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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캐나다 잠수함 지원사격해달라” ‘BTS 특명’에 산업계 고심

중앙일보

2026.01.20 23:36 2026.01.21 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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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앵거스 탑시 캐나다 해군사령관이 도산안창호급 잠수함(SS-III, 3,000톤급)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해군
최대 60조원에 달하는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수주전에서 캐나다가 요청한 ‘절충 교역’(반대급부를 받는 교역 방식)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이끄는 ‘방산 특사단(BTS)’이 산업계에 지원사격을 요청한 가운데, 기업들은 구체적인 협력안과 후방지원 방안 등을 모색하고 있다.

21일 정부·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HD현대·대한항공 등이 정부의 방산 특사단 참여요청을 받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CPSP는 디젤 잠수함 최대 12척을 건조하는 프로젝트다. 건조비용(약 20조원)에, 도입 후 30년간 유지·보수·운영(MRO) 비용까지 포함하면 최대 60조원까지 규모가 커질 전망이다.

한국의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 원팀 컨소시엄과 독일의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TKMS)이 숏리스트(적격후보)에 올라 경쟁하고 있다. 캐나다 측은 오는 3월 최종 제안을 마감하고 상반기 중에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 최종 후보군에 오른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사진 한화오션
사업주체인 한화오션은 최근 캐나다 지사를 설립하고, 현지 해군 장교 출신인 글렌 코플랜드 사장을 영입하며 수주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코플랜드 사장은 록히드마틴 캐나다에서 할리팩스 초계함 현대화 사업 책임자로 근무했다. ‘원팀’으로 뛰고 있는 HD현대는 지난해 11월 멜라니 졸리 캐나다 산업부 장관이 방한했을 때 조선소 생산 혁신, 친환경 에너지, 자율운항 기술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방산특사단에는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사업대표가 동행할 예정이다.

글렌 코플랜드 신임 한화오션 캐나다지사장은 오타와에서 잠수함 사업 수주를 위한 활동을 할 예정이다. 사진 한화오션
문제는 절충 교역이다. 캐나다 정부가 잠수함 성능보다 현지 잠수함 유지보수 인프라와 군수지원에 높은 배점을 두고, 산업·경제적 혜택을 평가 대상으로 삼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는 현대차 현지 공장 설립을, 독일에는 폭스바겐 추가 시설 건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캐나다 측의 요청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협력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난감한 모양새다. 이미 1989년 캐나다 부르몽에 연간 10만대 규모의 생산 공장을 세웠지만 4년 만에 철수한 경험이 있어서다. 지난해 약 190만대가 판매된 캐나다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26만대 판매)의 점유율은 13.7%에 불과하다. 게다가 인접 국가인 미국에 현대자동차그룹메타플랜트아메리카(HMGMA)을 세우고 대규모 투자를 한 상황이라, 추가 투자 여력도 제한적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캐나다 내 수요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추가 공장 설립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캐나다의 항공기 제조사 봄바디어와 군용기 부문에서 협력하는 대한항공도 방산 특사단 참여를 요청받았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기업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선 정부의 파격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윤지원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는 “무기 판매뿐 아니라 현지 공장 가동, 다른 산업 결합 등 패키지 형태의 수출이 글로벌 방산 시장의 추세다. 변화하는 수출 방식에 맞춰 기업이 움직일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파격적 지원을 검토해야 한다”며 “캐나다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유럽연합(EU) 등과 협력하는 핵심국가이므로 당장의 손해보다는 전반적인 신뢰 구축과 외연 확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석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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