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AI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제프리 힌튼 교수는 2026년이 AI로 세상이 바뀌는 분기점의 해가 되었다고 한다. 삼년밖에 안된 AI가 인류사회에 미친 영향은 위협적이다. 힌튼 교수는 AI가 7개월마다 능력이 두 배가 되는 기하급수적 발전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반도체 성능이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훌쩍 뛰어넘는 관측이다.
올해 CES에서는 현대차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각광을 받았다. 인간의 기능을 정교하게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 등장한 것이다. 삼년 만에 AI가 세상을 바꾸어 놓았듯이 앞으로 삼년 뒤 피지컬 AI가 인간의 기능을 어떻게 대체하게 될지 모르겠다.
AI와 로봇의 발전 속도 위협적
인류의 생활방식 빠르게 변해
기능적 노동에서 해방되는 인류
인간 본연의 가치 찾는 삶 기대
이제는 우리가 사고를 전환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20세기까지 인류가 경험했던 모든 방식들이 획기적으로 바뀌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실업 문제가 심각하지만 21세기에는 취업이 삶의 보편적 방식이 아닐 수도 있다. 회사에 취업하여 봉급 받으며 사는 인류의 생활방식은 불과 백년 남짓하기 때문이다.
2023년 우리나라 일반대학 졸업생들의 취업률은 64.6%이다. 뉴욕타임스는 대학이 실업자를 양산하는 공장이 되었다고 조롱한다. 미국 고교 졸업생 중 대학진학률은 2010년 68.1%에서 2023년 61.8%로 급락했다. 2025년 미국에서 폐교가 예정인 대학만 125개나 된다.
18세기말 산업혁명으로 인간의 육체적 힘을 대체하는 기계문명 시대가 시작되었다. 20세기는 일을 나누어 전문화하는 방식으로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했다. 무성영화 ‘모던 타임스’를 보면 주인공 찰리 채플린은 공장 컨베이어 벨트에서 나사 조이는 단순 작업만 한다. 인간은 마치 기계 톱니바퀴 속 부품처럼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하며 살아갔다.
원래 인류는 자신과 가족의 삶을 위해 직접 농사를 짓고 사냥을 했고, 옷을 만들고 집을 지어서 살았다. 노동은 자신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하지만 산업혁명과 대량생산체제의 도래로 사람들은 회사나 공장에서 자신의 삶과는 상관없는 일을 하게 되었다. 단순한 기능 하나를 전문적으로 열심히 수행하면 그 대가로 봉급을 받아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며 살게 된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가 주장하는 노동의 소외가 바로 이것이다. 20세기에는 일 자체를 좋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경우 직업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교사가 되고,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보람에 의사가 되고, 공동체에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법률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것이 더 나은 직업인가로 일을 선택하게 되었다. 보다 어려운 전문성을 가진 노동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되어 인류의 삶은 전문성을 위한 경쟁사회에 매몰되었다.
하지만 21세기 AI의 등장으로 인류의 이런 기능들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일론 머스크는 향후 외과의사마저도 로봇이 그 기능을 대체할 것으로 예견한다. 단순 반복적 기능뿐 아니라 전문성이 요구되는 회계사, 변호사,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의 기능도 AI가 더 잘 수행하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타인의 해석’에는 콜롬비아대학교 경제학자 존 클라인버그(Jon Kleinberg) 등이 발표한 “인간의 결정과 기계의 예측”이라는 논문이 소개된다. 미국 법원에서 판사들은 구속된 피고인의 얼굴인상, 태도, 가족환경, 직업에 미칠 영향 등 개인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보석여부를 결정한다. 이에 반해 데이터 알고리즘은 범죄 이력, 체포 기록, 사건 특성의 객관적 데이터만으로 보석여부를 판단했다. 수십만 건의 보석사례를 분석한 이 연구에 의하면 보석으로 풀려난 피의자들의 재범 발생률은 기계적 판단보다 판사들의 판단이 50%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데이터의 편향성 문제나 기계적 알고리즘의 블랙박스적 특성 때문에 AI의 판단을 완전히 신뢰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하지만 AI가 탑재된 자율주행 자동차보다 고령자나 음주운전자와 같은 인간이 사고를 더 적게 낼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19세기까지 여성들은 가정에서 빨래, 청소, 요리 등에 많은 노동력을 투입해야 했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 세탁기, 진공청소기, 전자오븐 등 다양한 기기들이 개발되어 가사노동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이제 생산직과 사무관리직의 기능이 AI에 의해 빠르게 대체되면 노동시간과 고용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그러면 AI 시대에 인류는 무슨 일을 하며 살 것인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비롯해 AI가 인간의 일을 대체하게 되면 생산을 위한 기능적 노동은 AI에 맡기고 인간은 문화, 예술, 봉사와 같은 인간 본연의 가치에 의미를 두는 영역에 더 많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최근 대학입시에서 철학과와 같은 인문학과 지원율이 높아졌다는 것이 이제 AI 시대의 도래로 인류가 기능적 삶보다는 성찰의 삶을 되찾는 시대가 되는 시그널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