의사회는 공통으로 ▶의사 면허취소법의 합리적 개정 ▶면허 재교부 절차의 투명성 확보 ▶행정처분심의위원회 운영 개선과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며 “제도가 바뀌지 않으면 제2, 제3의 희생이 반복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 109 또는 자살예방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