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성장 둔화와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TV 사업을 대상으로 경영진단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일본 TV 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이어지며 글로벌 경쟁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중앙일보 1월 20일자 2면〉.
21일 업계와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소니는 전날 TV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중국 TCL과 TV 합작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TV를 포함한 소니의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승계하는 신설 법인의 지분은 TCL이 51%, 소니가 49%를 보유하는 구조다. 양측은 올해 3월 말까지 최종 계약체결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하고, 합작 법인은 기존 ‘소니’ 또는 ‘브라비아’ 브랜드를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협력은 글로벌 TV 산업의 경쟁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대규모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이 브랜드와 기술이라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본 기업과 손을 잡은 것이다.
과거 글로벌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TV 업체들은 잇단 사업 축소와 매각을 거치며 독자 경쟁보다는 협력 모델을 택하고 있다. 기술과 브랜드는 일본이 제공하고, 생산과 확장은 중국 업체가 맡는 방식이 하나의 선택지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17.9%로 1위, TCL이 14.3%로 2위를 기록했다. 매출 기준으로는 삼성전자(28.9%) LG전자(15.2%) TCL(13.1%) 순이다. 소니는 매출 기준 4.2%로 5위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TCL이 소니의 브랜드와 기술 자산을 활용할 경우, 경쟁의 무게중심이 물량에서 프리미엄 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초대형 TV 등 고부가 영역에서 중국 업체들의 존재감이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대규 순천향대 디스플레이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중국 업체들은 이미 패널·부품·물류까지 이어지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데, 브랜드와 영상 기술까지 더해지면 시너지가 상당할 수 있다”며 “프리미엄 TV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와 LG전자 입장에서는 중장기적으로 위험 변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