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생산자물가가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올랐다. 반도체 값이 뛰어 전자제품을 포함한 다른 물가까지 도미노식으로 상승하는 ‘칩플레이션’도 현실로 닥쳤다.
2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1월(121.31)보다 0.4% 오른 121.76(2020년=100)로 집계됐다. 9월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이다. 생산자물가는 국내 생산자가 상품·서비스를 출고할 때 받는 가격의 변화를 보여주는 지표다.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도 활용된다.
생산자물가 품목별로 농산물(5.8%)·수산물(2.3%)을 포함한 농림수산품이 3.4% 뛰었다. 사과(19.8%)·감귤(12.9%)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닭고기(7.2%)·물오징어(6.1%)도 올랐다. 이문희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계절적인 수급 변동의 영향도 있었고, 일부 과일 품목의 수확이 지연되면서 일시적으로 공급 차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공산품(0.4%)에선 반도체가 포함된 컴퓨터·전자·광학기기(2.3%)와 1차 금속제품(1.1%)이 뛰었다. D램(15.1%)·플래시메모리(6.0%) 등 값이 특히 치솟았다. 다만 경유(-7.3%)·나프타(-3.8%) 등 석유제품 값은 하락했다.
인공지능(AI)발 수요 급증으로 D램·플래시메모리 등의 현물 가격 상승세는 새해 들어 더 가팔라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19일 기준 PC용 DDR4 8G(1Gx8) 3200 평균 현물 가격은 29.5달러로, 연말 기준 주간 평균(23.7달러)과 비교해 약 24% 상승했다. 낸드플래시도 512Gb TLC 웨이퍼 현물 가격이 15.1달러로 연말(13.1달러) 대비 약 15% 올랐다. 현물가 강세가 이어지면 수개월 시차를 두고 PC·스마트폰 등 완제품 출고가에 영향을 미친다.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칩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환율도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달러당 원화값이 하락하면(환율은 상승) 수입물가가 먼저 반응하고, 차례로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전이된다.
이문희 팀장은 “중간재·원자재 등 생산자물가가 소비자물가에 즉각적으로 반영될지, 시차를 두고 반영될지는 기업의 경영 여건, 가격 정책,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 등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입품까지 포함한 국내 공급물가지수도 11월보다 0.4% 상승했다. 원재료(1.8%)·중간재(0.4%)·최종재(0.2%)가 모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