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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공장’ 사들인 마이크론…K메모리는 관세에 ‘발목’

중앙일보

2026.01.2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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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불리한 ‘몸집 경쟁’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전 세계 반도체 업계가 ‘공장 늘리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만들면 팔리는’ 수준으로 치솟아 단기간에 얼마나 많은 생산능력(CAPEX)을 확보하느냐가 실적과 시장 입지를 좌우하는 국면이라는 분석이다.

글로벌 3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미국의 마이크론은 19일(현지시간) 대만 먀오리현 통루오에 있는 PSMC 5공장(P5)을 18억 달러(약 2조65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연면적 2만7871㎡(약 8431평) 규모의 공장에서 2027년 하반기부터 D램 생산량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번 인수는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메모리 공급 부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신규 공장 건설에 최소 5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기존 공장을 인수해 양산 시점을 앞당기려는 것이다. 마니쉬 바티아 마이크론 부사장은 “제조기업들이 HBM(고대역폭메모리)에 집중하는 바람에 스마트폰·PC용 범용 메모리가 전례없는 수준으로 부족해졌다”며 “수요가 공급을 계속 초과해 생산능력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이 2018년을 넘어서는 ‘하이퍼 불(초강세장)’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메모리 가격은 2026년 1분기에 전분기 대비 40~50% 상승하고, 2분기에도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메모리 생산능력 세계 1·2위를 다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첫 공장을 기존 계획보다 앞당겨 내년 2월 가동할 예정이며, 청주 M15X 공장도 HBM 양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평택 4공장(P4)의 조기 가동을 추진 중이며, 5공장(P5) 역시 2028년 가동을 목표로 공사를 재개했다.

이 와중에 관세가 반도체 ‘몸집 경쟁’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노무라증권은 최신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미국 내 메모리 공장 건설에 총 100조~120조원을 투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관세를 피하려면 양사 D램 생산량의 약 40%를 현지 생산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나온 계산이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반도체를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사실상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대미 투자를 압박했다.

업계에서는 ‘100조 투입설’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반응이다. 실제 2024년 한국 반도체 수출 가운데 미국으로 수출한 비중은 7.5%, 2025년에도 8%에 그쳤다. 노무라의 분석은 대만이나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간접 수출 물량까지 모두 관세 대상으로 가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를 일반화했다는 얘기다.

다만 거액의 대미 투자가 현실화할 경우, 수익성 악화와 산업 공동화 우려가 제기된다. 노무라는 미국 내 공장 건설 비용이 한국보다 20~30% 높고, 생산원가는 40%가량 더 들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이번 범용 D램 품귀는 구조적 공급 부족이어서 과거처럼 생산 증설이 공급 과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지만, 통상 리스크를 함께 고려한 전략적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근.이우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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