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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저자세' 지적에…李대통령 "그럼 고자세로 한판 뜰까요" [신년 기자회견]

중앙일보

2026.01.21 00:27 2026.01.21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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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1일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2026 신년 기자회견 '함께 이루는 대전환, 모두 누리는 대도약'에서 발언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21일 북한 비핵화 문제와 관련 “비핵화가 가장 이상적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겠느냐”고 말했다. 비핵화 달성이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인식에 기반한 발언이지만, 북핵 위협의 직접적 당사국으로서 비핵화 목표를 더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엄연한 현실과 바람직한 이상, 이 두 가지는 쉽게 공존하기 어렵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어 “(비핵화라는)이상을 꿈꾸면서 현실을 외면한 결과 어떻게 됐느냐. 핵무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지금도 (북한에서는)1년에 핵무기를 10개에서 20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핵 물질은 계속 생산되고 있다”라고 했다. 또 “현실을 인정하자. 그렇다고 이상을 포기하지는 말자”며 “현실은 (핵무기가) 계속 늘어난단 것”이란 말도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핵 활동 중단만 하더라도 제재 완화 등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다시 밝혔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핵 물질을 생산하지 않고, 핵 물질이 해외로 반출되지 않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을 개발하지 않게 하는 것도 이익이다. 현재 상태를 중단하는 것도 이익”이라며 “중단시킨다고 아무도 손해 보지 않는다. 모두에게 이익이 있다”고 했다.

이어 “1단계로 거기에 대해 (북한에) 일부 보상을 하면서 가장 현실적인 것인 중단 협상을 하자”며 “다음은 핵 군축 협상하자. 그리고 길게는 비핵화를 향해서 가자”고 제안했다. 지난해 8월 처음 밝힌 ‘중단→축소→비핵화’로 이어지는 자신의 3단계 비핵화 구상 가운데 ‘중단’이 현재로써 최선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이는 “현재 상태에서 중단하는 것만으로도 (나머지 나라에) 이익이니까 그 이익을 포기하는 보상 또는 대가를 지급하고 단기적으로 일단 타협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지난 7일 방중 당시 기자회견에서 언급과 유사한 맥락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이 대통령 공식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런 구상은 자칫 북한의 핵 보유 용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핵화라는 최종 목표에 대한 합의나 실질적 조치 없이 중단만으로 제재 해제 등 보상을 제공한다면 북한의 핵 포기를 추동할 요인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모두에게 이익”으로 표현한 건 다소 섣부른 것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 군축이란 표현을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써오지 않았는데 이 대통령이 회견에서 언급했다”며 “이는 사실상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지 않은 상황”며 “여전히 비핵화 목표를 앞에 내걸고 있는 미국이 수용하지 않는 한 이 대통령의 비핵화 3단계론은 공허한 외침에 그칠 수도 있다”이라고 지적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이 상당히 작아졌다는 분석은 중론”이라면서도 “하지만 자칫 이를 묵인할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릴 수 있는 메시지를 공식적으로 발신하는 것은 핵 위협을 받는 당사국으로선 위혐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이 “체제 보장이 확실하고 관리 비용이 많이 들면 (북한이) 핵을 없앨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건 다소 모순적이란 지적도 나온다. 북한의 핵 개발에 대한 대표적 비용 부과 수단인 제재를 초기 단계에서 해제하면서, 북한이 추후 ‘관리 비용’ 문제로 핵을 포기하기를 바라는 구상은 정책적 선후 관계가 맞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보수 진영 일각에서 제기하는 ‘대북 저자세’ 비판에도 특유의 직설을 쏟아냈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률(PER)이 “엄청 낮다”면서, 원인 중 하나로 ‘한반도 평화 리스크’를 꼽았다. 이어 “지금 저자세라는 소리를 많이 하던데, 그럼 고자세로 (북한과)한판 뜰까요”라며 “그건 경제가 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비판을 제기한 언론 매체를 겨냥해 “바보 같은 소리를 신문 사설에서 쓰고 있다”며 “가장이 성질이 없어서 그냥 직장 열심히 꾸벅꾸벅 다니느냐”고 반문했다.



윤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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