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13년만의 약가 개편 예고…대형·중소 제약사 엇갈린 반응

중앙일보

2026.01.20 07:01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이르면 내달 새 제도 시행

정부가 13년 만에 발표한 약가제도 개편안을 놓고 제약업체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14일 입법예고한 내용으로, 핵심은 두가지. ▶‘이중약가제’(약가 유연계약제)를 통해 글로벌 신약 도입을 유도하고 ▶제네릭(복제약) 가격을 낮추겠다는 내용이다. 신약을 판매하는 글로벌·대형 제약사와 복제약을 판매하는 중소·중견제약사는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2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약을 개발하는 국내외 제약사들은 이중약가 도입 확대를 환영하고 있다. 이중약가제는 의약품의 ‘표시 가격’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 협상을 통해 책정한 ‘실제 판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제도다. 식품업체가 권장소비자가격을 정해도 유통업체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듯, 표시가격이라도 실가격보다 높게 정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외 신약개발사들은 국내 약가가 너무 저렴해 다른 나라에서도 가격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며 불만을 제기해왔다. 낮은 약값이 국내 제약사들이 약품을 수출할 때도 제약이 된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전 국민 단일 건강보험제도를 통해 낮은 가격으로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사보험을 활용하는 해외에서도 한국 약가를 기준으로 가격 인하 부담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에 신약을 출시 하지 않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 암젠의 건선성 관절염 치료제 ‘오테즐라’, 베링거인겔하임의 파킨슨병 치료제인 ‘미라펙스서방정’ 등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이중약가제를 통해 의약품 표시 가격이라도 해외 주요국 수준으로 높이면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환자들이 최신 신약을 더 빨리 접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글로벌 제약업체 관계자는 “한국에서만 싸게 판다는 비난을 피할 수 있어 한국 출시 부담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중소·중견 제약사는 약가제도 개편안 중 복제약 가격 인하 예고에 우려의 뜻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복제약은 오리지널 약값의 53~59% 수준을 받고 있지만 개편안이 도입되면 40% 수준까지 가격을 낮춰야 한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복제약 가격 인하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연매출이 최대 3조6000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 제약사들은 고가의 혁신 신약을 들여오겠다는 명분으로 제네릭을 희생시키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국내 제약 생태계는 복제약 판매로 번 현금을 바탕으로 신약 개발이나 설비 투자를 진행하는 구조인데, 부담이 더 커졌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제약산업은 구조상 연구개발(R&D)·품질 관리·설비 등 고정비 비중이 높다”며 “이는 중소기업에 더 큰 충격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정규직 비중이 94.7%에 이를 정도로 양질의 일자리를 안정적으로 배출하고 있다”며 “전국 17개 시·도에 걸쳐 653개 생산시설과 200여개 연구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매출 감소가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약·바이오업계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오는 22일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간담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정부는 각계 의견을 종합 검토한 뒤 이르면 내달 제도를 확정·시행할 계획이다.





김경미([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