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관 부장판사가 1시간 10분에 걸친 선고를 끝내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417호 법정 곳곳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징역 23년은 검찰 구형량(징역 15년)보다 8년 더 많은 형량이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인 한덕수 전 총리 보다 재판장인 이 부장판사에게 눈길이 더 쏠렸다. 이 부장판사는 “12·3 비상계엄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그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 이른바 친위 쿠데타”, “위헌, 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을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을 날렸다.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의 지귀연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고있다.
이 부장판사는 “내란이 몇 시간 만에 종료된 것은 무장한 군인에 맞서 국회를 지킨 국민의 용기에 의한 것”이라고 말 할 때는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멈추고 안경을 고쳐쓰기도 했다.
반면 검은 정장과 녹색 넥타이를 매고 법정에 출석한 한 전 총리는 선고 도중에 별 다른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다. 자리에 선 채 징역 23년을 선고 받고도 침묵을 지켰다. ‘무죄 부분을 신문이나 관보에 게재하길 원하나’라는 이 부장판사의 질문에 “특별히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을 뿐이다.
반면 한 전 총리의 곁에 앉은 변호인은 유·무죄 판단이 나올 때마다 눈물을 참는 듯 반복해서 왼손으로 미간을 누르거나 천장을 쳐다봤다. 손수건을 꺼내 눈가를 훔치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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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구속에 “재판장님 결정에 겸허히 따르겠다”
선고가 끝난 후 법정구속 여부에 대해 바로 심문에 들어갔다. 이 부장판사는 재차 ‘구속과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한 전 총리에게 물었다. 한 전 총리의 대답은 “재판장님 결정에 겸허하게 따르도록 하겠습니다”였다.
한 전 총리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사실상 도주의 가능성이 없다. 모든 증거들이 수집돼서 조사됐고, 법정에 나와서 증언도 한 상황”이라며 “피고인과 피고인의 처는 모두 고령이고 건강이 좋지 않다”고 불구속을 호소했다. 반면 장우성 특검보는 “범죄의 중대성, 다른 구속피고인과 형평성, 추가 기소 건이 있는 점 등을 고려해 구속해 주시는 게 마땅하다”고 했다.
이 부장판사는 의자를 옮겨 배석 판사와 잠시 논의를 했다. 이윽고 이 부장판사는 한 전 총리를 향해 몸을 돌리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아서 법정구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부장판사의 선고를 듣기 위해 자리에 서있던 한 전 총리는 담담한 표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