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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LTV 정보 교환도 담합” 은행들 “실익 거의 없었다”

중앙일보

2026.01.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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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20억 과징금 부과 논란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담보인정비율(LTV) 정보를 나눠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에서 담합을 했다며 수천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리(가격)가 아닌 대출 조건인 LTV 정보 교환만으로 담합을 인정한 첫 사례여서, 향후 법적 다툼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공정위는 LTV 정보 교환을 통한 담합 혐의로 4개 시중은행에 시정 명령과 함께 총 27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은행별 과징금은 국민은행 697억원, 신한은행 638억원, 하나은행 869억원, 우리은행 515억원이다. 공정위는 이들 은행이 LTV 정보를 공유해 유사한 수준으로 맞추는 방식으로 담합을 벌여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시중은행은 전국 부동산을 종류와 소재지에 따라 적게는 736개, 많게는 7500개로 세분화한 뒤 각각 LTV를 부여해 담보대출 한도 등을 결정한다. LTV가 높으면 대출 한도가 늘어 영업에는 유리하지만, 대출금 회수 리스크가 커진다. LTV 관리는 각 은행의 핵심 영업 전략에 해당한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문제는 4대 시중은행이 이 같은 LTV 정보 전체를 장기간에 걸쳐 수시로 서로 교환하며 LTV 산정에 활용해 왔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실무자들이 직접 만나 LTV 정보를 인쇄물로 전달받은 뒤 이를 엑셀 파일에 입력하고, 원본 문서는 파기하는 방식으로 정보 교환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은행이 법 위반 가능성을 인식하고 벌인 일이라고 공정위는 판단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은행들은 타사 LTV를 참고해 자사 LTV가 경쟁 은행보다 높으면 이를 낮추고, 반대로 낮으면 이를 높였다. 실제로 2023년 기준 4대 시중은행의 평균 LTV는 62%로, 농협은행 등 담합하지 않은 은행 평균(69.5%)보다 7.5%포인트 낮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각 은행은 LTV를 통한 경쟁을 회피함으로써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창출했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이렇게 담합해 은행들이 올린 이자수익을 6조8000억원으로 산정했다.

시중은행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LTV 산정이 지역별 경매 낙찰률 등을 참고해 이뤄지는 만큼 비슷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 데다, 정보 교환 역시 산정 오류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은행들은 반박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위가 담합이 이뤄진 것으로 본 2022년 이후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로 기업대출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진 시기라 짬짜미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적었다”며 “공정위가 문제 삼는 기업담보대출 LTV는 채권 보전을 위한 수단인 만큼 금리나 한도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데 공정위 결정은 이를 무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는 시중은행들과 공정위의 소송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대규모 과징금을 그대로 수용하면 배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공정위의 논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위기도 은행 내 팽배하다. 담합 행위로 규제를 하려면 소비자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입증도 없었다고 은행들은 주장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정위 제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담합 조사는 2023년 2월 윤석열 대통령이 ‘모든 수단을 열어 금융사의 과도한 지대추구를 막을 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이후 본격화됐다. 당초 대출금리와 수수료 등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됐으나, 이후 LTV 정보 교환 담합으로 범위가 좁혀졌다.





안효성.김다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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