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내놓으라며 추가 관세를 위협하자, 유럽 정가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보이콧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거론된 대응책 가운데 유럽의 피해는 최소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큰 타격을 줄 수 있는 방안이라는 평가에서다.
━
“유럽은 이 지렛대를 활용해야 한다”
독일 싱크탱크 베르텔스만재단의 경제학자 루카스 구텐베르크는 20일(현지시간)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축구 강국들이 보이콧을 위협한다면 트럼프로서는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며 “유럽은 이 지렛대를 반드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텐베르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의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등 무역 제재의 복잡한 세부 내용에는 큰 관심이나 이해가 없다고 지적하면서도 “하지만 호날두와 음바페 없는 월드컵에서 자신이 몹시 없어 보인다는 점은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월드컵 보이콧은 트럼프가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허영심을 건드린다”며, 보복 관세와 달리 유럽의 경제적 비용은 미미한 반면 트럼프의 평판 손상은 막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경제적 핵무기’ ACI, 실제 사용은 부담
유럽 정가에서 거론되는 ACI는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경제 제재 수단이다. 2023년 도입됐지만 실제로 발동된 적은 없다. 시행될 경우 미국과 유럽의 동맹 관계가 사실상 파탄날 수 있고, 유럽 역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어 유럽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존재 자체가 억지력을 갖는 ‘경제적 핵무기’로 인식돼 왔다.
━
관세 부과 이후 달라진 유럽의 기류
월드컵 보이콧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지난 16일이다. 독일 여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의 외교정책 대변인 위르겐 하르트는 당시 “트럼프가 이성을 찾게 할 최후의 수단으로만 고려될 수 있다”며 현실화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낸 유럽 8개국을 상대로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연립정부 파트너인 사회민주당(SPD)의 경제정책 전문가 제바스티안 롤로프는 “미국 테크기업 제재는 단기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월드컵 보이콧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
축구계·여론까지 번지는 보이콧 논의
축구계에서도 보이콧 주장을 가볍게 넘기지 않는 분위기다. 독일 분데스리가 상파울리 구단주 오케 괴틀리히는 소셜미디어에 “유럽을 간접적으로, 어쩌면 곧 직접 공격할 나라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해야 하는지 묻는 건 정당하다”라고 적었다.
여론도 양분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가 지난 15∼16일 독일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7%는 미국이 그린란드를 병합할 경우 월드컵 보이콧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35%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