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에서 로봇같이 물리적 실체가 있는 피지컬 인공지능(Physical AI)이 일하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당장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공장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한다. 노조 사무실에는 생산직 근로자들을 중심으로 “로봇 도입을 반대하고 막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전화가 제법 온다고 한다.
그간 현대차그룹 생산직엔 ‘킹산직’(킹+생산직)이란 별칭이 붙어왔다. 평균 연봉 1억3000만원의 고임금과 강력한 고용 안정성, 각종 복지혜택에 대한 부러움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일자리 불안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완전히 곱지만은 않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1980년대 현대차 노조가 한국 노동운동의 대표였던 시절도 있었지만, IMF 외환위기로 정리해고를 거치며 조합원 이기주의로 노선을 변경한 뒤 존재감을 잃었다”며 “밥그릇 지키기와 늘리기에 집중하면서 귀족노조처럼 비쳤고, 서민들은 이에 괴리감과 차별감을 느낀다”고 짚었다.
생산직 직원들의 ‘근태 논란’도 한몫한다. 송호근 중앙일보 칼럼니스트의 『가 보지 않은 길』(2017)에는 ‘약 1분의 작업 시간 중 볼트 6개를 7초 만에 박고, 나머지 시간에 휴대폰을 본다’는 등 느슨한 생산라인의 모습이 묘사돼있다. 심지어 생산라인 자동화 이후엔 기계의 유능함을 가리기 위해 자리를 비울 때 일부러 기계를 멈춘다는 웃지 못할 일화까지 들린다.
아틀라스의 등장은 노조 내 세대 갈등도 부추기고 있다. 정년 연장에 사활을 건 ‘육후 칠초’(60년대 후반~70년대 초반생) 세대와 달리, 청년 세대는 당장의 성과급과 미래 생존권에 더 민감하다. 한 젊은 조합원은 “‘야리끼리’(할당량을 빠르게 끝내고 쉬는 것)는 우리 세대 일도 아닌데 싸잡아서 욕먹고 있다”고 푸념했다.
AI의 확산은 생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AI가 대체하기 쉬운 직업으로 1위 통·번역가, 2위 역사학자, 3위 작가 등을 꼽았다. 기술이 워낙 빠르게 발전해 단순 노동, 자료수집·분석뿐 아니라 창의력이 필요한 직업까지 모두 AI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얘기다.
업종과 영역을 가리지 않는 AI 확산은 활용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 돼 가고 있다. 이제 노조가 할 일은 아틀라스 등 로봇 도입을 무조건 반대해 최대한 현재 상황을 지키려 버티는 일이 아니다. 인간의 노동이 점점 소멸해간다면 소득은 어떻게 얻고 어떻게 분배해야 할지, 인간의 새로운 일 하기 방식과 영역은 무엇이 돼야 할지, 자연스럽게 세대교체를 이룰 방법은 무엇일지…,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무엇보다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