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6월 3일로 예정된 교육감 선거 얘기다. 정초부터 연일 전국 각지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인사들의 출판기념회, 출마 선언 소식이 들려온다.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다섯 번째 전국 동시 지방선거인데, 유독 이번은 시끄럽다. 통상 교육감 선거는 2월 초 선관위의 예비후보 등록 전후 진보·보수 진영으로 나눠 진행되는 후보 단일화가 본격화될 때부터 활기를 띠곤 했다. 흑색선전, 고소·고발 같은 네거티브 선거전은 5월 중순 법정 후보 등록 이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될 무렵 불붙었다.
후보들 벌써 고발·폭로 난타전
유권자는 냉담, 정치권은 ‘뒷짐’
정당 공천 등 대안 논의 필요
올해는 벌써 난타전 양상이다. 지난 7일 경기도교육감 출마가 유력한 유은혜 전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임태희 교육감을 경찰에 고발했다. 2년여 전 불거진 김승희 전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을 꺼내 임 교육감이 “불의의 방조자” 노릇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지역 언론에선 “교육감 선거가 고발전으로 막 올랐다”는 평이 나왔다. 충북에선 지난주 보수 단체들과 진보 성향 출마자들이 맞붙었다. 보수 단체들이 단일화를 진행한 진보단체 관계자들을 사전 선거운동 혐의로 무더기 고발하자, 진보 측은 “흑색선전”이라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다른 시·도도 소란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인천에선 출마 후보군으로 꼽히는 진보 성향 인사가 4년 전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도성훈 교육감이 ‘3선 불출마’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도 교육감은 “주장하는 분 스스로 성찰할 문제”라고 반박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북에선 일부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올랐던 교대 교수의 표절 의혹이 불거졌는데, 예비 주자 3명이 기자회견, 입장문을 통해 맹렬히 비판했다. 후보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은 물론 동의하나, 아직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이들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은 다소 생경했다.
반면 유권자 반응은 이전 선거와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지난 주말까지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20여건의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는데, 대다수 시·도에서 1위는 ‘유보층’이었다. 선두로 조사된 출마 예상자의 지지율보다 ‘지지 후보 없다’,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는 의미다. 서울의 출마예상자 중 1위로 조사된 정근식 교육감의 지지율은 14.4%에 그쳤지만, ‘없다’, ‘모르겠다’는 답변이 응답자 절반(46.5%)에 육박했다(오마이뉴스·리얼미터 조사). 경기도에서도 현직 교육감(임태희·15.3%), 전직 5선 의원(안민석·15.2%), 전 부총리(유은혜·11%) 등 선두권 3명의 지지율을 다 합쳐도 유보층(45.9%)에 못 미쳤다.
한 교원단체 관계자는 교육감 선거의 조기 과열 양상을 “반복된 선거로 굳어진 ‘단일화 공식’, 후보·진영의 조바심 탓”이라고 풀이했다. 정당 공천을 배제한 기형적 구조에다 유권자의 무관심 속에 치르다 보니, 예비 주자들 모두 ‘진영 대표’라는 타이틀 확보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단일화에서 못 이기면 본선 경쟁 자체가 어려우니, 진영 내 지지를 얻고 경쟁자를 배제하려 초반부터 전력을 다한다. 진보·보수 진영 양편 모두에게 ‘빨리 단일 후보로 정리하지 않으면 진다’는 불안감이 상존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진흙탕 선거, ‘깜깜이 선거’로 전락한 교육감 선거의 대안으로 정당 공천 허용이 거론되는 건 이런 맥락에서다. 규칙도, 주체도 불분명한 이른바 교육 시민단체들의 단일화 대신, 법적 규제를 받는 정당의 경선으로 선출하는 편이 절차적으로 더 투명하고 유권자의 판단 부담도 줄인다는 거다. 윤석열 정부가 도입하려던 광역단체장과의 러닝메이트제와 달리, 직선제를 선호하는 국민 정서와 충돌하지도 않는다.
그동안 교육계는 ‘교육의 정치중립성’, ‘교육 자치’를 이유로 정당 공천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를 공언하고 법제화를 추진하고 있다. 교사의 정치 참여는 허용하면서 정당은 교육감 선출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게 타당한지 따져볼 시점이다. 이념으로 갈린 ‘교육 정파’는 개입 가능하고 정당은 안된다는 주장을 국민이 받아들일까. 선거철이면 교육감 후보들 스스로 빨간색, 파란색 옷을 입고 다니는 게 현실인데도 말이다.
정당 공천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분명한 건, 교육감 선거가 후보들의 과열, 유권자의 무관심이라는 기묘한 공존을 되풀이했다는 점이다. 문제가 반복되거나 악화한다면 책임을 후보들 개인에게만 돌릴 수 없다. 잘못된 제도를 방치한 정치권, 교육계 모두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교육자치의 이름으로 출발한 선거가 오히려 국민의 신뢰를 갉아먹고 있다면, 제도 자체를 질문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