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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국민 근심 덜어줘야…국힘 소멸뒤 與野 관계 복원될 것" [월간중앙]

중앙일보

2026.01.20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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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 인터뷰|‘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이 바라보는 병오년 정국(政局)

“이재명 대통령, 외교도 잘해… 정치적 판단력은 DJ, 스타일은 YS 닮아”
“2월 윤석열 내란 재판 선고 나오면 ‘윤어게인 세력’ 급속히 몰락할 것”
“‘개헌’ 위해 정치 복원, 국민통합 필요… 역할 할 것” 국회의장 도전 시사

지난 1월 9일, 박지원 의원과 국회의원회관 615호실에서 마주 앉았다. 그의 등 뒤로 보이는 ‘인자무적(仁者無敵)’ 글씨처럼 박 의원은 특별한 적이 없는 관록의 정치인으로 꼽힌다. 최기웅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615호실. 박지원(84) 민주당 의원과 마주 앉았다. 22대 국회 최고령 의원인데도 그는 여전히 ‘잘나가는’ 현역이다. 국회 법제사법위 위원이자 정보위 위원인 그는 국회방송이 생중계하는 상임위 현장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설전(舌戰)을 마다치 않는 파이터다. 정보통인 데다 순발력 있고, 정치 현안에도 밝아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끊이지 않는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그가 수년째 시사프로그램과 정치 유튜브 단골 출연자가 된 이유다. 매일 저녁 여의도공원을 강도 높게 산책하는 것으로 건강을 유지하면서도 꼬박꼬박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주는 성실함은 박 의원의 특별한 장점이다.

그는 요즘 22대 국회 하반기 국회의장 도전을 위해 물밑에서 부지런히 뛰고 있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부인하지는 않았다. 과거 JP(김종필)의 명언처럼 정치 인생의 황혼을 붉게 물들이고 싶은 정치 원로의 소망일지도 모른다. 마주 앉은 그의 등 뒤로 ‘인자무적(仁者無敵)’ 글씨가 눈에 띄었다. 〈맹자〉에 나오는 말로, 어질게 대하는 사람에게는 적이 없다는 뜻이다. 인(仁)보다 강한 무기는 없다는 뜻도 된다. 한순간은 싸울지라도 평생의 적은 만들지 않는, 권력의 핵심을 존중하며 늘 2인자에 만족할 줄아는 ‘정치 9단’의 좌우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오년 새해, 국민이 궁금해하는 정국의 현안들을 박 의원에게 물었다. 인터뷰 후 벌어진 현안들은 추가 취재해 보완했다.



“북한, 결국 북·미관계 개선의 길로 나올 것”


Q : 이재명 대통령이 한·중, 한·일 정상회담 일정을 잘 마쳤습니다. 이 대통령의 이번 외교활동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A : “사실 많이 놀랐어요. 저는 이분이 외교 경험이 없기 때문에 당대표할 때나 대통령 후보 됐을 때 이렇게 조언했어요. ‘대통령의 덕목은 외교다. 최소한 두 달에 한 번씩 정상외교가 이루어지는데, 그걸 연습하기 위해서라도 광화문 외신기자클럽에 가서 연설도 하고, 미국 가면 프레스센터 등 여러 접촉을 하셔야 한다. 외교의 견문을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충고를 해왔어요. 그런데, 외교 하는 걸 보니까 진짜 잘해요. 보세요.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세협상,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모두 잘 대처했잖아요. 연초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그중 백미(白眉)예요. 아주 잘했다고 봐요.”


Q : 올해 한·미관계나 대중·대일관계도 잘 풀릴 것으로 보시는지요?

A : “이재명 정부 들어 ‘한·미동맹’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최근 몇몇 언론에서 케빈 킴 주한미국대리대사가 워싱턴으로 복귀한 것을 두고 염려하던데, 지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로 대사를 임명해야 하는 나라가 80곳이나 돼요. 그래서 여러 나라가 1년 정도는 부대사가 대리하는 게 보통입니다. 미국은 한·일 관계를 좋게 해서 ‘한·미·일 동맹’으로 대만을 지원해 중국을 견제하는 게 목표예요.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선일후미(先日後美), 일본을 먼저 찾아가고 그 뒤에 미국을 방문했잖아요. 미국이 원하는 것을 했으니 그 자체가 성공이라고 봤어요(이 대통령은 2025년 8월 23일 일본을 방문해 당시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공식 정상회담을 가졌다. 한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미국보다 일본을 먼저 방문한 첫 사례였다). 이번에 6년 만에 중국을 국빈 방문해서 시진핑 주석과 만나 한·중 관계도 완전히 복원했고요. 우리는 지정학적으로 논두렁에 갇힌 소라서 미국 풀도 먹어야 하고 중국 풀도 먹어야 하잖아요. 이번 중국 방문으로 그러한 문제가 잘 해결됐다고 봐요. ”

박지원 의원은 남북관계 전문가다. 김대중 정부 때 6·15 남북 정상회담 특사로 활약했고, 문재인 정부 후반기에 국정원장도 맡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 직후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나고 싶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김 위원장이 ‘비핵화 포기·핵보유국 인정’ 요구를 내걸고 트럼프 대통령의 러브콜에 호응하지 않으면서 북·미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는 4월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도 연초 방중 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남북관계 돌파구에 도움을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치적 감각은 물론 외교적 역량도 높이 평가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있던 2024년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지원 의원과 논의하는 장면. 김성룡 기자


“李 대통령도 트럼프처럼 북한 핵 보유 인정했다”


Q : 올해 남북관계는 해빙 무드로 바뀔 수 있을까요?

A : “트럼프 대통령이 4월에 중국을 방문하는데, 북·미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남북문제도 풀어낼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지금 북한이 제일 해피한 때이니까요(웃음).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서 러시아로부터 생필품과 쌀 등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고, 특히 그동안 2% 부족했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전받아 미사일을 펑펑 쏘고 있잖아요. 결국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로부터 받은 유훈을 실행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Q : 과거 김대중정부 때 6·15 남북정상회담 특사로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직접 만나셨지요.

A : “2000년 6·15 정상회담 마치고 두 달 지나서 8·15 때 제가 북한에 또 갔어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3시간 30분 동안 와인 마시면서 김용순 비서 한 사람만 배석해 놓고 둘이 얘기를 했는데,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서 체제 보장받고, 경제제재 해제받아서 경제를 발전시키라고 하는 것이 아버지의 유언입니다.’ 그 얘기를 하더군요. 북한은 김일성 유훈통치가 이뤄지는 나라입니다. 북·미 관계를 개선할 수밖에 없어요. 북한은 북·미 대화를 위해서는 항상 중국으로부터 협력을 받습니다. 중국은 또 그런 북한을 지렛대로 해서 통상협상 같은 것을 잘 해내죠. 2025년 9월 중국 80주년 전승절 행사에 김정은이 6년 만에 베이징에 가서 시진핑을 만난 것도, 또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인 10월에 답방 형태로 중국 권력서열 2위 리창 국무원 총리가 평양에 간 것도 그 때문이고요. 이번에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 시진핑 주석과 만나서 ‘북한 문제를 창조적으로 보자’고 하면서 중재 역할을 요청하자 시진핑이 ‘인내심’을 언급했는데, 저는 이 대통령이 북핵 문제와 관련해 굉장히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고 봤어요.”


Q : 더 자세히 말씀해주시죠.

A : “이 대통령의 발언 요지는 이겁니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이 북한에 핵무기 없애라고 했지만 과연 없앴느냐? 비핵화를 요구해봐야 이미 북한은 핵을 보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미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이제 우리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고, 북한의 모라토리엄(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유예)만 요구하겠다. 그러면 더 이상 북한 핵시설도 더 증가하지 않을 것이고, 이라크 등 해외로 북한이 핵기술을 수출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 우리는 모라토리엄으로 가겠다’ 그 얘기를 한 겁니다.”


Q : 이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를 주장하지 않고,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는 발언이었다, 이 말씀이네요.

A : “네. 트럼프 입장과 같은 거죠. 이 대통령이 그렇게 얘기했으니 지금 중국도, 김정은도 그 부분을 굉장히 깊이 생각할 거예요.”


Q : 미국의 베네수엘라 사태 개입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영향을 줄까요?

A : “미국이 일국의 대통령을 순식간에 납치해갔으니 김정은도 긴장하겠죠. 그렇지만 북한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공격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미국은 전쟁하려면, 항상 ‘원가(原價)’가 나와야 전쟁을 합니다. 베네수엘라는 마약 퇴치가 명분이지만 사실은 석유가 있잖아요. 미국의 중동 지역 개입도 그렇고요.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전쟁하는 거 봤습니까? 미국이 지금 북한과 전쟁해서 원가 빼먹을 게 하나도 없잖아요(웃음). 미국이 저럴수록 북한의 핵이 고도화된다, 저는 그렇게 봅니다.”


Q : 그러니 4월에 한반도에 해빙의 신호가 나올 수 있다?

A : “트럼프 대통령은 노벨 평화상이 지상 목표잖아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반기에 뭔가 (이벤트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게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과 북한의 핵 문제일 겁니다. 그래서 우리 정부도 4~5월에 북·미 정상이 만날 것으로 기대하는 겁니다. 지금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잘하고 있어요. 뭔가 돌파구를 마련해 내는 데 역할을 해낼 것으로 봅니다.”

그의 방안에 걸려 있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김대중정부 5년 동안 박 의원은 ‘실세(實勢)’로 불렸다. 기자는 고 이완구 총리를 인터뷰한 적이 있다. 박 의원이 김대중 대통령 임기 말 비서실장을 할 때 당시 그는 자민련 원내총무로 청와대를 드나들었는데, 박지원 의원이 얼마나 DJ와 가깝고 기민하면서도 성실한지 당시 ‘소통령’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더라고 했다. 박 의원에게 그 얘기를 꺼내자 “DJ 같은 (훌륭한) 대통령이 없잖아요”라고 했다.


Q : 한때 ‘소통령’ 소리도 들으면서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도 지내셨는데, 지금 이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은 어떻습니까?

A : “이 대통령에게서 김대중 대통령이 보여주셨던 실사구시(實事求是), 통합의 리더십을 봤어요. 이번에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문제를 봐도, 제가 처음에 방송에 나와 ‘이 후보자 개인을 보지 말고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등용 운동장을 봐라’ 이런 말을 했어요. 윤석열은 충암고 출신, 검사 집단만 등용해서 극우로 갔잖아요. 진보 세력이 집권하면 약간 우클릭해서 중도에서 통합의 정치가 이뤄지고, 우파 보수도 집권하면 약간 좌클릭해서 중도에서 통합의 정치가 이루어져야 하는 겁니다. 그런 통합 리더십의 대표적인 분이 바로 김대중 대통령입니다. 김 대통령은 당신을 죽이려고 했던 중앙정보부 출신 강인덕 통일부 장관을 앞세워서 그 입에서 햇볕 정책이 나오게 했어요. 정부 핵심 포인트에 김중권 비서실장, 이종찬 국정원장 등 보수 세력들을 등용해서 성공했죠. 실사구시형인데, 이재명 대통령도 딱 그길로 가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이혜훈 후보자 발탁도 그런 실용 인사로 봤어요. 영특한 분이기 때문에 더 일을 열심히 해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기여를 할 것이라는 기대를 했어요.”

박지원 의원은 “북한은 김일성 유훈통치가 이뤄지는 나라다. 북·미 관계를 개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4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북·미회담과 남북관계 해빙을 기대했다. 최기웅 기자


“이재명, 지적 수준은 DJ, 정치 감각은 YS”

‘개인을 보지 말고 인재 등용의 운동장을 봐라. 운동장을 넓게 쓰는 것이 DJ가 했던 방식이다’ 그 말씀이 인상적입니다.“이재명 대통령을 보면, 워딩이 다 DJ 워딩이에요. ‘선비적 문제의식’을 가지고 탁탁탁 짚어요. 그런데 정치 스타일은 YS야. 그냥 던져버리잖아요. DJ는 그렇게 못해요. 그래서 같은 거짓말을 해도 YS는 하루에 180도로 넘어져 버린다고요. 그러니까 한두 번 (언론에) 얻어맞고 끝나는데, DJ는 하루에 1도씩 설명을 해요. 180번 얻어맞고 넘어져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하지 말고 YS처럼 180도로 하자’고 그러면 DJ가 ‘이 사람아! 국민을 설득해야지’ 그러셨어요(웃음). 이재명 대통령은 지적 수준은 DJ고, 동물적 정치 감각은 YS예요. 두 사람을 플러스해 놓으면 딱 이재명입니다. DJ+YS=JM입니다(웃음).”


Q : 인재 등용 등 이 대통령의 정치 행위에서 그런 느낌을 받으셨다 이 말씀이네요.

A : “동물적인 감이 오더라고요.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통일교 쪽에서 돈 받았다고 사퇴했는데, 저는 처음부터 ‘이건 아니다’고 봤어요. 실제로 지금 전 장관 수사하고 있지만 나온 게 없잖아요. 그리고 이춘석(전 법사위원장), 강선우(전 민주당 의원), 김병기(전 민주당 원내대표) 사태 터졌을 때 제가 맨 먼저 자진 탈당하라고 말했어요. 왜 그러냐? 그게 DJ의 정치 스타일입니다. 언론에서 정치인 스캔들을 지적하면 DJ는 ‘사실이면 빨리 사과하고, 더 비난하면 나가라(사퇴하라)’ 그러셨어요. 그러면 우리 언론은 부관참시를 안 해요. 한국 정치 문화는 책임 문화예요. 누가 방귀만 뀌어도 그 사람이 나가면 문제가 없어요. 제가 DJ 집권 5년 사이에 7차례 임명장을 받았어요. 좋은 의미건 나쁜 의미건 여섯 번은 나갔다는(물러났다는) 거죠. 그러면 제가 나갔다고 해서 실세 아니었나요? 한 정권 5년 내내 등용된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저 외에는 5년 내내 실세였던 사람이 없어요. 그런데 저보다 더 유능한 사람이 있긴 있어요. 이해찬(74)전 총리입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이재명 4대 정권에서 핵심에 있어요. 이번에도 평통 수석부의장 맡은 것 보세요(웃음).”


Q : 내친김에 민주당 내부 얘기도 해보죠.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당의 ‘제명’ 조치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습니다.

A : “억울하더라도 자진 탈당하라. 본인이 정말 억울하다면 경찰 수사로 억울함을 풀고 돌아오면 된다. 그렇게 선당후사의 길을 가야 한다고 얘기했는데 기회를 놓쳤어요. 저와는 국정원 동료였고 저를 아주 많이 도와준 사람인데, 나도 애석해요. 사적으로는 저를 ‘큰형님’이라고 부르는데, 많이 섭섭했을 테죠. 하지만 저는 그것이 우리 민주당과 김 전 원내대표를 위하는 길이라는 확신 속에서 말한 거예요. 6월에 지방선거가 있어서 사실상 4월 말이면 공천이 확정되는데, 일탈 행위가 있었다고 밝혀지면 민주당이 국민들로부터 가혹한 심판을 받게 돼요. 도마뱀도 몸통을 살리기 위해서 팔과 다리를 스스로 잘라내는 지혜가 있잖아요. 원내대표라는 막중한 자리를 맡았던 분이니까 그만큼의 책임도 더 커야 되겠죠. 자업자득입니다.”

박 의원 말대로 6월에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열린다. 지금 형세로는 민주당의 압승이 예상된다. 민주당의 맞수가 돼야 할 국민의힘이 내전 상황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1월 14일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결정했다. 국민의힘이 국민의 지지를 잃고 자멸 국면에 빠져들었다. 박 의원은 여당의 파트너가 돼야 할 지금의 제1야당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국힘당은 자유당·공화당·민정당처럼 소멸할 것”


Q : 제1야당이 지리멸렬입니다. ‘장동혁·한동훈’ 갈등이 격화돼 내전 상태입니다.

A : “1~2월 사이에 내란 부두목 한덕수, 비리 온상 김건희,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재판 선고가 줄줄이 있잖아요. 다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이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렇게 되면 무죄를 기대하던 소위 ‘윤어게인 세력’들이 급속히 몰락할 것이라고 봐요. 지금 국민의힘 내부에서 ‘장·한 전쟁’이 벌어졌는데, 저 당은 아마 지방선거를 겪으면서 이승만의 자유당, 박정희의 공화당, 전두환의 민정당, 박근혜의 새누리당처럼 소멸할 것으로 봅니다.”


Q : 제1야당 국민의힘은 없어질 것이다?

A : “국힘당은 소멸합니다. 그래야 지금의 정치판이 정리돼요. 한동훈도 (대안이) 아닙니다.”


Q : 왜 그런가요?

A : “한동훈 전 대표는 국회에서 계엄해제 표결할 때 18명의 의원을 국회 본회의장에 보내줬어요. 내란과 쿠데타를 실패하게 한 가장 큰 원동력을 제공한 사람입니다. 그런 공이 있어요. 그런데 근본적으로 윤석열과 손절하지 못했어요. 처음에 윤석열·김건희가 비대위원장 시켜주니까 자기는 바로 대통령으로 갈 것 같았는지 국회(국회의원)로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제가 방송에 나와서 ‘당신은 덜 익었다. 땡감으로 낙과할 것이다’ 제가 이런 얘기를 했습니다.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이 왜 다 국회로 들어갔겠느냐? 대통령 하려고 들어간 거다. 문재인도 국회로 들어와서 대통령 되고, 이재명도 국회로 들어와서 대통령 되는 거다.’ 이 여의도 정치가 무서운 것이거든요. 제 말대로 한동훈이 탁 떨어져(낙과) 버리더라고요. 한동훈이 비대위원장 나올 때, 당대표 나올 때 뭐라고 했나요? 국민 뜻대로 하겠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당대표 돼서는 윤석열 뜻대로 했잖아요. 대통령 후보 나올 때 〈국민이 먼저입니다〉 책 써가지고 책은 많이 팔았어요. 그러나 결과적으로 보면 ‘윤석열이 먼저입니다’로 가버린 거죠. 국민 간도 보고 윤석열 간도 보고, ‘간동훈’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어요. 지금도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쓴 글을 두고 자기 가족이 관계돼 있는데 이걸 자기는 몰랐다고 대충 뭉갰어요. 몰랐어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게 정치인이에요. 국민에게 확실히 사과했어야죠. 그러니까 한동훈은 (대안이) 안 돼요. 사람들 말대로 장동혁 대표가 한동훈과 전한길 중에서 누구를 공천 주겠어요? 지금 ‘장·한 전쟁’은 한동훈 죽이기예요.”


Q : 장동혁도 한동훈도 답이 아니다?

A : “건전한 보수가 등장해야 돼요. 저는 홍준표 전 시장이 나서줬으면 좋겠어요. 정계 은퇴했다고 하지만, 지금 그 사람 (SNS 하느라) 손가락이 바쁘잖아요(웃음). 그분은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 하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보세요. ‘윤석열 안 된다. 장동혁도 안 된다. 한동훈 너도 안 된다.’ 잘못을 반성하고 건전한 보수를 표방하면 여당과 대화가 돼요. 유승민 전 의원도 나서 주셔야 합니다. 한 나라의 정치란 본시 보수, 진보 양 날개로 날아가잖아요. 지금까지 제가 경험한 정치를 보면, 나의 행복이 당신의 불행으로 안 가요. 당신의 불행은 나의 불행으로 같이 와요. 여야가 같이 지금 어려워졌죠. 제1야당이 지리멸렬하니까 민주당도 힘들어져요. 강한 야당이 있어야 여당도 좋다. 이 얘깁니다.”
박지원 의원의 정치 멘토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는 DJ와 관련된 사진과 자료들을 의원회관 사무실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최기웅 기자



“하반기 국회의장 도전 위해 의원들과 접촉”


Q : 결국 지금의 국민의힘은 여당과 대화의 상대가 될 자격이 없다는 말씀이네요.

A : “나경원 의원, 전한길 같은 분이 말하는 것을 보세요. 아무리 이재명 대통령이 미워도 그렇지, ‘베네수엘라 마두로 다음 차례는 이재명이다?’ 그러니까 지금의 국힘당은 협치(協治)의 대상이 될 수가 없어요. 올해도 내란 청산과 개혁은 계속 추진될 겁니다. 2차 특검도 합니다. 김건희가 목걸이나 금거북이만 받았겠어요? 그 돈이 모여 있는 저수지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통일교, 신천지 선거 개입도 밝혀내서 처벌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북한에 무인기를 보내 외환(外患)을 초래한 범죄도 밝혀내야죠. 그러나 이 모든 개혁은 국민과 함께 가야 하는 것이지, 국민이 피로증을 느끼면 성공 못 해요. 그래서 우리 민주당과 진보 세력은 내란 청산 3대 개혁(검찰·사법·언론)을 굵고 짧게, 신속하게 환부만 도려내고, 민생 경제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봅니다.”


Q : 결론적으로 국민의힘당은 소멸되고 건전한 보수 세력이 야당을 이끌어야 진보 세력도 좋다, 이 말씀이네요.

A : “그러면 여야 간에 정치가 복원될 수 있다고 봐요. 서로 타협하고 화합해서 민생 살리기에 집중할 수 있어요.”


Q : 여의도 정치 복원을 위해 하반기에 박 의원께서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A : “글쎄요. 현재 국민의힘의 변화 과정을 지켜봐야죠. 제가 (국회의장에 도전할) 생각은 가지고 있습니다. 조금씩 (물밑에서 의원들과) 접촉도 하고 있고요.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공개적으로 나서는 것은 좀 빠르고요… 아직 5개월 남았는데요 뭐. 무엇보다 정치를 살려야 돼요. 5월에 우리 민주당은 국회의장, 원내대표를 경선합니다. 6월이면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8월이면 당대표가 선출돼요. 정치 일정이 숨 막히게 돌아가는데, 이재명 대통령도 집권 2년 차에 들어섭니다. 그러면 (2028년) 총선을 앞두고 잠룡들이 나타날 거예요. 잠룡들이 나타나면 (집권당이) 일사불란하게 돌아가지 않아요. 정치가 살아야 하고, 정치력이 요구되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개헌입니다.”

대화는 자연스럽게 ‘개헌’ 얘기로 들어섰다. 개헌 문제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2024년 취임 직후부터 추진해왔지만, 야당과 대화가 끊어지면서 진척이 없는 상태다. 우 의장은 최근 “5·18 등 민주주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반영하고 비상계엄에 대한 국회 승인권을 명시하는 것은 더 단단한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국민투표법 개정부터 시작하는 ‘단계적 개헌’을 제안한 상태다. 1월 개헌특위 구성, 3월 국민투표법 개정, 4월 국회 본회의에 개헌안 상정, 6월 지방선거 때 동시 국민투표로 결정하자는 일정표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 단독으로 는 어렵기에 여전히 녹록지 않은 과제다.


Q : 박 의원께서 생각하는 개헌의 요체는 무엇인가요?

A :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1호가 개헌입니다. 허다한 개헌안이 지금 국회 창고에 가득 쌓여 있어요. 거기에서 하나 뽑으면 다 좋은 안이에요.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금이라도 서둘러서 지방자치 선거 때 원포인트로 하자는 제안이죠. 그것도 좋지만, 개헌은 그 자체로 완결된 형태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5공화국, 6공화국 구악 속에서 살아가게 돼요. 7공화국으로 가는, 진짜 AI 시대로 가는 그 문을 이재명 대통령이 활짝 열고 정리를 해주는 것이 좋죠. 그렇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결국 정치가 복원돼야 합니다. 개헌은 여야 합의,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니까요.”


Q : 갈등과 대결의 정치에서 통합의 정치로 가야 한다는 게 국민 여론입니다.

A :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 1기 때부터 갈등과 분열이 시작됐지만, 그 갈등이 이제는 전 세계로 파급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사실 미국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서로를 적으로 봅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정치는 낮에는 싸워도 밤에는 소주 한 잔씩 하면서 대화로 풀곤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제가 소속된 법사위에서도 야당 의원들과 밥 한 번을 안 먹어봤어요. 누가 그러더군요.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데, 국민이 정치 걱정을 한다. 반대로 됐다.’ 정치를 살려야 합니다. ”

2025년 2월 13일, 제422회 국회(임시회) 본회의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박지원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박 의원은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하반기 국회의장 도전을 시사했다. 전민규 기자


“우리나라는 정치가 풀려야 경제가 풀린다”


Q : 민생 경제가 정말 어렵습니다.

A : “202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대런 에스모글루 미국 MIT 경제학과 교수가 몇 년 전에 국내 경제포럼에 오셨어요. ‘한국 경제를 어떻게 살릴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분이 ‘한국은 정치가 풀려야 경제가 풀린다’ 그러시더라고요. 정치가 풀려야 모든 게 풀리는 겁니다. 다행히 지금 환율 문제가 있긴 하지만 주식 시장이, 코스피가 최고치를 기록 중입니다. 삼성전자가 분기 최고 이익을 냈어요. 경제가 풀리고, 정치도 풀려서 이 AI(인공지능) 붐을 잘 타면 고비를 넘길 수 있습니다.”


Q : 해남·완도·진도가 지역구시죠. 지금 호남이 격변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광주·전남 행정통합 추진을 격려하면서 파격적 지원을 약속했다고 들었습니다.

A : “물 들어왔을 때 노 저어줘야죠(웃음). 해남만 하더라도 삼성SDS 국가AI컴퓨팅센터, 오픈AI-SK데이터센터, LS 해상풍력 배후항만 조성에 이어서 얼마 전에 한전KDN에서 에너지특화 AI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로 결정됐어요. 어림잡아 8조원대 투자가 들어옵니다. 땅 넓은 해남이 이제 기업도시로 탈바꿈하고 있어요. 한 사람이 바뀌니까 세상이 이렇게 달라졌어요. 이 나라 민주주의가 회복됐고, 광주·전남이 천지개벽이 되고 있습니다.”


Q :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새해 하시고 싶은 말씀은?

A : “정치가 살아나서 경제도 살리고, 국민 걱정 안 하게 하는 그런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런 역할을 하기 위해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글 나권일 선임기자·녹취 및 정리 박가남 인턴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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