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령 그린란드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군용기를 파견하는 등 유럽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유럽 국가들 역시 경제적·군사적 카드를 연이어 내밀며 대응하고 있지만, 미국의 야욕을 꺾을 만한 적당한 방책이 없어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공동 방위 조직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1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그린란드 피투피크 미 공군 우주기지로 소속 군용기를 파견했다고 발표했다. NORAD는 “미국과 캐나다, 덴마크 왕국 간 지속적인 방위 협력을 바탕으로 오랫동안 계획된 활동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NORAD는 이번 파견이 덴마크와 사전에 조율됐다고 설명했지만 시점이 묘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반대하며 병력을 보낸 유럽 8개국(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을 상대로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불과 이틀 전이라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미 NBC방송과 진행한 인터뷰는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켰다. 그는 ‘그린란드 매입 협상 불발 시 유럽에 실제로 관세를 부과할 것이냐’는 질문에 “100%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다. 강제 점령 가능성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해 군 개입 가능성도 거두지 않았다. 20일에는 트루스소셜에 직접 그린란드에 성조기를 꽂은 가상의 이미지를 올렸다.
덴마크는 앞서 그린란드에 병력을 추가 파병했다. 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의 합동 작전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복 관세’ 움직임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에 930억 유로(약 159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넘어, 미국 기업의 유럽연합(EU) 시장 진출을 제한해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실제 유럽이 관세로 맞붙을 경우 미국의 부담도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독일 킬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으로 늘어난 관세 비용 96%를 미국인이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무역 전면전으로 치닫게 될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럽의 타격 역시 크다. 금융자본 무기화도 검토된다.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가장 큰 채권자로 약 8조 달러(약 1경2000조원) 규모의 주식 및 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국채 등을 내다 팔 경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민간에 보유분을 내다 팔게 할 수단이 없고, 유럽 경제가 미국 금융시스템에 깊이 얽혀 있어 유럽 역시 타격을 입게 된다.
일각에선 군사행동도 거론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유럽이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미국은 1시간 내 그린란드에 1만 명의 병력을 무난히 상륙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런 이유로 결국 ‘유화책’이 가장 현실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부분 유럽국은 여전히 미국과 ‘값비싼 이혼’을 피하고 싶어 한다”며 “저성장과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어, 미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대체하고 관련 무역·투자를 축소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설상가상 유럽의 단일대오 노선은 흔들리고 있다. 프랑스·독일은 경제 보복을 주장하지만, 영국은 “대화가 우선”이라며 신중한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