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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희의 퍼스펙티브] AI와 함께 진화하는 전쟁…유·무인 복합 무기가 답이다

중앙일보

2026.01.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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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전쟁 양상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
최윤희 전 합참의장·해양연맹총재
새해 벽두부터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이 200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했다. 미국은 반정부 시위가 한창인 이란에 군사적 개입 가능성도 시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다음 달이면 4년을 맞이하고, 미국은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군사적 옵션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방도, 동맹도 없는 시대
자강력만이 생존의 수단
휴머노이드 전쟁 현실화
유·무인 복합 체계 시급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12월 3억원 안팎의 수중 드론으로 6000억원가량의 러시아 잠수함을 공격해 무력화했다고 주장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수중 드론이 흑해 노보로시크에서 러시아 함정을 공격해 폭발하는 모습. [사진 우크라이나 보안국]
말 그대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 벌어지는 갈등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우선, 군사력과 경제력을 무기로 하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현실주의적 국제정치의 속성이 더욱 심화했다는 점이다.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국제법도 우방도 동맹도 없는 시대다. 둘째, 독립 국가의 주권과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자체 방위 능력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이는 각자도생을 위한 군비 경쟁을 촉발하고 있다. 셋째, 분쟁 과정에서 드론을 비롯한 새로운 첨단 무기 체계의 등장으로 군사력 건설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드론과 인간과 유사한 형태의 휴머노이드 로봇의 전장 투입은 전장에서 군사적 효용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비용과 병력 절감 차원에서 유인 체계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광역 정찰, 감시 및 통신 능력과 군집 운용(Swarming)에 있어 이런 첨단 무기들의 전투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크라이나는 자신들이 개발한 드론으로 인구 3.5배, 군사력 5배 이상인 러시아의 침공을 4년째 버티고 있다. 요인 암살에 동원된 무인 체계의 은밀성과 정밀성은 한국의 전력 증강이 어느 방향이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바다와 공중으로 확대된 위협
우크라이나 전쟁과 마두로 대통령 체포 과정을 목격한 북한은 핵 집착을 더욱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6자 회담을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추구했던 북한 비핵화 문턱이 그만큼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오히려 핵 위협을 강화하는 방식을 통해 북핵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면역확대’ 전략으로 핵보유국 지위 굳히기에 나설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해 공개한 핵 추진과 핵탄두를 탑재하는 전략 잠수함(SSBN) 보유 시도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SSBN은 단순히 핵 선제 타격을 넘어 유사시 미국이나 한국의 반격, 즉 1차 타격에도 생존해 2차 핵 공격이 가능한 무기 체계다. 북한이 SSBN을 앞세워 해양 통제권 확보에 나설 경우 대응이 마땅치 않다.

북한은 여전히 6·25 전쟁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북한은 당시 해군력과 공군력이 사실상 붕괴돼 연합군의 공격에 속수무책이었다. 이런 교훈으로 바닷길이 막히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사실을 현재 국방력 강화에 대입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뿐만 아니라 SSBN·5000t급 구축함 건조 현장을 보여준 것은 그런 의미다.

북한이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무인 공격 드론인 MQ-9 리퍼(Reaper)와 흡사한 새별-9과 고고도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를 본뜬 새별-4형, 북한판 타우러스(장거리 공대지 미사일)를 공개한 것도 가성비와 활용 가치를 앞세운 공군력 강화 차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1만5000여 명의 병력을 파병해 드론의 위력을 현장에서 체득한 북한은 한반도 전장 환경에 최적화한 드론 개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북한이 2012년 이후 수시로 한국에 무인기를 보냈듯 전시는 물론 평시에도 다양한 도발에 사용할 수단이 될 수 있다. 북한이 오랜 기간 경제난을 겪고 있어 무기 증강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안이한 태도를 버리고, 북한의 새로운 군사적 위협을 현실적으로 평가하고 대비해야 한다.

군사력 강화도 가성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자국의 국방비를 2000조원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동시에 미국은 한국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3.5%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올해 한국 국방비는 65조8642억원이다. 이는 GDP의 2.42% 수준이다. 한미가 합의한 대로 2030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3.5%로 올린다면 약 30조원의 예산이 늘어난다. 그동안 예산을 이유로 추진하지 못했던 국방력 건설과 장병들의 복지 수준을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박경민 기자
이 과정에서 고려할 문제는 인구 절벽에 따른 병력 감소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을 갖추면서도 전력을 증강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성비 높은 방안을 채택하면서도 현실적인 위협(Existential Threat)에 대비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당면한 최대 위협이긴 하지만 당장 우리 스스로 대책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리의 재래식 무기를 이용한 확장 억제 전략은 천문학적인 비용에 비해 대비 능력이 충분한지 실효성 검증이 어렵다. 우리의 대비 수준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추진해야 할 대안은 유·무인 복합 대응 체계를 복합적으로 구축하는 미래전 대비다. 유인 체계를 가성비가 높은 무인체계로 대체하고, 무인체계의 단점을 사람이 보완하는 방식이다. 이미 개발된 기술력으로도 지상·공중·해상을 망라해 적용할 수 있고, 현실의 문제로 다가온 병력 부족을 해결하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유사시 상대의 주요 인사를 핀셋 공격하는 특수 작전도 과거처럼 특수 부대원이 직접 나서는 시대는 지났다. 이스라엘 사례에서 보듯 참수 작전 역시 무인기를 적극 활용해 성공 확률을 높이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보기술(IT) 선진국인 한국의 장점을 극대화한 한국형 무인 전력 체계 개발과 배치가 시급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자는 자기 목숨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긴다. 북한 지휘부를 확실하게 공격할 수 있는 무인 체계를 구축한다면 핵미사일 위협 억제에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런 공격력과 더불어 방패의 논리로 안티 드론(Counter UAS) 체계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현재 탐지에서 무력화까지 다양한 장비와 기법을 개발 중이지만 소형 드론을 발견하고 공격하기란 쉽지 않다. 한반도처럼 산악이 많거나 인구가 밀집한 도심에서는 더욱 그렇다. 필자는 합참의장 시절 북한 무인기 청와대 침투 후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이나 미국의 ‘골든 돔’도 수천 개의 군집 드론을 모두 처리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무인기 방어에 대한 집중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바다, 급한 불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가 체면을 구기면서도 한국 등에 손을 내민 게 조선 협력이다. 중국 국방비의 3배 이상을 투입하면서도 위기에 처한 해양력 강화를 위해서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미국이 해군에 대한 투자를 줄였던 탓도 있지만 해양으로 나가려는 중국의 부상과 해양 작전 능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도 남의 일이 아니다. 해양이 뚫리면 육지는 사면초가다.

70여 척의 재래식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은 숫자만으로는 세계 최대 잠수함 보유국이다.

여기에 전략잠수함까지 확보하면 사실상 대책이 없다. 북한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을 일으켜, 서해의 수심이 얕아 잠수함 활동이 쉽지 않다는 전제를 무너뜨렸다. 또 동해는 잠수함이 작전하기에 천국이다. 이는 대잠전, 즉 방어하는 입장에선 최악의 환경이라는 얘기다. 동해에는 상시 쿠루시오 난류와 리만 한류가 마주치며 대규모의 와류를 형성한다. 이 와류는 그 자체로 잠수함과 같은 형태의 표적을 형성하며 음파의 진행을 왜곡시킨다. 잠수함이 이 특성을 이용해 은폐를 시도하면 탐지할 수단이 없다.

미 해군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결과는 부정적이다. 일례로 10여 척의 첨단 전력이 항공모함을 에워싸고 보호하는 연합훈련에서 적 잠수함 역할을 한 우리 잠수함이 매번 방어망을 뚫었을 정도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의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치는 전력만으로 북한의 잠수함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 추진 잠수함 보유 노력과 별개로 수중 드론과 같은 유무인 복합체계 적용이 시급하다.

과거 혈맹이나, 동맹 시대를 의심케 하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안보는 안갯속에 갇혀 있어선 안 된다. 전장에서 무인의 시대는 이미 눈앞에 와 있다.

최윤희 전 합참의장·해양연맹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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