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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일본은 월드컵 우승한다

중앙일보

2026.01.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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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열린 U-23 아시안컵 한국과 일본의 4강전에서 일본 고이즈미 가이토(가운데)가 선제골을 터뜨린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축구가 ‘두 살 어린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이민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일본에 0-1로 패했다. 한국은 오는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2003년생과 2004년생이 주축을 이루는 23세 이하 선수들로 대표팀을 꾸렸다. 반면 일본은 2028 로스앤젤레스(LA) 하계올림픽을 겨냥해 엔트리 전원을 21세 이하 선수들(2005년 이후 출생자들)로 채웠다.

현역 시절 J리그에 6년 넘게 몸담은 김근환 해설위원은 “2008년 J리그에 진출해보니 이미 유소년 육성까지 포함해 리그 시스템이 완성 단계였다”면서 “한일 양국의 경쟁력 차이는 일본이 수십 년 전부터 준비한 게 지금에 와서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에 진 뒤 아쉬워하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 LA 올림픽을 겨냥해 21세 이하 선수로 구성한 일본에 무릎을 꿇었다. [뉴스1]
1980~89년까지 10년간 한국은 일본과의 A매치 맞대결에서 9승1무2패로 압도적 우위를 유지했다. 교과서처럼 도식적인 일본 축구는 용맹하고 투지 넘치는 한국 축구 앞에 맥을 못 췄다. 엇비슷한 흐름이 1990년대(6승5무3패)까지 이어졌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2000년대(2승4무2패)와 2010년대(4승2무3패)까지 백중세를 유지하다 2020년대엔 내리 3연패를 기록 중이다. 한·일전 통산 전적은 42승23무17패로 한국이 앞서지만, 최근 10경기 전적만 떼어 놓고 보면 2승3무5패로 열세다.

한일 축구 경쟁력의 차이는 유럽파 숫자로도 확인할 수 있다. 손흥민이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에서 LAFC(미국)로 건너간 이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를 누비는 한국인 선수는 황희찬(울버햄프턴)이 유일하다. 이강인(파리생제르맹),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이 유럽 빅 클럽에서 뛰고 있지만,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후계자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유럽파 한국 선수는 성인 기준 30명을 밑돈다.

반면 일본 국적 선수는 130명에 육박한다. EPL에도 엔도 와타루(리버풀), 가마다 다이치(크리스털 팰리스), 다나카 아오(리즈 유나이티드),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등이 몸담고 있다. 이들 외에도 기대주가 풍성하다. 네덜란드에서 뛰는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는 18골로 리그 득점 2위다. 21세 젊은 공격수 고토 게이스케(신트트라위던)는 벨기에 리그에서 8골을 터트리며 빅 리그 구단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독일·스페인·프랑스·이탈리아·벨기에·포르투갈·스위스·오스트리아·덴마크 등 여타 유럽 여러 국가에서도 일본 기대주들이 성장 중이다.

이민성 감독. [연합뉴스]
근본적인 요인은 저변의 격차다. 대한축구협회 등록 선수는 11만명 정도다. 일본(84만명)의 7분의 1에도 못 미친다. 팀 수 기준으로도 1000개 안팎인 한국에 비해 일본(1만5000여 개)이 15배나 많다.

일본 축구는 지난 1993년 J리그 출범과 함께 ‘100년 구상’이라는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2005년에는 이를 계승·발전시켜 2050년에 일본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고 우승한다는 비전을 담은 ‘재팬스 웨이(Japan’s way)’를 발표했다. 한국 축구는 한참 늦다. 지난 2013년에 비로소 ‘2033년까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위 이내 진입’을 목표로 하는 ‘비전 2033’을 발표했다. 지난 2024년엔 한국 축구의 기술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선수와 지도자를 길러낸다는 구상을 담은 ‘MIK(메이드인코리아) 프로젝트’를 추가했다. 20년 정도의 격차로 일본을 쫓는 형국이다. 김 해설위원은 “과거 일본이 ‘월드컵 우승’을 언급할 때 우리는 ‘한일전부터 이기라’며 조소했다. 지금은 20년 정도면 일본이 월드컵을 제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해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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