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것은 웬만하면 최대한 미루려고 한다”고 말했다. “세금은 국가 재정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인데, 이것을 규제의 수단으로 전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고가(高價) 1주택 보유세·양도세의 누진율 상향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는데, 이 대통령이 직접 단기간 내 검토에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시중에 보유세 얘기를 계속하는데 보유세를 하면 부담되고 정치적으로도 옳지 않고, 우리 국민한테 부당한 부담을 줄 수 있다”고도 했다. “50억 보유세 이런 얘기 들어보셨을 거다. 제가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라면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10월 “50억원 주택 한 채”를 예로 들며 정부의 보유세 개편 가능성을 시사했었다.
다만 “반드시 필요하고 유효한 수단이고, 필요한 상태가 됐는데 안 쓸 이유는 없다”며 세제 개편을 통한 집값 상승 억제의 여지는 남겼다. 장기보유 특별공제에 대해서도 “자기가 살지도 않으면서 투기용 또는 투자용으로 갖고 있다고 세금을 깎아준다? 이상한 것 같다”며 “어떤 분들은 ‘주거용 집을 다섯 채 가지고 있다’ 이러는데 그건 (주거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부동산 공급 대책=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집값 수준은 일본의 ‘잃어버린 30년’ 시점의 상황을 향해 치닫고 있다”며 “아주 근본적인 대책은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자산 배분에서 부동산 보유 비중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 대책으로는 “곧 국토교통부에서 현실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과거에는 ‘주택 100만호를 (공급)’ 이런 말 많이 들었을 텐데 최근에 그런 이야기 잘 못들었을 것”이라며 “추상적 수치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수치를 제시하려고 한다. 계획 수준이 아니라 “인·허가와 착공 기준으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대책=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480원을 넘기는 등 최근 환율이 급등하는 상황에 대한 대책과 관련해 “대책이 있으면 이미 했을 것”이라며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어서 우리 정책으로 쉽게 원상으로 되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원화 환율은 엔화 환율에 연동되는 측면이 있는데 일본에 비하면 우리는 평가절하가 좀 덜된 편”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관련 책임 당국에 의하면 한두 달 정도 지나면 1400원 전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가능한 수단을 발굴해내고 환율이 안정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 직후인 이날 오전 10시 40분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후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퇴직연금 기금화 논란=이 대통령은 “‘정부가 외환시장을 방어하려고 (퇴직연금을) 마음대로 쓰려고 한다’는 헛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할 필요도, 의사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가짜뉴스가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갈등을 격화시킨다”면서다. 다만 이 대통령은 “퇴직연금 수익률이 1%대로 은행 이자 수준도 못 되는데 운영이 잘 안 되는 것”이라며 “퇴직·국민·기초·공무원·사학·군인연금 등을 통합해서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지 않으냐는 이야기가 학계와 정치권에서도 있고 저도 당연히 고민한다”고 말했다. “불합리하게 해서 욕먹을 일은 절대 안 한다”면서도 “기금화도 생각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는 했다.
▶신규원전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관련=이 대통령은 신규 원전 건설 문제에 대해 “원전 문제가 너무 정치 의제화됐다고 생각한다”며 “필요하면 안전성 문제를 포함해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정부 당시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대형 원전 2기 건설’이 명시됐는데,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서 주장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지방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정부의 정책으로 결정해 놓은 것을 지금 뒤집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