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영유권을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압박과 관세 위협에 유럽이 반발하면서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CNBC 등에 따르면 덴마크 학술인 연기금 아카데미커펜션은 보유 중인 미 국채 1억 달러(약 1480억원)를 이달 말까지 전량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 안데르스 셸데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좋지 않고, 장기적으로 미국 정부의 재정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직격했다. 1억 달러는 월가 기준으로는 소액이지만,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한 덴마크 측의 실질적인 첫 일격으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상호 관세 압박으로 무역 갈등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자본 전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창립자 레이 달리오는 CNBC에 “무역 전쟁과 무역 적자의 이면에는 결국 자본 전쟁(Capital Wars)이 있다”며 “상대방을 안정적인 거래 파트너로 보지 않게 되면, 미국 국채를 사려는 경향은 이전과 같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도 2.4%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인 달러 인덱스는 이날 0.26포인트(0.27%) 하락한 96.09를 기록했다. 최근 3거래일 동안 낙폭은 0.52포인트(0.53%)에 달했다.
시장 불안을 반영하는 '공포지수'인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20.09로 치솟았다.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다. 안전자산 선호로 금값은 온스당 4700달러를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을 이어갔다.
반면 안전자산으로 분류됐던 미 국채 가격은 오히려 하락했다. 이날 뉴욕 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06%포인트 오른 4.29%, 30년물은 0.08%포인트 오른 4.92%로 집계됐다(채권 가격은 하락). 4개월 만의 최고 수준이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그린란드 사태로 ‘셀 아메리카’ 흐름이 강화된 데다 일본 국채의 금리 급등이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증시 전반도 영향을 받아 약세 흐름이다. 범유럽 주가 지수인 스톡스유럽600 지수는 이날 약 1% 하락했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유럽 간 무역 갈등 심화 우려와 일본 채권 시장의 혼란으로 아시아 증시도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는 21일 1.57% 내린 4808.94에서 출발했다.
스위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에 참석한 미·유럽 금융권 수장들은 잇따라 현 상황에 우려를 내놨다. 코메르츠방크의 베티나 오를로프 최고경영자(CEO)는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난해 관세 사태가 준 교훈은 평정심을 유지하고 실제 전개를 지켜보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ING 그룹의 스테판 반 리스윅 CEO도 “관세와 영토를 둘러싼 현재 설전은 글로벌 경제에 지속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정학적 위험과 무역 분쟁, 공급망 문제는 경제의 안정성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