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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레버리지 ETF 허용하나…‘환율’ 명분에 시장선 위험 경고

중앙일보

2026.01.20 12:00 2026.01.20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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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종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허용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해외 증시로 빠져나간 국내 투자자의 ‘유턴’과 환율 안정 효과를 겨냥해서다. 시장에선 지수형 레버리지를 3배로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번 검토안에선 빠졌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주요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 허용, 지수 레버리지 ETF 배수 한도 상향 등을 논의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홍콩 증시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배 레버리지 ETF가 상장되자 상당한 국내 자금이 이동했다”며 “국내에서 막아도 해외로 우회할 수 있는 만큼 한국의 규제 격차가 과도한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3배 레버리지 확대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레버리지 ETF는 기초자산 수익률에 배수를 곱해 추종하는 상품이다. 예컨대 기초자산 가격이 10% 오르면 3배 레버리지 상품은 30% 오른다. 현재 국내에선 지수형 레버리지를 2배까지만 허용한다. 단일 종목 비중도 30% 이내로 묶어 개별 종목 레버리지 ETF는 사실상 막혀 있었다. 당국이 이를 풀 경우 종목형 레버리지 상품이 처음으로 출시되는 것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당국의 움직임에는 최근 원화가치 급락에 서학개미의 자금 이동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이날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6일 기준 미국 주식 보관액은 1719억 달러(약 254조원)로 새해에만 83억 달러(약 12조원) 늘었다. 2022년 말(442억 달러)과 비교하면 3년 새 4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그 뿐이 아니다. 국내에서 제한된 단일 종목 레버리지 ETF나 지수 3배 추종 상품에도 서학개미 자금이 쏠렸다. 나스닥 100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의 국내 투자자 보관 금액은 34억1868만 달러(5조541억원)로 나타났다. 테슬라 주가를 2배 추종하는 ETF(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배)에도 25억9057만 달러가 몰렸다.

문제는 레버리지 상품의 ‘음의 복리 효과’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기초자산이 우상향을 할 땐 수익률이 배로 뛰지만 급락하거나 변동폭이 커지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100에서 20% 떨어져 80이 되면 3배 레버리지는 60% 폭락해 40까지 내려간다. 이후 기초자산이 25% 반등해 다시 100을 회복해도 3배 레버리지는 75% 상승해 70에 그친다. 이 기간 기초자산 가격은 변동이 없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30% 손실을 본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2~3배 레버리지 ETF는 사실상 확률 게임에 가깝다”며 “특히 국내 증시는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급락 시 손실이 고스란히 개인에게 돌아간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그동안 이런 이유로 레버리지 ETF 규제를 유지해온 정부가 환율 안정을 명분으로 진입 장벽을 낮추는 것은 위험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증권사 해외투자 실태 점검이나 ‘국내시장 복귀계좌(RIA)’ 같은 대책은 단기 처방에 가깝다”며 “중장기적으로 환율 1480원대가 새로운 기준(뉴노멀)이 될 수 있으며, 개입은 일일 변동성이 커질 때에 한정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레버리지 ETF 문턱을 낮추면 국내 투자자들은 단기 매매에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며 “결과적으로 변동성이 커져 오히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 투자자에게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 국내 증시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원석.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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