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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 어린 일본에 완패한 한국축구... 30년 전 日 장기플랜 변곡점

중앙일보

2026.01.2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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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3세 이하 아시안컵에서 맞붙은 한국과 일본. 사진 KFA
20대 초반은 하루가 다르게 축구 실력이 성장하는 시기다. 그런데 한국 축구가 두 살 어린 일본에 패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20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에 0-1로 패했다. 스코어는 석패지만 경기 내내 결정적인 골 찬스를 단 한 번도 만들지 못한 완패. 전반엔 슈팅 수 1-10으로 밀렸다.

한국은 2003년, 2004년생이 주축을 이뤘지만 일본은 전원이 2005년 이후 출생자라 충격이 더 컸다. 한국은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삼은 팀이다. 일본은 2년 뒤 열리는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을 겨냥한 21세 팀이었다.

국가대표 중앙수비수 출신으로 J리그에서 6년 넘게 활약한 김근환 축구 해설위원은 "내가 일본 간 게 2008년이다. 그때 이미 J리그뿐만 아니라 유소년 시스템 확고하게 자리 잡고있었다"며 "몇십년 전부터 준비한 게 지금 결과로 나타난 것"이고 평했다. 그의 지적대로 한·일전의 장기 추세를 살펴보면 이번 참패는 이변이 아니라 예정된 결과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3세 이하 아시안컵에서 맞붙은 한국과 일본. 사진 KFA

1980~89년까지 10년간 한국 A대표팀은 한·일전에서 9승1무2패로 압도적 우위였다. 교과서처럼 도식적인 일본 축구는 용맹한 한국 축구 앞에 맥없이 무너졌다. 1990년대(6승5무3패)까지도 우세했지만 2000년대(2승4무2패), 2010년대(4승2무3패)에 백중세를 보이더니 2020년 이후엔 내리 3연패를 기록 중이다. 한일전 통산 전적은 42승23무17패지만 최근 10경기에서는 2승3무5패로 열세다. A대표 뿐만 아니라 각급 대표팀에서도 유사한 추세다.

양국의 차이는 유럽파 숫자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LAFC로 이적한 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는 황희찬(울버햄프턴)만 남았다. 팀이 최하위에 머물며 황희찬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빅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좀처럼 후계자가 보이지 않는다. 유럽리그를 누비는 한국 선수는 30명을 밑돈다.

반면 일본은 유럽파가 130명 안팎에 이른다. EPL에는 엔도 와타루(리버풀), 가마다 다이치(크리스털 팰리스), 다나카 아오(리즈 유나이티드), 미토마가오루(브라이턴) 등이 활약하고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는 1, 2부를 합쳐 약 20명, 벨기에에는 15명 이상의 일본 선수 포진하고 있다. 네덜란드리그에서 뛰는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는 18골로 리그 득점 2위다. 21세 젊은 공격수 고토 게이스케(신트트라위던)는 벨기에리그에서 8골을 터트리며 빅리그 입성을 노리고 있다. 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포르투갈·스위스·오스트리아·덴마크 등 유럽 주요 국가의 1·2부 리그에서 일본 유망주들이 성장하고 있다. 손흥민·이강인·김민재 등 돌연변이 축구 천재에 의존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선수층이 넓어 특정 선수가부상을 당해도 시스템이 유지되고 전력에 기복도 적다.
이민성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 KFA

저변의 격차는 더 근본적인 요인이다. 한국의 등록 선수는 11만명으로 일본(84만명)의 7분의 1도 안 된다. 등록팀은 한국이 1000개 안팎, 일본은 1만5000개로 약 15배 차이다.

일본축구는 1993년 J리그가 출범하면서 '100년 구상'이라는 장기 계획을 세웠다. 2005년에는 '2050년에 일본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고 우승한다'는 비전 '재팬스 웨이'도 발표했다. 대한축구협회는 2024년 한국 축구의 기술철학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선수와 지도자를 길러내겠다는 목표를 담은 'MIK(메이드인코리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본의 '100년 구상'과 비교하면 약 30년 늦은 출발이다. 김 해설위원은 "비전을 발표하는 건 쉽다. 일본처럼 차근차근 실천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며 "일본이 월드컵 우승한다고 할 때 너네는 우리나 이기고 그런 소리를 하라고 놀렸다. 이젠 정말 20년 후 일본이 월드컵에서 우승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해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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