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이른바 ‘그린란드 관세’에 유럽 국가들이 보복 관세로 맞선다면 ‘관세 전쟁’ 확산 국면이 빚어질 것이라고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20일(현지시간) 말했다.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놓고 미국과 유럽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러트닉 장관은 “유럽이 보복 관세를 실제로 단행하게 되면 우리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식 맞대응 국면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럽이 검토 중인 보복 관세에 대해 강력한 경고장을 날린 셈이다. 다만 그는 “결국 트럼프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유럽연합ㆍEU 집행위원장) 사이의 매우 긍정적인 대화로 마무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에 반대하며 최근 그린란드에 군사훈련 차원에서 소규모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를 포함한 유럽 8개국에 2월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었다. 미국은 지난해 영국, 유럽연합(EU)과 각각 무역 협정을 맺어 영국산 수입품에는 10%, EU산 수입품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데, 여기에 추가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해당 유럽 8개국은 맞불 조치로 930억 유로(약 160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와 통상위협 대응조치(ACI)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러트닉 장관은 또 “서반구(아메리카 대륙)는 미국에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이 빛나면 세계도 빛난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말 공개한 국가안보전략(NSS)에서 서반구(아메리카 대륙) 내 미국 패권 회복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후 연초 베네수엘라 공격, 그린란드 확보 시도 등이 이어져 온 흐름인데, 미국의 통상ㆍ산업 정책을 총괄하는 상무장관이 서반구 패권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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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TR 대표 ‘그린란드 관세 협상용’ 시사
제이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WEF 행사장 내 ‘미국관’에서 별도로 진행된 패널 토론에서 그린란드 이슈와 관련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계획에 대해 “관세를 적절하게 사용한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항상 모든 국가에 전면적 제재를 부과하기보다는 관세 같은, 낮은 강도의 조치를 활용해 협상이나 기타 지정학적 결과를 위한 판을 깔 수 있다고 언급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른바 그린란드 관세가 협상을 위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럴 가능성도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했던 것”이라고 답했다.
그리어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 출범 1년 만의 미국 농민ㆍ제조업체ㆍ생산자들을 위한 역사적인 무역 성과와 성장 친화적 정책’이라는 이름의 성명도 발표했다. 그리어 대표는 “지난해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해 글로벌 무역 구조를 재편했다. 관세를 활용해 전 세계 국가들과 협상을 성사시켜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미국 내 투자를 유치했다”며 한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영국, 중국 호주, 스위스, 인도네시아 등 각국과 맺은 무역협정 성과를 홍보했다.
한국과 관련해서는 지난해 11월 한ㆍ미 정상회담 합의 성과를 문서화한 공동 팩트시트(설명자료) 발표를 거론하며 “이는 한ㆍ미 동맹의 굳건함을 반영하는 합의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미ㆍEU 간 무역 합의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최대 두 경제권 간 경제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EU와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며 “EU의 미국 수출품ㆍ서비스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고 7500억 달러(약 1110조원) 규모의 (미국) 에너지 구매, 6000억 달러(약 888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확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