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한 마디에 좌중의 웃음이 터졌다. 강훈식 비서실장을 보면서 한 말이다. 강 실장도 웃음을 참지 못해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곧 “모두를 사랑하죠”라고 발언을 정리했다.
청와대 참모들의 6·3 지방선거 출마설에 대한 질문에 이 대통령이 답하면서 나온 장면이다. 기자는 “친구들이 대통령과 여기 계신 강 실장의 사이를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표현을 하더라”면서 “참모진의 지방선거 출마가 국정 운영에 득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사랑하니까 떠나보낼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저는 제 아내를 사랑한다”라는 농담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어떤 사람이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하는지는 제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도 없고, 전혀 예측불능”이라며 명확한 답은 피했다. 그러면서도 “(정치는) 개구리처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며 강 실장의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은 남겨뒀다. 그리곤 강 실장을 향해 농담을 던지며 기자회견장의 무거운 분위기를 누그러뜨린 것이다.
기자회견은 173분간 진행됐다. 이 대통령이 받은 질문은 25개였다. 이규연 청와대 홍보소통수석은 “적어도 문민정부 이후 역대 최장 기자회견”이라고 평했다. 당초 예고됐던 90분을 훌쩍 넘어 3시간 가깝게 진행된 기자회견이었지만 분위기는 무겁지만은 않았다.
5000포인트를 목전에 두고 있는 코스피 지수에 대한 질문이 나왔을 때 이 대통령은 자신의 투자 경험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첫 주식 투자를 본의 아니게 소형 작전주를 샀다가 대성공을 하는 바람에 간이 부어서 그다음에 마구 소형주를 샀다”고 했다. 또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 선물 거래까지 했다고 소개했다. 그런데 “외환위기를 맞아서 어떻게 됐겠느냐. 완전히 전 재산을 날렸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하여튼 주식 투자는 각자가 알아서 해야 되는 일이다”라고 말하면서 스스로도 웃었다. 이어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다”고 하자 좌중의 웃음도 터졌다.
이 대통령은 코스피 관련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뼈 있는 지적도 했다. 이 대통령은 “정권이 바뀌는 것만으로 코스피 3000은 넘어갈 것이라고 말씀드렸다”며 “정치 리스크가 해결될 것이고, 평화 리스크도”라고 했다. 남북 관계 개선이 코스피 상승의 동력이 될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평화리스크에 대해 저자세니, 이런 소리 많이 하던데 그럼 고자세로 (북한과) 한 판 떠야 하나”라며 “바보 같다. 신문 사설이라고 그런 걸 쓰고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솔직한 고민도 털어놨다. 각종 논란이 불거진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왜 이 질문을 안 하시나 했다. 참 어렵다”며 “지금 어려운 일이 두 가지가 있는데, 검찰 개혁 논란과 탕평 인사에 관한 이 후보자 문제”라고 답했다. 대북 문제를 언급하면서는 “말만 하면 북한 편든다고 하는데, 제가 이런다고 북한 편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역지사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종료 예정 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질문 기회를 얻기 위해 손을 든 기자들이 많자 이 대통령은 “뭐 이리 많냐. 밤새우려고 하느냐. 그렇게 절박한지 들어보겠다”며 질의응답을 이어갔다. 최종적으로 오전 10시에 시작한 기자회견은 낮 12시 53분에 종료했다. 이 대통령은 참석한 기자들과 악수를 한 뒤 회견장을 빠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