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6400억원대 어음 사기로 ‘희대의 사기꾼’으로 불렸던 장영자(82)씨가 또다시 사기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장씨는 여섯 번째로 수감된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박강균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장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장씨가 고령이고 현재 다른 사건으로 복역 중인 점 등을 고려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장씨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장씨는 2022년 10월 경북 경주에서 지인을 통해 알게 된 피해자에게 “비영리 종교사업을 위해 사찰을 인수하려 한다”며 자금을 빌린 혐의를 받는다. 그는 9억원에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금 5억5000만원을 지급했다고 속인 뒤, 근저당권 해소를 위한 자금이라며 3억5000만원을 요구했다. 피해자는 이를 믿고 우선 1억원을 송금했다.
그러나 장씨가 제시한 5억5000만 원짜리 수표는 만기가 지난 부도수표였고, 사찰 인수와 관련한 계약 이행도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장씨가 사찰을 인수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피해자를 기망해 돈을 편취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별다른 재산이나 소득원이 없는 상태에서 국세와 지방세 약 21억원을 체납하고 있었다”며 “큰 금액의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있었다고 볼 만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동종 범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고 누범 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질렀다”며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인척으로, 1983년 남편 이철희 전 중앙정보부 차장과 함께 6400억원대 어음 사기 사건을 주도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이 사건은 당시 정부 예산의 약 10%에 달하는 규모로 ‘단군 이래 최대 금융 사기’로 불렸다.
이후에도 장씨는 1994년 140억원대 차용 사기, 2000년 220억원대 구권 화폐 사기, 2019년 수억원대 사기 등으로 잇따라 수감됐다. 지난해에는 154억원대 위조 수표를 사용한 혐의로 징역 1년을 확정받아 복역 중이며, 이달 말 출소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