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말하는 ‘정치의 본성(本性)’ “한동훈 지지층과 등지면 지방선거 필패… 경상도 외엔 전멸할 수도” “탄핵 반대파도 생각 바뀔 수 있어… 변화할 시간 주는 게 정당 생리” “현 정권은 범죄자들 득세… 법치 무너지면서 1인 통치로 가고 있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인터뷰는 1980~90년대 얼굴 없는 ‘노동자 시인’으로 이름을 알린 박노해(본명 박기평)의 시 ‘후지면 지는 거다’의 한 구절로 시작됐다.
박노해는 2008년 공개한 이 시에서 “인간은, 후지면 지는 거다 / 웃는 나의 적들아 / 너는 한참 후졌다”고 적었다. 특히 “적을 타도할 수 없다면 적을 낙후시켜라 / 힘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 / 돈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승패의 요체는 물질이나 완력이 아니라 의식과 태도에 있음을 강조했다. 혁명가이자 자생적 사회주의자, 사회주의노동자동맹 중위원을 거친 박노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진보도 후지고 매력 없으면 지는 것”이라며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도 예외가 없음을 주지시켰다.
월간중앙은 1월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사무실에서 김문수 전 장관을 만났다. 김 전 장관은 박노해 시인과 1985년 서울노동운동연합을 결성하며 노동운동 지도부로 함께 활동한 인연이 있다. 월간중앙은 박노해가 시에서 언급한 ‘후짐’과 ‘낙후’가 이제 연전연패의 늪에서 허덕이는 국민의힘과 겹쳐 보이지 않느냐고 김 전 장관에게 물었다.
김 전 장관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계엄이 후지다”고 답했다. 보수와 국민의힘이 후지고 낙후돼 진보와 민주당에 거듭 밀리는 현실의 근저와 정점에 비상계엄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혔다. 그는 국민의힘 영남권과 강남권 국회의원, 당협위원장들의 공천권 셈법이 당의 혼란과 분열을 키우는 진원지라는 인식도 내비쳤다. 지난해 8월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패한 뒤 처음으로 국내 언론 인터뷰에 응한 김 전 장관은 “계엄으로 공든 탑이 무너졌다”며, 대한민국 영광의 역사가 보수의 몰락으로 부정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김 전 장관은 국민의힘 진로와 관련해서는 통합과 덧셈의 정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대를 배신자로 몰거나, 특정 세력(‘윤어게인’)과의 절연, 특정 이슈(부정선거론)의 정리를 인위적으로 시도하는 것은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도 밝혔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상반된 것들을 상반된 채로 공존하게 하는’ 방식 역시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견해다.
Q : 계엄이 ‘후짐’과 가장 먼저 중첩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A : “계엄은 정말 후진 선택입니다. 단 한 번의 판단으로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계엄만 선포하지 않았다면 지금도 대통령직을 유지했을 것이고, 나라의 명운 역시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지점에서 계엄으로 공든 탑이 무너졌습니다.”
Q : 국민의힘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A : “국민의힘 역시 대통령의 판단 착오로 큰 어려움에 빠졌습니다. 이른바 친윤(親尹)이라고 불리는, 대통령 중심으로 짜였던 당의 질서가 흔들리면서 그 후유증으로 혼란과 갈등, 분열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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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기술 부족해 당내 기득권 못 끌어안아”
Q : 지난해 대선과 당대표 경선 등 두 번의 선거를 패배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 :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가 얻은 8.34%와 제가 받은 41.15%를 합치면 이재명 후보의 49.42%를 넘습니다. 대선 패배의 원인은 이준석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데 있습니다. 당대표 경선의 경우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는 제가 앞섰지만, 당원 투표에서 뒤지면서 패배했습니다. 경선 규칙이 민심(民心)과 당심(黨心)을 20대 80 비율로 반영해 당심을 압도적으로 중시한 탓이죠. 그 당심이 부정선거론자나 ‘윤어게인’을 외치는 유튜버들의 영향에 크게 휘둘린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Q : 대선 후보 경선에서는 김 전 장관을 지지했던 당심이 왜 당대표 경선에서는 달라졌을까요?
A :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발언을 하는 후보를 선호했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대선이든 경선이든 당의 단합을 강조해 왔습니다. 당내에서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은 물론, 당 밖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도 함께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반면 상대편은 이들을 대부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요.”
Q : 당심이 장동혁 후보를 선택한 배경은?
A : “제가 당대표가 될 경우 당내 기득권 세력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저는 정당 생활을 32년째 해왔고, 제 성향은 당 안팎에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공천 비리나 패거리식 당 운영은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정당을 투명하게 운영하고 문호를 개방하면, 기득권을 가진 이들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지요. ”
Q : 여기서 기득권 세력은 누구입니까?
A : “국민의힘 기득권 세력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쪽은 영남권 국회의원들입니다. 여기에 서울 강남 지역 국회의원들이 있고, 그다음으로는 당협위원장들이 있다고 봅니다. 이들은 시장·군수·구청장 공천권, 즉 정치적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습니다. 이를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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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엉성한 사전투표제 폐지해야 민주주의”
Q : 대선 패배 이후에도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이 당의 미래보다 자신의 안위를 우선시했다는 의미인가요?
A : “그렇지 않겠습니까. 자기 이익이 최우선일 것입니다. 정치는 성직(聖職)이 아니니까요. 정치라는 자리는 개인의 이해관계에 크게 좌우됩니다.”
Q : 그런 속성을 알았다면, 그에 걸맞게 끌어안지 그랬어요?
A : “그 점은 제 정치적 기술이 부족해서입니다. (침묵) 끌어안는 게 정답 같은데 저는 그게 약하니까요.”기술의 문제입니까, 신념의 문제입니까?“정치는 신념만으로 되는 일이 아닙니다. 기술과 조직, 여러 수단이 함께 갖춰져야 합니다.”
Q : 다음에 기회가 온다면 더 확실하게 할 수 있을까요?
A : “같은 당내 선거에는 더는 몰두할 생각이 없어요. 그런 일에 공을 들이기에는 국가적 상황과 국민적 상황이 너무 심각합니다.”
Q : 이런 진단과 비판도 힘과 자리가 있을 때 더 실효적이지 않겠습니까?
A : “필요한 경우가 돼서 저를 부른다면 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만 제가 무엇을 하겠습니까. 대선과 경선에서 패배한 사람으로서 명분이 없습니다.”
Q : 지난해 12월 국민의힘 당협위원장 모임에서 한동훈 전 대표와 함께한 ‘러브샷’ 장면이 화제가 됐습니다.
A : “저는 대선 때부터 한동훈 전 대표와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그날도 같은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올해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한 표가 아쉬운 시점 아닙니까. 덧셈이 필요한 상황에서 계속 뺄셈을 하는 것이 옳은지 묻고 싶었습니다.”
Q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이 장면을 두고, 한 전 대표가 부정선거론이나 계엄 옹호까지 함께 끌어안는 것 아니냐는 견제성 발언을 했습니다.
A : “부정선거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제가 판단할 사안이 아닙니다. 다만 대선에서 이준석 후보의 표와 제 표를 합치면 우리가 더 많았습니다. 부정선거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합쳤다면 이겼어요.”
Q : 중앙선관위의 선거 관리 능력과 공정성을 신뢰하십니까?
A : “사전투표제는 엉성한 관리로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폐지하는 것이 바르다고 봅니다.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불가피한 경우에만 사전투표 기회를 주면 충분해요. 국민적 불신과 불법 의혹을 낳는 제도라면 당연히 개선해야 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근간입니다. 사전투표제의 문제점이 발견되면 아무리 사소해도 고쳐야 합니다. 이는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제도적 민원입니다. 제도에 문제가 있다면 엄중하게 대응해야 하죠. 그렇지 않으면 제도 자체가 위기에 놓이게 됩니다. 국내 지식인들 가운데서도 부정선거 가능성을 믿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는 민주주의에 매우 심각한 위험입니다.”
Q : 지난 대선 결과에 승복하셨지요.
A : “승복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제게 대통령 선거 당선증이 있었다면, 승복할 일 자체가 없었겠지요.”
Q : 정치에서 이상(理想)과 현실을 동시에 추구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십니까?
A : “어느 시대, 어느 정치인이나 이상과 현실이라는 큰 철학적 명제 앞에서 갈등합니다. 이상과 현실은 본래 나뉘어 있습니다. 이상이 곧 현실이거나, 현실이 곧 이상일 수는 없어요. 이것이 불가능하기에 세상도 신(神)과 인간으로 나뉘는 것 아닐까요. 신은 하나의 이상이고, 인간은 하나의 현실이라는 의미에서 말입니다.”
Q : 최근 여야 정치인들의 일탈은 이상과 현실의 병립이 어렵다는 방증인가요?
A : “인간이라는 존재가 본래 그렇습니다. 이상과 현실이 잘 맞지 않는 존재이지요. 맞지 않는 일을 반복하려 하다 보니 일탈이 생깁니다.”
Q : 1월 7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겠다고 했습니다.
A : “장동혁 대표에게 사람들이 바라는 것은 결국 선거에서 이겨보라는 것 아닐까요. 그렇다면 당 지지도를 높이고, 표를 더 모아야 합니다. 옆에서 누군가 거칠게 굴더라도 참고 넘어가야 해요. 정치는 자기 직성대로 하는 일이 아닙니다. 참고 삼키는 것이 정치이고, 그렇게 해서 이기는 것이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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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메시지, 먹고사는 방법 제시해야”
Q : 당내 갈등을 다스리는 장 대표의 리더십을 평가한다면?
A : “당무감사위원회와 윤리위원회를 운영하는 모습을 보십시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따로 물을 필요도 없습니다.”
Q : 선거 승리의 길을 두고 우회하고 있다는 뜻입니까?
A : “당내 경선 과정에서 통합하지 않겠다고 해서 당대표가 된 것 아닙니까. 저는 국민의힘이 상당히 오염돼 있다고 봅니다. 이 오염을 걷어내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통일교, 신천지, 부정선거론자들을 그렇다고 모두 배제할 수 있겠습니까. 끊임없이 교육하고 토론해 일정한 결론을 도출해야 하지만, 그 결론에 100%가 동의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컨대 45%는 당론과 다른 생각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들에게도 변화할 시간을 주고, 그렇게 조금씩 나아지게 하는 것이 인간이 만든 정당의 생리입니다. 100% 순수한 정당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는 1월 13일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 연루 의혹이 불거진 ‘당원게시판 사태’와 관련해 한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이와 관련해 김 전 장관은 추가로 진행된 전화 인터뷰에서 “덧셈이 절실한 상황에서 엄청난 뺄셈을 아주 난폭하게 한 것”이라며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Q : 당 일각에서는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을 주장합니다.
A : “윤어게인 세력과도 함께 가야 합니다. 그들 역시 한 표입니다. 정치는 원칙적으로 덧셈으로 가야 합니다. 때로는 애매모호함이 필요합니다.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입니다.”
Q : 지방선거를 약 5개월 앞둔 지금도 전략적 모호성이 유효하다고 보시나요?
A : “예컨대 한동훈 전 대표와 저는 생각이 같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하나’라고 말해야 합니다.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에서 갖는 지지세를 10%로 가정해 보십시오. 그 10%와 등을 돌린 채 선거를 치르면 필패입니다. 경상도를 제외하면 전멸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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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마저 범죄자 맞춤형 재판소로 바꾸려 해”
Q : 전략적 모호성이 중도층 공략의 걸림돌이 되진 않을까요?
A : “말은 쉽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분들과도 대화하고 설득하면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탄핵 반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의 바닥 정서를 보면 입장이 오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자르고, 내친다면 남는 게 있을까요? 거듭 말하지만, 정당은 잘라내는 곳이 아니라 붙이는 곳입니다. 이런 건 민주당이 잘합니다. 경제를 망쳐 놓고도 ‘경제는 민주당’이라고 외치고, 안보도 민주당이라고 합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정당입니다.”
Q : 그렇다면 선거는 무엇으로 치러야 합니까?
A : “선거는 메시지입니다. 메시지의 첫째는 잘 먹고 잘사는 문제입니다. 민주당이 ‘먹사니즘’을 말하는데, 청년들에게는 일자리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청년의 일자리를 잠식하는 정년 연장에 대해 국민의힘이 분명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아울러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 국내외 자본이 한국으로 유입되도록 하는 것 역시 정당의 역할입니다.”
Q : ‘윤어게인’과 부정선거론 이슈를 정리해 중도 확장을 꾀해야 한다는 여론도 적지 않습니다.
A : “당론을 정리하는 것과 사람을 잘라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당의 입장은 내부 공개·비공개 토론을 통해 정리할 수 있어요. 생각이 달라 접점을 마련하기 어려운 사안, 예컨대 부정선거 문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논의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다가온 지방선거에서 이겨야 하므로, 가능한 범위에서 절충하고 타협해 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계엄은 잘못’이라는 당론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계엄이 필요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습니다. 당론에 어긋난다고 해서 나가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옳고 그름을 가려 싸울 계제가 아닙니다. 민심을 얻고 표를 더 모으는 것이 당 운영의 최상위 과제입니다. 그 밖의 사안은 모두 부차적입니다.”
Q : 특정 사안에 대한 당론 정립도 유보할 수 있다는 뜻이군요.
A : “만약 당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당이 깨져 버린다면, 그 자체로 매우 깊이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어느 정도로 분열될지, 분열 이후에 득이 될지 독(毒)이 될지를 따져봐야 해요. 풍부한 경험과 깊은 경륜을 필요로 하는 사안입니다.”
Q : 이재명 정권 출범 7개월에 대해 평가를 한다면?
A :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 시절 매우 터프했습니다. 거칠었는데,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그 강도가 더해진 것처럼 보입니다. 공무원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십시오. 수시로 민주주의는 국민이 주인이라고 말하는데, 공무원은 국민이 아닙니까. 그렇게 대하면 안 됩니다. 안보 역시 우려스러워요. 우리가 북한을 위협했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갖게 됐다는 인식을 가진 인물이 대통령이자 국군 통수권자입니다. 전시작전권 전환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은 모두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전시작전권을 대한민국에 넘긴다면, 우리는 핵 위협에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입니까. 저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며, 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국가가 대한민국이라고 믿어요. 이재명 대통령은 마치 이제부터 새로 시작해야 한다는 듯, 종전(從前)의 역사에 문제가 있었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위험한 발상입니다.”
김 지사는 자신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이재명 대통령과 여권에 비교적 정제된 반응을 보였다. 다만 사법 제도와 기업 문제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직설적인 결기를 드러냈다. 그는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이가 검찰청을 없앴다”며 이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어 “이는 세계 역사에 전무한 사건”이라며 “이제 재판소(법원)마저 범죄자 맞춤형 재판소로 바꾸려 한다”고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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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청 해체에도 전문가, 법조계 침묵”
Q : 여권이 사법부를 입법부 통제 아래 둔다는 뜻입니까?
A : “이재명 정권은 범죄자들이 득세하는 정권입니다. 그래서 대법원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판단을 헌법재판소로 가져가겠다는 것이지요. 헌재 재판관도 자기 뜻대로 임명하고 교체하면 된다고 보는 겁니다. 이는 법치 파괴입니다. 법치는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법치가 무너지면 인치(人治)로 갑니다. 개인 1인 통치의 길로 대한민국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Q : 만약 그런 시도가 끝내 좌절된다면, 언제 어떤 요인에 가로막히게 될까요?
A : “민심에 달려 있습니다. 민심이 ‘아니다’라고 하면 끝입니다. 제가 노동운동과 사회운동을 하며 여러 차례 구속을 겪어봐서 알아요. 경찰 수사, 국정원 수사, 보안사 수사, 검찰 수사는 기관마다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우리 국민은 이를 잘 몰라요. 검찰이 없어지면 경찰이 수사하면 된다고들 말하지만, 그렇게 되면 인권 침해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폭증할 것입니다.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할 전문가 집단, 법조계 인사들이 침묵하고 있는 점이 문제입니다.”
Q : 공천 뒷돈 의혹과 관련 탄원서 묵살 의혹, 국정감사 기간 결혼식 논란, 차명 주식 투자 의혹 등으로 정부·여당 내 견제와 감시 기능이 무너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A : “그 파장을 예측하기조차 어렵습니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른 만큼, 언론이 강한 문제의식을 갖고 탐사 보도를 통해 진실을 제대로 밝혀주기를 바랍니다.”
Q : 경기지사를 지낸 입장에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를 새만금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은 어떻게 보십니까?
A : “기업의 사업장 위치는 기업주가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는 시장경제의 원칙입니다. 이를 대통령이나 국회가 정한다면 자유기업 원리를 거스르는 반(反)시장적 행태이지요. 공산주의와 다를 바가 무엇이겠습니까. 반도체 클러스트를 새만금에 조성한다면 인력이 따라가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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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변하면 인간도 진화해야”
김 전 장관은 야당의 직선제 개헌 현판식 행사장이 노동자와 학생, 경찰 간 대규모 물리적 충돌로 번졌던 1986년 5·3 인천사태의 주동자로 지목돼 보안사에 연행됐다. 이 과정에서 모진 고문을 당했고, 1988년 10월까지 옥고를 치렀다. 당시 김 전 장관이 제작에 관여했던 서울노동운동연합 기관지에 실린 박노해 시인의 글이 문제가 돼 공안사범으로 몰렸다.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김 전 장관은 자신의 중매로 백년가약을 맺은 박노해·김진주 부부와의 인연을 떠올리며 “그 사람(박노해)은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다가 지금은 그 혁명 자체가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Q : 시대가 바뀌어서 그런 것일까요?
A : “다른 형태의 혁명을 찾을 수 있지 않으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시대에 혁명은 없습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혁명을 감당하기에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요. 세상이 변하면 인간도 진화해야 하는데, 좌파는 이를 변절이라고 부릅니다.”
Q : 본인은 젊은 시절 학생운동이나 노동운동이 아닌 평범한 삶의 궤적을 그렸다면, 더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현실에 적응했을까요?
A : “그렇게 써 주셔도 됩니다. 해석은 각자의 몫이니까요.”
Q : 혁명은 왜 없다고 보십니까?
A :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처럼, 당이 인간의 삶 구석구석을 계획해 인민에게 최대의 행복을 줄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지 않습니까. 인간의 이성과 계획만으로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이런 지적 오만과 교만이 오히려 자유와 인권을 억압하게 됩니다.”
Q : 21대 대통령 선거와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을 치른 지난 1년은 격동의 시간이었을 것 같습니다.
A :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기회를 얻은 시간이었지만, 국가적으로 보면 엄청난 불행과 위기가 겹친 시기였습니다. 저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했어요. 김문수라는 사람에게 이런 면도 있었구나 하고 평가해 주는 분들이 특히 젊은 층에서 많았습니다. 저는 주로 전철을 이용하는데, 오늘도 사진을 함께 찍자고 하시는 분들이 계셨습니다. 어떤 분은 ‘그 사람이 맞느냐’며 말을 건네기도 합니다.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