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런던 도심 한복판의 초대형 중국 대사관 건립 계획을 20일(현지시간) 승인했다. 금융가 인근 광섬유 케이블을 둘러싼 안보 우려와 야권·대외 반발로 2018년 이후 표류해온 사업이 일단 정부 문턱을 넘은 셈이다.
이날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스티브 리드 주택지역사회부 장관은 옛 조폐국 부지 로열 민트 코트에 주영국 중국 대사관을 건립하는 계획을 조건부 승인했다. 정부의 결정문은 계획 허가를 부여하면서 3년 내 착공과 승인 도면대로 공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내용을 조건으로 담았다.
중국의 새 대사관 단지를 조성하는 이번 사업은 2018년 중국이 2만㎡의 해당 부지를 2억5500만 파운드(약 5000억원)에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서유럽 최대 규모의 공관 계획이라는 점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영국 내 반발은 물론 미국도 우려를 나타내면서 사업은 더 나아가지 못했다. 중국 공관이 첩보·감시의 거점이 될 수 있는 데다, 부지 인근을 지나는 광케이블 등 통신 인프라가 영국 금융체계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논리였다.
이후 2024년 키어 스타머 정부가 중국과 관계를 개선하겠다며 이 계획을 다시 추진했다. 리드 장관은 국가 안보 담당 부처나 케이블 소유·운영업체에서 케이블 관련 안보 우려가 제기되지 않았다며 케이블을 둘러싼 우려가 건설 계획 반려의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켄 매캘럼 보안국(MI5) 국장과 앤 키스트-버틀러 정보통신본부(GCHQ) 본부장 등 정보기관 수장은 모든 위험 요인을 완전히 제거하는 건 어렵지만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위험을 완화하는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번 계획 승인이 스타머 총리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나온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스타머 총리는 이달 말 영국 총리로서는 2018년 테리사 메이 총리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할 계획이다. 영국 역시 1억 파운드(약 2000억원) 규모의 중국 주재 영국 대사관 이전 계획을 세우고 중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은 이번 결정을 환영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상하이 외국어대 중국·영국 문화교류센터의 왕한이 연구원을 인용해 “과도한 안보 논리보다 실용적·이성적 외교가 승리를 거둔 사례”라며 “국제적 의무와 주권을 존중하는 것이 양국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전제 조건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여전하다. 영국 제1야당 보수당의 프리티 파텔 예비내각 외무장관은 "스타머가 이 부끄러운 '슈퍼 대사관' 항복으로 우리 국가 안보를 중국 공산당에 팔아넘겼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승인 직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적대 세력이 우리의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의 핵심 인프라를 이용하는 것에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