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신축 아파트를 전전하며 24시간 자금세탁 조직을 운영해 온 보이스피싱 범죄 일당이 검찰에 적발됐다. 이들이 세탁한 자금 규모는 1조5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합동수사부(부장검사 김보성)는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단체 가입 및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의 혐의로 조직원 13명을 입건하고, 이 가운데 7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제보를 토대로 수사에 착수한 지 약 6개월 만의 성과다.
구속기소된 피의자들은 조직 내에서 △‘센터장’ 역할의 총괄관리책 1명 △중간관리책 2명 △대포계좌를 활용한 자금세탁책 5명 등으로 역할이 분담돼 있었다. 총책과 수행비서 2명, 조직원 모집책 등 6명은 현재 추적 중이다. 입건자 13명 가운데 4명은 범죄단체 가입 등 동종 전과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2022년 3월부터 약 3년 반 동안 전주를 거점으로 송도·고덕·용인·장안 등지의 신축 아파트를 옮겨 다니며 이른바 ‘24시간 돈세탁 센터’를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한 장소에 평균 6개월 정도 머문 뒤, 조직원 이탈이나 수사 가능성이 감지되면 곧바로 거점을 옮기는 방식이었다.
검찰이 파악한 자금세탁 규모는 총 1조5750억 원으로, 월평균 375억 원에 달한다. 확인된 대포통장 계좌만 186개다. 총책 A씨(40대)가 챙긴 순 범죄수익은 126억 원으로 조사됐다.
A씨는 범죄수익으로 수천만 원대 명품과 억대 외제차를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동시에 에너지 개발, 카지노 사업 등에 관여하며 합법 사업가로 위장했고, 자녀 명의로 부동산과 채권을 매입해 자금을 은닉한 것으로 조사됐다. 합수부는 A씨 배우자와 자녀 명의 재산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해 34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을 확보했다.
압수된 자금 관리 파일에는 자금세탁 수수료 내역은 물론, 보이스피싱 범죄조직과의 연계 정황이 다수 담겨 있었다. 조직원들은 암막 커튼과 먹지를 설치해 외부 노출을 차단하고, 이사할 때마다 PC와 외장하드 등 증거 물품을 폐기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피해 왔다.
또 대포계좌 명의자가 적발될 경우 벌금을 대신 내주거나, 구속된 조직원의 변호인을 선임해 주는 등 조직 차원의 ‘입단속’도 이뤄졌다. 적발 시 “코인 판매자일 뿐 자금세탁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 대본까지 준비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
합수부는 현재 도주 중인 총책 A씨를 추적하는 한편, 신원이 특정된 추가 피의자 8명에 대해서도 입건을 준비 중이다.
김보성 부장검사는 “단 한 명의 가담자도 수사망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끝까지 추적해 범죄수익을 환수하고, 그 책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