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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별이란 뭘까'...연초 극장가 흥행 1위 달리는 이 영화
중앙일보
2026.01.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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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멜로영화가 할리우드 대작을 꺾고, 새해 극장가 정상에 우뚝 섰다.
영화 '만약에 우리'(지난달 31일 개봉)는 지난 11일 '아바타: 불과 재'를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뒤 줄곧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21일 현재 누적관객수는 166만명.
CGV 골든에그지수 97%, 네이버 관람객 평점 9점대를 유지하는 등 꾸준히 호평받고 있다. 중국 영화 '먼 훗날 우리'(2018)가 원작인 이 영화는 연인 사이였던 은호(구교환)와 정원(문가영)이 10여년 만에 우연히 재회, 예전 기억을 되짚는 이야기다.
20대 관객(예매율 46%)의 전폭적인 지지가 흥행의 원동력이다. 개봉 3주차 주말 관객수가 첫 주말보다 증가하는 등 입소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영화를 연출한 김도영(56) 감독은 연극 배우 출신으로, '82년생 김지영'(2019)으로 연출 데뷔했다. 할리우드 영화 리메이크작인 '인턴' 후반 작업으로 여념이 없는 그를 지난 16일 서울 잠원동의 한 편집실에서 만났다.
영화 흥행에 대해 그는 "관객들이 영화의 조각 조각들에서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 같다"며 "나 또한 극장에서 다시 보면서 가슴이 아렸다"고 말했다.
은호와 정원이 베트남에서 재회하게 된 계기가 된 태풍은 첫사랑의 은유다.
"곱게 지나가라고 태풍 이름을 예쁘게 짓지만 바람대로 되진 않잖아요. 첫사랑도 그래요. 감미로운 것 같지만, 당사자들은 태풍 같은 일들을 겪죠."
'인연이란 게 잘 되면 좋지만 서로를 실망시키지 않는 게 쉽지 않지.' 은호와 헤어진 정원에게 은호의 아버지가 보낸 편지 속 문장이다. 김 감독은 원작의 이 문장 때문에 리메이크를 결심했다.
"은호 아버지가 편지를 통해 '헤어져도 괜찮다. 자신이 소중한 존재라는 걸 잊지 말고 살아가라'고 정원을 다독여주잖아요. 제가 영화를 통해 꼭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영화는 원작의 애틋한 감성은 그대로 가져오되, 2008년 금융 위기를 배경으로 취업난 등 청년들의 고된 현실을 녹여냈다.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꿈과 사랑을 쫓는 두 주인공의 이야기는 요즘 청년들에게도 여전한 울림을 준다.
김 감독은 20대 관객들로부터 감사의 SNS 메시지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서울에 내 집 마련하는 게 꿈이라는 정원에게 친구들이 '꿈이 작다'며 핀잔을 주는 장면이 씁쓸해서 웃었다는 후기를 봤어요. 청년들의 삶이 더 팍팍해진 것 같아 슬퍼지더군요."
정원이 고된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이뤄내는 게 원작과의 가장 큰 차이다. 김 감독은 "둘이 좌절하고 헤어졌지만 각자 노력해서 성공하는 성장 서사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에서 집은 중요한 메타포(은유)다. 정원은 빛이 들지 않는 고시원 방을 벗어나, 햇빛으로 가득한 은호의 옥탑방에서 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둘은 어두운 반지하 방으로 밀려나고 결국 거기서 이별하게 된다.
김 감독은 "정원에게 집은 갈망하는 공간이자 마음을 기댈 수 있는 곳"이라며 "햇빛과 비를 둘의 관계 변화를 보여주는 소재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영화가 궁극적으로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좋은 이별'이다. 아픈 과거를 추억으로 간직한 채 서로의 삶을 응원하는 태도야말로 '굿 굿바이(Good Goodbye)'라는 것이다.
"좋은 이별은 충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해요. 정원이 은호에게 '우리는 서로를 놓은 거야, 굉장히 잘한 일이야'라고 말할 수 있었던 건 슬퍼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기 때문이죠."
김 감독은 "나 또한 이번 작품을 하면서 과거의 연애에서 쌓였던 분노를 잘 떠나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두 주연 배우에 대한 감사의 말도 빼놓지 않았다.
"문가영이 버스 안에서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우는데, 예쁘게 울지 않아서 너무 예뻤어요. '그 때 내 집이 돼줘서 정말 고마웠어'라는 정원의 말에 오열하는 구교환의 연기엔 진정성이 담겨 있었죠. 두 배우와 함께한 건 행운이었습니다."
정현목(
[email protect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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